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을 파는 상점 2 : 너를 위한 시간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 75
김선영 지음 / 자음과모음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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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 책의 주인공 백온조는 고등학교 여학생이다. 소방관인 아빠가 사고로 돌아가시게 되면서 엄마와 단둘이 살고 있다. 온조는 엄마를 돕겠다고 여러 가지 아르바이트를 시도하다 물건이 아닌 시간을 상품으로 파는 온라인 카페를 차린다. 온조는 사람들이 직접 해결하지 못하는 일을 대행하며 자신의 시간을 판다.

온조의 아이디는 크로노스다. 크로노스는 연속적이고 순환적인 의미의 시간을 말한다. 청소년기를 통과하는 아이들에게 시간은 학교와 집을 왕복하는 쳇바퀴처럼 돌아가는 늘 같은 일상일 수 있다. 온조는 시간을 파는 상점의 사건을 맡고 해결해 가면서 크로노스의 시간을 주관적인 시간, 카이로스의 시간으로 서서히 바꿔 나간다.

작가는 1권에서는 시간을 파는 상점에 사건을 의뢰한 사람들의 모습으로 시간을 어떻게 보내야 하는지 독자들에게 묻는다. 시간을 판다는 설정과 온라인 플랫폼을 이용한 사건의 전개가 독특하고 호기심을 유발했지만 촘촘한 전개와 달리 서둘러 마무리되는 모습이 조금 아쉬웠던 작품이었다.

1권에서 등장했던 온조, 이현, 난주, 혜지는 시간을 파는 상점을 확대 개편한다. 대가를 금전으로 받는 대신 의뢰인의 시간으로 돌려받는다는 점이 가장 큰 변화다. 시간을 파는 상점의 의뢰인은 대가로 자신의 시간을 지불해야 한다. 또한 의뢰자의 시간뿐만 아니라 시간을 필요로 하는 사람과 나누고 싶어 하는 사람을 중개해 주는 곳으로 발전한다.

여러 가지 사건들 중에서 가위손이라 불리는 경비원의 부당 해고를 해결하는 부분이 인상 깊다. 엄마를 닮아 정의롭지 못한 것은 참지 못하는 온조, 졸업생 대표로 힘을 보태는 강토, 온조 지킴이를 자처하는 이현, 이현을 좋아하는 난주는 행동하고 바꿔나가는 쪽이다. 나서지는 않지만 학급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하며 묵묵히 대응하는 혜지는 자신만의 방법으로 신념을 실현하는 쪽이다. 아이들은 주어진 같은 시간 속에서 각자의 신념을 멋지게 실현해 간다.

<시간을 파는 상점>의 주인인 아이들은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열정은 가치 없는 것이라는 어른들의 생각에 찬물을 끼얹는다. 물질적 생산성만이 시간의 진정한 의미가 아니며, 물질의 환산 그 이상이 있다는 것을 스스로의 경험으로 축적하고 증명해 나간다. 작가는 한 사람의 시간을 크로노스에서 카이로스로 바꾸는 일에 그치지 않는다. 각각의 카이로스의 시간을 경험한 아이들의 에너지가 하나가 되는 순간 거대한 시너지가 발현된다. 그들은 시간의 승리자였다.

<시간을 파는 상점>이 나온 지 7년이나 지난 후 만난 2권은 부재 '너를 위한 시간'으로 개인에게 의미 있는 시간의 지향점을 새롭게 제시한다. 보이지 않는 시간의 수요자들과 공급자들의 중개소가 되었으니 시간을 파는 상점에 대한 이야기는 무궁무진할 것이다. 시간을 파는 상점의 애독자로 난주와 온조 사이에서 우정을 유지하고 있는 이현이 적극적으로 사랑하는 시간을 보고 싶은 것은 이제 2권을 출간한 작가에게 과한 부담일까. 전작을 뛰어넘는 후속작은 없다는데 7년의 기다림이 헛되지 않은 듯하다. 2권에서 가장 아쉬운 것이 표지 그림일 정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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