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문학 콘서트 (개정증보판) - 우리가 살면서 한 번은 꼭 읽어야 할 천문학 이야기
이광식 지음 / 더숲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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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pop 열풍의 주인공 방탄소년단의 <DNA> 뮤직비디오 영상을 본 적이 있다. 우주의 초신성 사진이 그룹 멤버의 눈으로 들어가는 인트로가 인상적이었다. 1572년 카시오페이아자리에 출현한 초신성은 항성은 변하지 않는다는 관념에 충격을 주며 등장했다. 당시 사람들에게 새로운 별의 등장과 소멸은 큰 충격이었다고 했다. 방탄소년단의 등장은 새로운 별의 등장, 초신성의 등장과 같은 것임을 말해준다. 그러나 이 책에 따르면 튀코를 최고의 전문가 반열에 올려놓은 초신성은 신성이 아니었다고 한다. 늙은 별의 암종, 연료를 다 태우고 나면 더 이상 에너지를 생산할 수 없게 되어 내부의 압력과 중력의 균형이 무너짐으로써 급격한 중력 붕괴를 일으켜 대폭발을 일으키는 것이었다. 이때 내뿜는 빛은 온 은하가 내는 빛보다 더 밝다고 했다. 새로운 별의 등장인 줄 알았는데 암종이었다니 실망하려는 순간, 책 속의 문장은 우주의 법칙에 따라 또 다른 세계가 열리고 있음을 보여준다.


"장대하고 찬란하며 격렬한 별의 여정은 초신성이 최후를 장식하면서 우주공간으로 뿜어낸 별의 잔해는 성간물질이 되어 떠돌다가 다시 같은 경로를 밟아 별로 환생하기를 거듭한다. 이런 과정을 거쳐 우리 몸을 이루고 있는 원소들 곧, 피 속의 철, 이빨 속의 칼슘, DNA의 질소, 갑상선의 요오드 등 원자 알갱이 하나하나는 모두 별 속에서 만들어진 것이다. 이것은 비유가 아니라 그대로 실화다. 우리 몸을 이루는 원자의 개수는 9475.41 mol이다. 그리고 체중의 10%는 빅뱅 우주에서 만들어진 수소이고, 나머지 90%는 적색거성에서 만들어진 산소, 탄소, 질소, , 철 등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어버이 별에게서 몸을 받아 태어난 별의 자녀들인 것이다. 우리는 메이드 인 스타인 셈이다." - <천문학 콘서트> 인간은 별의 자녀들이다 p. 270

첫눈에 널 알아보게 됐어/서롤 불러왔던 것처럼/내 혈관 속 DNA가 말해 줘/내가 찾아 헤매던 너라는 걸/우리 만남은 수학의 공식/종교의 율법 우주의 섭리/내게 주어진 운명의 증거/너는 내 꿈의 출처/Take it take it/너에게 내민 내 손은 정해진 숙명/걱정하지 마 love/이 모든 건 우연이 아니니까/우린 완전 달라 baby/운명을 찾아낸 둘이니까/우주가 생긴 그날부터 계속/무한의 세기를 넘어서 계속/우린 전생에도 아마 다음 생에도/영원히 함께니까/이 모든 건 우연이 아니니까/운명을 찾아낸 둘이니까/DNA -방탄소년단 <DNA>

 
코페르니쿠스 지동설은 우주에 대한 인류의 인식을 근본적으로 바꾸어 놓았으며, 근대과학의 출발을 알리는 신호탄이 되었다. 무한하고 광활한 우주 속에 티끌 같은 존재로 태어난 개인의 운명은 우주의 법칙과 전혀 무관하지 않았다. 이 세계 안에 우연이란 것은 없었다. 방탄소년단이 노래한 DNA는 단순히 남녀 간의 사랑을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 아니었다. '신의 사랑'을 넘어서 나라는 존재 의미를 우주적 관점에서 바라봤다는 사실을 깨닫게 됐다. 갈릴레오는 "성경은 하늘에 어떻게 가는지를 말해줄 뿐, 하늘이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말해주지 않는다. p.111"라고 했다. "뉴턴의 중력 법칙은 우주 어디에서나 성립하는 보편 법칙이다. 뉴턴은 이 법칙 하나로 하늘과 땅을 통합한 것이다. 우주 안의 만물은 이 공식으로 서로 감응한다. ''라는 존재도 온 우주의 만물과 서로 중력을 미치고 있다. 우리 집 마당에 사과 한 알이 떨어져도 온 우주가 그 사실을 아로 감응한다는 말이다. p.132"  이처럼 <천문학 콘서트> 속에는 문명사 6천 년 만에 비물질적이며 완전하고 불변하는 신의 세계에서 벗어나 우주를 이성적으로 사고할 수 있게 된 천문학자들의 모습이 가득 담겨있었다.

허셜은 최초로 이 우주가 진화의 한 과정에 있다는 사실을 알게 해 주었다. 맨눈으로 바라본 하늘에 지금도 볼 수 있는 수없이 반짝이는 별들. 영원히 그 자리에서 빛날 것 같은 별들도 언제인지는 모르지만 소멸하게 된다. 지금의 이 세계가 영원히 존재하는 것은 결코 아니라는 것이다. 또한 칸트의 성운설에 따르면 공간에 채워진 원소들은 서로를 움직이게 하고 형태를 이루려고 분투하며, 밀도가 가벼운 원소들은 끊임없이 밀도가 높은 원소들 주위로 몰려들어 형태를 짓는다고 했다. 무한할 것 같았던 우주의 한계와 우주공간을 채우고 있는 천체들의 움직임은 인간의 모습과 다르지 않았다. '코스모스(조화)'를 추구하는 우주의 아름다움을 인간은 본능적으로 쫓아 닮아가고 있었다.

우주는 공간뿐 아니라 시간까지 포함되어 있는 다차원적인 공간이다. 인간은 성간물질이 되어 떠돌다 생성되는 별처럼 우주의 성분을 그대로 갖고 태어났다. 방탄소년단이 누리는 인기는 그들의 노래 가사처럼 필연적인 것인지도 모르겠다. 우리 모두 우주의 신비 속에 태어난 소중한 존재들임을 상기시켜주니까. 우리가 우주를 사색하는 것은, 인간이 우주 속에서 얼마나 티끌 같은 존재인가를 깊이 자각하고, 장구한 시간과 광막한 공간 속에서 자아의 위치를 찾아내는 분별력과 깨달음을 얻기 위함이다.'라는 저자의 서문은 장황하고 어렵지만 그럼에도 이 책은 충분히 매력적이다. 당신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것이 아니라 신비로운 우주의 법칙에 따라 필연적으로 태어난 소중한 존재다. <천문학 콘서트>는 보이지 않는 신의 사랑보다 현실적이며, 실증적이고, 구체적으로 인간과 우주의 상호 연관성을 설명해 줄 것이다. 이 모든 것이 우연이 아니며, 이것은 비유가 아니라 그대로 실화라는 사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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