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그림을 이해하는 법 - 교사와 부모를 위한
르네 발디 지음, 강현주 옮김, 끌로드 퐁티 서문 / 머스트비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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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은 어떻게 완전한 이목구비를 갖춘 사람을 그리게 되는 것일까. 아이들의 그림이 발달되는 과정은 비선형적 사고를 선형적 사고로 이끌어내는 마법 같은 과정이다. 머릿속에 생각을 그림으로 표현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르네 발디는 '사람 그림'을 찾아 연구하는 탐험가다. 아이가 그림을 그리기 시작할 때부터 그림이 어떻게 성장하고 발달하는지 연구한다. <아이의 그림을 이해하는 법>은 아이의 그림이 어떤 과정을 통해 성장하는지 다양한 사례를 통해 되짚어 보며 아이마다 각자의 속도로 자라고 있음을 보여준다. 하지만 언어 적령기를 놓치면 말을 못하게 되는 늑대 소년의 일화처럼 그림 역시 주변 환경에 따라 발달할 수 있는 한계가 존재한다는 사실도 함께 알려준다.

첫째 아이는 미술에 재능이 있었다. 5살 때 이미 옆모습을 그리기 시작했고 보이지 않는 책상다리를 그릴 정도로 관찰력이 뛰어났다. 첫째 아이 그림을 보다가 둘째 아이의 그림을 보니 그림에는 그다지 소질이 없는 듯 느껴졌다. 다리가 없는 두족인에서 졸라맨으로 이어지는 그림은 한숨이 나올 지경이었다. 그러나 책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아이들은 두족인을 시작으로 점차 사람다운 모습을 만들어간다고 한다. 둘째 아이도 5살을 기점으로 두족인에서 벗어나 몸통이 있는 사람을 그리고 있다. 아이의 그림이 이상하다고 해서 걱정할 문제는 아니다. 하지만 그림을 그리는 과정에서 부모의 독려는 무척 중요하게 작용했다. 아이들은 자유로운 사고 과정이 표상화되는 과정 속에서 나름의 속도로 성장하고 있었다.

 

 

목과 몸통이 연결되어 있기는 하지만 목의 존재를 인식했다는 것에 만족해야 했다. 그렇지만 목걸이랑 세트로 등장한 귀걸이 덕분에 귀의 존재가 드러나게 되었다는 점은 기대하지 못했던 놀라운 발전이었다. 이 밖에도 책 속에는 부모라면 누구나 할 수 있는 다양한 질문과 조언이 가득하다. 이제 부모는 아이의 그림을 보며 어떤 부분에 집중해야 하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미술 수업을 받고 있는 아이들이라면 선생님께 부족한 부분을 얘기할 수도 있을 것이다.

 

처음 책을 읽었을 때는 미술심리지도사처럼 아이들의 그림 속에 내포되어 있는 감정과 상처가 알고 싶어서였다. 그런데 오히려 이 책을 통해 아이들 그림을 편견 없이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 모든 아이들은 저마다의 속도로 자라고 있다. 서로 어울리며 모방을 통해 자신의 속도에 가속도를 내기도 하고, 한동안 같은 그림만 그리는 침체기에 들어설 수도 있다. 그렇지만 한 가지 변함없는 사실은 아이의 그림은 늘 성장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엄마는 아이의 부족한 부분이 눈에 먼저 들어온다. 조금씩 변하는 그림이 아이가 심리적으로 안정된 환경 속에서 자라고 있음을 보여준다는 말이 많은 위로를 주었다. 첫째 아이처럼 둘째 아이도 그림 파일을 만들어주어야겠다. 책에 나온 두족인 졸라맨의 모습을 보니 그때 그림들도 모아 놓았으면 좋은 자료가 되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오늘부터 할 일은 아이의 그림을 잘 모아 관찰하는 것이다. 그리고 거꾸로 된 그림을 그려본다던지, 역동적인 사진을 그려보는 활동을 통해 아이의 시점을 조절해주고 융통성을 길러 주어야겠다. 알고 보는 것과 모르고 보는 것의 차이는 참 놀랍고 신기하다. 불안을 내려놓으니 아이의 그림을 제대로 즐길 수 있게 되었다. 아이들이 머릿속 생각을 맘껏 세상에 꺼내놓게 될 그날을 기다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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