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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넘긴 페이지 ㅣ 사탕의 맛
메 지음 / 길벗어린이 / 2022년 2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책표지에 나온 저 눈빛.. 언젠가 봤던 눈빛이다. 세상에 태어나 처음으로 동경하면서 경쟁하고 또 사랑할 수밖에 없는 존재를 바라보는 눈빛. 이 눈빛의 주인공은 유진이다. 유선이 동생 유진. 언니랑 머리 쥐어뜯고 싸우는 장면을 보니 무조건 참고 사는 동생은 아니다. 평생 언니 심부름만 하기는 억울해 셋째 동생 만들기 프로젝트를 하는 당찬 둘째다. 하지만 여느 둘째의 숙명처럼 ‘언니 바라기’다. 언니와 싸우고 경쟁하며 자신만의 길을 찾아 나서는 유진의 모습이 만화 속에 잔잔하게 그려진다.
이 책은 만화로 그려져 누구나 볼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장점이다. 중학생인 첫째 아이는 둘째 입장에서 전개되는 이야기라 언니 입장이 많이 그려지지 않아 아쉽다 평했다. 한 페이지의 추억 부분이 브이로그 보는 기분이 든다고 말했다. 잔잔한 일상이라 내용이 심심하지 않냐 물어보니 오히려 그런 점이 좋았다고 했다. 초등학교 2학년 둘째 아이는 동생 생기면 엄마 사랑 나눠 가져야 해서 싫다며 동생 갖고 싶다는 부분만 빼면 자기랑 비슷하다고 했다. 저학년을 줄곧 '00의 동생'이라는 이름으로 보내고 언니만 졸졸 따라다녔었던 나는 옛 사진첩을 들춰 추억을 곱씹으며 '나도 그랬었지'하고 생각했다. 사실 여러 장면들이 겹쳐져 주인공 유진의 삶을 들여다보고 있는 것인지, 내 얘기를 추억하고 있는지 살짝 헷갈렸다.
서로 가장 공감된 장면 찾기를 해봤는데 첫째 아이는 셋째 유화가 유진이 스케치북 위에 사인펜으로 그림 그렸던 장면을 뽑았다. 자신도 동생이 무언가 잘못했겠지 하고 어림짐작하고 화냈는데 아니어서 머쓱해질 때가 많았다고 했다. 그럴 때는 딴소리를 하면서 상황을 모면하는데 표현이 잘 된 것 같다고 했다. 결국 서로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사인펜 자국이 스케치북에 남아 싸움으로 끝나게 되는 걸 보면 어쩜 자기와 똑같은지 헛웃음이 나온단다.

출처: 오늘 넘긴 페이지
둘째 아이는 유진이가 동생 유화를 데리고 놀이공원에 간 장면을 최고로 뽑았다. 언니가 되니 동생을 돌봐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며 언니가 되는 건 힘든 일이라고도 했다. 다섯 살 차이 나는 언니에게 반항 한 번 못해봐서 머리 쥐어뜯고 싸우는 장면을 보고 속 시원해 할 줄 알았는데... 의외의 감상에 허를 찔린 기분이었다. ‘나도 언니가 되면… 힘들겠지?’

출처: 오늘 넘긴 페이지
나는 "언니보다 잘 하는 것을 찾고 싶다."라는 장면이 좋았다. 어릴 때는 입버릇처럼 되뇌던 말이었는데 지금은 언니를 신경 쓰지 않고 온전한 나로 잘 살고 있다. 잘 하는 것을 찾고 싶은 마음은 여전하지만 '언니보다'라는 말은 언젠가부터 빠져 버렸다. 나도 내 아이들도 하루하루 오늘의 페이지를 넘기고 완성하다 보면 언젠가 자신만의 길을 걸어나가고 있겠지? ‘우리 그때 그랬었는데...’ 하하 호호 웃으며 지금을 추억하는 날이 벌써부터 기다려진다.
출처: 오늘 넘긴 페이지
가만 보니 시간이 흐르면
뭐든 조금씩 변하더라.
그치만 변한다는 건
그게 좋은지 아닌지를
쉽게 알 수가 없으니까
두려운 것 같아.
지금도 어렵기만 한걸.
하지만
그런 순간이
다시 왔을 때
잘 받아들이는 방법을
나는 더 연습해
보고 싶어졌어
오늘 넘긴 페이지 p. 162, 16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