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구 아저씨는 똥을 눈 곳에 그대로 놓인 지갑을 보자 뛸 듯이
기뻤다. 약간 구린내가 나는 듯하지만 돈은 원래 구린내가 나는 법이다. 꼬마 톳제비가 똥 닦은 돈은 상자 깊숙이 들어갔다. 다음 장날 송아지 살
돈이다.
옛날이야기를 들어보면 사람이 자주 쓰는 물건이 도깨비가 된다는
말이 있다. 절굿공이나 빗자루는 오래 쓰다 보면 밑이 닳아 못 쓰게 되는데 그게 도깨비가 된다는 것이다. 아이들에게 자연스럽게 우리 옛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는 책이다. 뿔 달린 일본 도깨비를 우리 도깨비라 생각하는 아이들에게 자연스럽게 우리나라 도깨비를 소개해 줄 기회다.
정순희 선생님의 그림은 글을 더욱 맛깔스럽게 만든다. 한지에
은은하게 채색화로 그려진 그림책 속에는 옛날 시골집에서 보던 물건들이 보인다. 삼베 천으로 감싼 자수 베게, 방안의 요강, 머리가 뭉뚝해진 싸리
빗자루, 가마솥, 한복을 보관하던 종이 상자. 그림 속에도 이야기가 가득하다. 고등어 한 손이 고등어 두 마리라는 것도 그림을 보며 알려주고,
다양한 단위에 대해 이야기해 보는 것도 좋다.
장터에 있는 사람들 중에 만구 아저씨는 어디 있을까? 아이들은
말하지 않아도 아저씨를 찾아낸다. 이야기를 듣고 인물을 찾는 것은 윌리를 찾는 것과 다르다. 장터에서 강아지와 병아리를 파는 모습은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손에 쥐면 바스러질 것 같았던 병아리를 만졌던 기억이 떠오른다. 한바닥 그림 속에 수많은 이야기가 담겨있다.
꼬마 톳제비는 제 똥이 묻은 돈을 제자리에 두면서 계속 신경
쓴다. 아저씨가 지갑을 잘 가지고 가는지 집 앞까지 따라나서고, 진짜 송아지를 사서 끌고 오는 모습까지 놓치지 않고 바라본다. 끝까지 아저씨
뒤를 따라온 꼬마 톳제비의 호기심과 순수한 마음이 톳제비의 아우라처럼 서서히 미소로 번진다.
아이들은 자라면서 실수도 하고 잘못도 한다. 하지만 제 잘못이라는
걸 깨달으면 쭈뼛거리며 찾아와 용서를 빌고, 언제 그랬냐는 듯 금세 울음을 그치고 또 다른 재미있는 것을 찾는다. 꼬마 톳제비가 아저씨 집 앞에서 서성일 때 멀리서 지켜보는 엄마
톳제비 모습이 인상적이다. 아이의 마음을 알아봐 주고 멀리서 지켜주는 것은 부모의 몫인듯하다.
어스름 어둠이 내려앉은 산골짜기에 톳제비들의 은은한 불빛이 따스한
빛을 발한다. 좋은 이야기는 말할 것도 없고, 풍성한 읽을거리가 가득한 책은 기억에 오래 남는다. 아이와 주거나 받거니 이야기 나눌 수 있어
두고두고 꺼내 읽고 싶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