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는 춤추고 싶다 - 좋은 리듬을 만드는 춤의 과학
장동선.줄리아 크리스텐슨 지음, 염정용 옮김 / arte(아르테) / 2018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아이들이 기어갈 때 모습을 본 적이 있는가? 각자 자기만의 방식으로 기기 시작하지만 누워있던 아이가 기어가기 시작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불완전한 다리의 흔들림에 따라 머리도 함께 흔들린다는 것이다. 기어갈 때 머리가 규칙적으로 흔들리면서 뇌가 발달하기에 아기에게 기어가는 것은 아주 중요한 것이다. <뇌는 춤추고 싶다>라는 제목을 봤을 때 열심히 바닥을 기어가는 아이의 모습을 떠올렸다. 기기 시작한 것이 춤을 추기 위한 워밍업 같았다고 할까.

 
이 책의 공동 저자인 장동선 작가는 디제잉을 하는 과학 커뮤니케이터로 알려진 사람이다. 최근에는 안쓸신잡에서 뇌과학자로 얼굴이 소개되기도 했다. 그는 전작 <뇌 속에 또 다른 뇌가 있다>에서 개개인의 뇌 속에는 타인, 즉 '사회적 뇌'를 갖고 있어서 다른 사람들의 생각을 연구한다고 했다. 개인의 뇌는 온전히 개인의 것이 아닌, 주변 사람들과 상호 작용을 통해 만들어진다는 것이 저자의 생각이었다. <뇌는 춤추고 싶다>라는 책 제목과 표지를 바라본 순간 <뇌 속에 또 다른 뇌가 있다>는 책 제목이 동시에 연상되었다. 서로 다른 색깔로 움직이고 있는 다리는 신경전달 물질을 가진 뉴런의 가지돌기처럼 보였고 그것은 춤으로 융합된 하나의 뇌처럼 보였다.

 
책 내용은 온통 춤에 대한 찬양으로 도배되어 있다. 뇌과학자가 왜 춤에 대해 이야기하는지 그 속내를 들여다보면 모든 뇌의 행복이 '리듬'에 있기 때문이다. 서로 함께 하기를 원하지만 또 거리를 두고 싶어 하는 수많은 뇌를 가진 사람들의 관계에 윤활유가 되어줄 수 있는 것이 바로 춤이다. 남들이 뭐라고 생각할지가 중요해져서 부끄러움 속에 감춰버린 숨겨진 내면의 리듬을 찾는 유일한 비법이 바로 '춤'을 추는 것이다. 저자는 삶 속에서 좋은 리듬을 만들고 행복해지기 위해 춤추기를 강력하게 권하고 있었다.

 
호두를 쥐는 사람의 움직임만을 보고도 원숭이의 신경세포들이 활성화되었다면 움직이는 누군가를 보는 것만으로도 인간의 신경세포는 활성화될 수 있다. "당신의 몸동작은 당신의 기분이 어떤지를 나에게 보여 준다. 나의 뇌가 당신의 상태를 내 몸속에 반영해서 보여 주고, 그 때문에 나는 당신을 이해하는 것이다. p.86" 내 몸을 움직이는 것은 감정을 표현하는 것이며, 움직이는 상대의 몸을 바라보며 상대를 이해하려는 뇌의 움직임은 뇌 스스로 행복해지기 위한 자연스러운 반응인 것이다.

아이와 엄마의 따뜻한 접촉은 알지 못하는 세계를 신뢰하는 틀을 제공한다. 그리고 사랑이 깃든 모든 신체 접촉은 생명 활동에 필요한 여러 물질들을 발산하도록 해 준다. 사회적 유대를 촉진하고, 기분을 좋게 해 주고, 면역 기능을 높여주는 물질들은 오직 춤을 통한 신체 접촉에서 비롯된다고 한다. 춤은 생명의 묘약이자 생명수인 것이다. 진시황은 불로장생을 위해 불로초를 찾아 나섰는데 저자의 춤에 대한 예찬을 읽고 나니 당장 음악을 크게 틀어놓고 몸 따로 음악 따로라도 춤을 춰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쓸쓸하고 무기력한 일상이라면 당장 춤을 추러 나가라.

 
책에서도 소개하고 있는 줌바댄스를 배웠던 적이 있다. 그야말로 첫 수업은 혼돈의 도가니였다. 머리에서 생각하고 상상하던 동작들은 무참히 거울 속에서 산산이 부서져 사라졌다. 그렇지만 몸치 중에 몸치도 차차 리듬에 익숙해지게 되었고 슬슬 리듬을 타게 되었다. 리듬에 익숙해지고 음악에 따라 자연스럽게 몸을 흔들게 되었을 때 거울 속 나는 예전의 나와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심장이 일정한 리듬으로 뛰고, 숨을 내쉬고 들이쉬며 서서히 몸의 감정을 추스르고 다른 사람의 호흡을 주시하는 모든 활동은 뇌의 구조를 변화시키는 새로운 연결 회로를 불러온다고 한다.  독서, 십자말풀이, 카드놀이, 악기 연주와 비교했을 때 오직 춤만이 치매를 효과적으로 막아 주었다고 하니 어찌 춤추지 않을 수 있을까.

"감정을 움직임으로 바꾸는 법을 많이 배울수록 다른 사람의 움직임에 포함된 감정에 공감하는 능력이 더 정교하게 형성되는 것을 볼 수 있다. p.81"라는 말은 자신의 몸이 감정에 충실해지면 타인의 몸에서 풍기는 감정을 잘 인식할 수 있음을 뜻한다. 책 속의 다양한 사례에서 춤을 추는 것은 몸이 감정에 충실해질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수단임이 분명하며, 춤을 통해 공감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음을 알게 되었다. 책에는 내게 맞는 춤을 고르는 법부터 다양한 춤의 종류까지 상세하게 소개하고 있다.  제대로 리듬감을 익히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내게 맞는 춤을 만나는 것이 중요하다. 내게 맞는 춤을 선택하는 것은 내가 미처 알지 못했던 미지의 영역을 탐색하고 나를 새롭게 바라보는 것일지도 모른다. 이 책을 읽는 당신! 지금 당장 춤을 추기 시작하라!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