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움의 시작 모방과 본보기 - 일상에서 실천하는 발도르프 교육
김현경 지음 / 무지개다리너머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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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하는 일은 특별한 교재를 이용해 글과 말만을 피교육자의 머리에 새겨 이론가나 탁상행정가를 많이 만드는 일이 아닙니다. 머리와 감정과 의지가 함께 균형 잡힌 통합을 할 수 있는 인간을 길러 내는 일입니다. 34

누군가와 소통을 하면서 부딪히는 순간, 우리는 내 안에 또 다른 나를 만난다. 그때 누군가의 지지와 사랑은 나와 타자와의 경계를 허물고 함께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의지를 갖게 한다. 그러나 신이 아닌 인간의 사랑은 제한적이다. 사랑의 마법은 곧 사라지고 초라한 내면 아이와의 대면은 피할 수 없게 된다. <배움의 시작 모방과 본보기>에는 몸은 자랐지만 내면은 자라지 못한 어른 아이가 성장할 수 있는 방법이 들어있다. 모방으로 시작되는 배움이 숙성하기까지 필요한 시간과 건강한 공동체를 이루는 교육이 어떻게 가정에서 이루어지는지 설명했다.

슈타이너는 인간을 사고, 감정, 의지로 구성된 구성체로 보았다. 세 가지 구성요소가 균형 잡힌 전인적 인간을 길러내는 것이 교육의 목적이라고 말했다. 영양가 있는 생각과 소화기관의 의지를 키우면서 배설 기관인 감정을 잘 돌보는 것이다. 배움을 자유롭게 다룰 수 있도록 좌충우돌하는 과정 속에 부모는 안전한 울타리 역할을 하게 된다. 그런 시간을 충분히 갖지 못한 배움은 피상적인 생각 단계에만 머무르게 되거나 완벽한 준비 없이는 시작조차 하지 못하게 되는 사람으로 자라게 한다.

 

배움의 첫 번째 단계인 모방하기에서는 아무 거리낌 없이 무엇이든 모방해 보는 것이 중요하다. 모방하여 움직여 보는 것이 결코 쉽지 않은 일을 깨닫게 되는 두 번째 단계에서는 부끄러움, 좌절감, 성공의 경험을 충분히 해보며 내면의 자신과 만난다. 마지막 세 번째 단계는 자유자재로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내면화 단계다. 슈타이너는 타인의 인정과 자신의 우월함을 확인하지 않아도 되는 자유로움을 익히지 못하면 다른 사람의 표현방식도 온전히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그래서 배움을 통해 내 몸이 좀 더 자유롭고 능숙하게 움직이게 될 때까지 배워야 하며 성숙한 배움은 자신의 것을 나누고 싶은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떼쓰고 우기거나 남에게 휘둘리는 그를 균형 잡아 줄 수 있는 사람은 단 한 경우뿐입니다. 균형을 잃은 사람이 자기보다 '월등하게' 뛰어나다고 스스로 인정한 사람을 발견했을 때 가능합니다. 다른 사람들이 하는 똑같은 말이라도 그 사람의 말은 다르게 들립니다. 스스로 중심을 잡지 못하는 사람이 다른 사람의 균형을 잡아 주려는 생각은 자만심이며, 결국 헛수고가 될 뿐입니다. 이것을 안다면 나부터 배워야 합니다. 85

돌본다는 것은 타자에 국한되어 있지 않다. 스스로를 잘 돌보지 못한 사람은 다른 사람을 돌볼 수 없다. 배움의 본보기는 자기 돌보기부터가 시작이다. 자신을 먹이고, 입히고, 재우고, 정돈하는 일들을 스스로 해야 한다. 가정은 자기 돌보기를 최초로 연습하는 곳이다. 처음에는 부모가 해주던 일들을 아이들의 성장에 따라 서서히 늘려주고 자신을 돌보는 연습을 하게 하는 것이다. 배우는 동안 실수나 미숙함으로 인한 불안함을 부모는 완충제 역할을 하며 받쳐준다.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으려는 현실을 회피하려는 사람이 되지 않도록 부모는 늘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부모의 역할의 더하거나 덜해도 아이는 불안감을 느끼고 자신을 신뢰할 수 없게 된다. 그 부족함은 사회 속에서 만나는 또 다른 타자에 의해 보충할 수 있다. 그래서 내 아이뿐만 아니라 모든 아이들에게 관심을 가져야 한다. 아이는 자신을 스스로 돌보는 것에 만족감을 느끼며 자긍심을 갖고 자라나야 제대로 독립할 수 있다. 결국 '기술'은 마음을 움직이지 못한다. 사전적 지식만을 강조하는 교육으로 '고맙다'라는 말을 들을 수 있을지는 몰라도 행동으로 '고맙다'를 표현하지 못하는 것이 현재 교육이 갖고 있는 문제점이다. 기술이 발달하는 속도를 인간은 따라가지 못한다. 윗세대에 본보기가 없었다면 나 스스로 본보기가 되어야 한다.

정말로 좋은 것은 사람들이 스스로 찾아가게 된다는 것. '나'라는 어린아이가 따라 하고 싶은 본보기를 찾아 말이 아닌 몸으로 해 보는 것. 본보기란 나처럼 해 보라고 들이미는 것이 아니라 저절로 발견되는 것. 개인 시간은 열심히 일한 사람이 아니라 시간을 관리할 능력이 있는 사람에게만 주어진다는 것. 쉬어야 할 때 쉬어주고, 먹이고, 입히고, 재우는 자기 돌봄을 잊지 않는 것. 작은 것도 뼛속까지 이해한 사람은 지식 없는 사람에게도 쉽게 전달할 수 있다는 것. 가져 본 적 없는 사람에게 가져 보고 싶다는 호기심을 갖게 하는 것. 이 모든 활동은 혼자서 할 수 없음을 깨닫는 것. 그것이 함께 공동체를 이루고 살아야 하는 인간이 배움으로 이루어야 하는 것이었다.

지금 당장 내 주변 사람들에게 관심을 갖는 것이 참다운 교육이다. 기술의 발달이 내어 준 시간 동안 유의미하게 움직이며, 내가 먼저 배우고 좋은 본보기가 되어 아이들의 마음에 에너지를 전달해주는 것이야말로 내가 이루고 싶은, 이루어야 할 전부다. 피상적으로 알고 있었던 발도르프 교육법을 일상에서 쓸 수 있는 방법과 슈타이너 이론을 이 책으로 쉽게 배우고 익혔다. 남은 과제는 지금 읽은 지식이 인식에 머무르지 않도록 몸으로 실천하며, 내재화될 때까지 좌충우돌하면서 자유로워질 때를 기다리는 것이다. 배움을 나눌 수 있는 마음이 자라날 때까지 배움을, 자기 돌봄을 게을리하지 않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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