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도 좀! 살자 - 사춘기 자녀 때문에 미칠 것 같은 엄마의 아우성 또 다른 일상 이야기
김민주 지음 / 지성사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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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들이 태어나자마자 눈치 딱 보아하니 지 에미 완전 야무지게 뭉쳐진 내적 불행 덩어리거든. 앞길이 신수 훤해 장난 아냐.지대로 안 갈구고 냅두면 더블 복리로 불어난 내적 불행이 지를 거쳐 5대째 10대째 대대로 대물림될 게 뻔하다 이거지. 안 되겠어. 내 대에서 끊어내야지.

엄마도 좀! 살자 p.16

저자는 20여 년간 피아노 교사로 일하다 큰 아이의 사춘기를 겪으며 '힘든 사춘기 맘 마음 세움 연구소'의 대표가 되었다고 한다. 목차를 훑고 책장을 몇 장 넘기지 않았는데 '아이를 제때 제대로 키우지 않으면 내적 불행이 '더블 복리'로 불어난다'라는 말이 가슴을 아프게 후려쳤다. 사실 이 문구는 '지랄 발랄 하은맘의 십팔년 책 육아' 중 발췌한 부분을 저자가 책에서 다시 언급한 내용인데 서두부터 강한 인상을 주었다. 더블복리로 불어나고 있을 내적 불행 탓인지 <엄마도 좀 살자>라는 제목을 봤을 때 느꼈던 해방감은 금방 사라졌다. 하지만 자꾸만 문제에서 회피하고 도망치고 싶은 마음을 현실의 내 자리로 되돌려 놓았다.

 

똑같은 엄마 뱃속에서 나와도 다른 기질을 갖고 있는 아이들은 같은 상황에서도 다른 반응을 한다. 안정 욕구 이후 애정과 소속 욕구의 결핍으로 문제가 발생된다는 저자의 의견은 인정하지만 아이마다 가진 기질이 가장 큰 변수라고 생각한다. 낳는 순서에 따라 엄마도 성장하기에 책에서 설명하는 욕구 이론에 기대어 사춘기 아이들의 방황을 전부 설명할 수 없을 것 같다. 그러나 경험에 비추어 볼 때 문제의 원인을 안다고 해서 아이와 관계가 나아지는 것은 아니었다. 책을 읽어보니 해결책보다 급한 것이 현재 아이와 관계 인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엄마들은 대체로 불안으로 인한 근심 걱정이 많다. 엄마의 '불안'은 아이에게 거절감을 안겨준다고 한다. 불안이 많은 엄마는 아이의 생각과 느낌을 제대로 받아 줄 마음의 여유가 없어 아이로 하여금 자신이 엄마에게 받아들여진다고 느끼지 못하게 한다.

엄마도 좀! 살자 p. 39

불안감이 많은 엄마여서 '엄마의 불안은 아이에게 거절감을 안겨 준다'라는 말이 유독 기억에 남는다. 첫아이라서 모든 것이 서툴고 안정감이 없었던 지난 시간 속에서 아이가 느꼈을 감정을 조금씩 받아들였다. 나 또한 엄마에게 사랑을 느끼지 못했던 이유도 알게 되었다. 엄마도 엄마가 처음이라서 걱정이 많고 불안했었다는 말이 마음속으로 받아들여지지 않아 더욱 죄책감을 가졌을 아이에게 진심으로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거기에 더해 여덟 살 터울 아이를 키우는 저자의 경험담으로 동생을 미워하고 경쟁의식을 느끼는 첫째 아이가 안쓰러워졌다.

 

마지막 네 번째 마당 '성장해야 산다'라는 소제목은 부모의 '성장'이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필수라는 것을 알게 해 준다. 필수라고 하면 하기 싫어지는데 성장 속에 녹아든 희망이 간절했는지 성장하고 싶어진다. 감정적으로 치닫는 아이와 함께 있을 때 불쑥 얼굴을 내미는 어른 아이 같은 모습을 보며 엄마의 내면도 아이처럼 잘 돌봐주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제 알게 되었으니 내 마음도 잘 어루만져 주어야겠다. 그래서인지 아이 돌보미를 자처하며 집안에 들어앉기 보다 엄마도 꿈을 가지라는 흔한 말에도 가슴이 따뜻해졌다.

 

태어나서 3년뿐만 아니라 지금껏 오롯이 아이만 돌보며 살아왔는데 호된 사춘기 신고식을 치르고 있어 책 제목만 봐도 숨통이 트였다. 모든 일이 내 탓만 같아서 좌절하기도 하고 여기서 뭘 더 어떻게, 얼마나 잘 해야 하는데 하는 생각이 아이와의 관계를 더욱 악화시켰던 것 같다. 저자의 아이가 유명한 사람의 아이처럼 유학을 가거나 좋은 대학에 합격하지 않아서 좋았다. 여러 가지 시도하며 자신의 인생을 한 걸음씩 만들어 가는 모습이 대견하고 뭉클했다. 부모는 그저 아이를 믿고 기다려주면 된다는 고전적인 멘트의 효과는 여전히 유효해 보인다. 불안하지만 조금씩 아이와 성장하며 내 삶의 희망도 함께 꿈꾸는 엄마가 되고 싶다.

 

내게 남아 있는 것,

내게 여전히 주어지는 것,

내가 아직도 가지고 있는 것을 자각하는 순간

고통은 힘을 잃는다고 했다.

엄마도 좀! 살자 p. 197

 

 

 

[출판사로부터 도서 협찬을 받았고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작성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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