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아이 옆에 또 이상한 아이 - 떠드는 아이들 2 노란 잠수함 4
송미경 지음, 조미자 그림 / 위즈덤하우스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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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저는 그 이유를 알아요. 우리 반에는 이상한 아이들만 모였으니까요. p.82

"별별 이상한 사람들이 다 모여서 살고 있어서 더욱 재미있는 지구별"

"엄마, 쟤 좀 이상한 것 같아." 학교를 마치고 돌아온 아이는 학교에서 만난 아이들에 대해 이런저런 이야기를 늘어놓는다. "쟤는 더럽게 코딱지를 파서 먹어. 또 얘는 파는 절대로 먹지 않고." 가만히 귀 기울여 들어보면 특별히 이상한 행동이 아닌데도 아이 눈에는 이상하게 보이는 경우가 많다. "너도 당근만 빼고 먹잖아? 엄마가 듣기에는 다른 애들이 보기에 너도 만만찮을 것 같은데?"라고 말하니 금세 입이 쌜쭉해져서 제 방으로 들어가 버린다. <이상한 아이 옆에 또 이상한 아이>는 자신과 달라서 이상하게 보이는 아이들에 관한 이야기다.

주인공 '유리'는 과학자가 되고 싶어 하는 언니와 자기를 괴롭힐 궁리만 하는 남동생 사이에서 태어났다. 유리는 이모네 늦둥이 딸 시하와 같은 달에 태어나고 함께 자라 뭐든지 시하와 함께 한다. 그런데 늘 자신만 쫓아다니는 시하 때문에 학교에서 자유롭게 놀지 못하게 되자, 쉬는 시간만 되면 자신의 근처를 맴돌고 껌 종이 구길 때 내는 작은 소리로 웃는 시하를 모른체하고 싶은 때가 점점 많아진다. 또 한가지 고민은 학교 입학식 날 도움을 준 우성이를 좋아하기로 결심했는데, 우성이는 소꿉놀이를 좋아해서 쉬는 시간마다  소꿉놀이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2학년 때도 우성이와 같은 반이 되었지만 인형놀이를 좋아하는 우성이와 시하 때문에 인형놀이 노예가 된 유리는 고민에 빠지게 된다.


우성이는 다정하게 말하며 노는 것을 좋아하지만 유리는 그렇게 놀기가 싫다. 간신히 우성이의 좋은 점을 생각하며 그 순간을 견뎌 보지만 유리는 점점 착하고 잘생긴 우성이가 싫어지고 같이 놀면 놀수록 기분이 나빠진다. 하기 싫은 인형놀이를 해야 하는 쉬는 시간보다 수업 시간이 기다려지는 이상한 상황에 직면하게 된 것이다. 유리는 아프다고 보건실에 누워버릴까 하고 생각하거나, 우성이가 전학을 가버렸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나는 우성이 덕분에 훌륭한 배우가 될지도 모른다. 기쁘지도 않은데 상냥한 말투와 표정 짓는 법을 익혀 버렸기 때문이다. p.38"


곤드레 선생님은 유리가 영어를 못 알아듣는 줄 알면서도 영어 잘하는 애들을 놔두고 언제나 유리에게 말을 건다. 서로 다른 생각과 마음을 가진 아이들이 내뱉는 말은 영어 선생님과 나누는 대화와 같다. "What's your name?"이라고 말했는데 상대는 "Thank you"라고 대답하는 식이다. 영어 선생님은 언젠가는 말이 통하는 날을 희망한다는 듯 전혀 다른 대답을 하는 유리에게 자꾸 말을 건다. 시하와 우성이 때문에 훌륭한 배우가 되어가는 유리 입장이었으면 차라리 상대의 말을 알아듣지 못하는 편이 더 좋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럼 일부러 상대에게 맞추려는 마음을 내기 위해 힘들이지 않아도 될 테니까 말이다. 서로 다른 사람이 만나 함께 어울려 지내는 것은 아이들 세계에서도 어려운 일이다.

유리에게는 학교에서 만나는 아이들이 죄다 이상하게 보인다. 간섭하기 좋아하는 이현빈, 언제나 멍하니 창밖만 바라보는 영혜. 하지만 선생님이 뒤를 봤다는 이유로 뒤로 나가 서 있으라고 했을 때 영혜가 창밖을 보며 한숨을 쉬는 이유를 이해하듯 살짝 비스듬히 들여다보면 이상하게 보이는 사람들의 모습에서 내 모습을 찾아내기도 하고 공감하기도 한다. 전학 갔으면 했던 우성이가 실제로 전학 간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하늘이 무너지는 듯 슬퍼했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인형 놀이는 싫었지만 우성이는 지우개가 없을 때 선뜻 지우개를 반으로 잘라 빌려주고, 싫어하는 반찬도 먹어주고, 화장실에서 휴지도 가져다준 좋은 친구였던 것이다.

유리네 교실에는 알 수 없는 일만 일어난다.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처럼. 개성은 '나눌 수 없는 것(indivisible)'이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전체로 보았을 때 다른 것과는 확실히 구분되는 것이다. 세상을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은 각자의 개성을 갖고 있다. <이상한 아이 옆에 또 이상한 아이>를 보며 유리의 눈에 비친 아이들의 모습이 비단 아이들만의 세상에서 일어나는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돌 씹어 먹는 아이>에서는 다소 무겁고 숨길 수밖에 없었던 각자의 개성이 학교생활로 옮겨지면서 가볍고 산뜻한 이야기로 펼쳐진 듯하다. 조금 더 연기를 잘 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차이가 있을 뿐 어른들 세상도 마찬가지다. 자기답게 웃고, 자기답게 침묵하고, 자기답게 투덜거리는 아이들 모습 속에서 우리는 서로를 알게 되고 그 속에서 또 다른 나와 만난다. 별별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살고 있기에 더욱 재미있는 지구별 속에서 아이들이 자신만의 모습으로 살아가는 힘을 갖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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