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상의 컬렉션 - 당신의 마음을 사로잡을 단 하나의 보물
KBS 천상의컬렉션 제작팀 지음, 탁현규 해설.감수 / 인플루엔셜(주) / 2018년 5월
평점 :
절판


유흥준의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가 없었다면 나는 첨성대의 신비를 알지 못했을 것이다. 그가 수학여행 단골 여행지가 경주였는지 납득시켜 주었다면, ‘천상의 컬렉션’은 지금 우리가 왜 문화재를 다시 봐야 하는지 알려주는 책이라고 할 수 있다. 아이들을 데리고 박물관에 견학을 가도 솔직히 별 감흥이 없었다. 화려한 액자로 만들어진 설명은 머릿속에 잘 들어오지 않았다. <천상의 컬렉션>은 한국 예술 천오백 년 사, 최고의 작품들을 책으로 만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 선조들의 기술과 미학의 숨결이 살아 숨 쉬고 있는 국가 대표격 문화재를 깊이 보는 것은 우리나라에 대한 사랑과 관심을 갖게 하기에 충분했다.

책은 회화, 공예, 도자, 조각, 전적 총 5부로 구성되어 있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탐내던 '책가도'에 대한 내용이 가장 흥미로웠다. 정조는 화려한 업적만큼이나 영화의 소재로 많이 다루어졌던 왕이다. 영화배우 현빈이 군 제대 후 복귀작으로 선택한 영화 <역린>도 정조에 대한 이야기였다. 그의 화려한 용모를 단숨에 가렸던 책가도의 모습이 이 책 속에 등장한다.

 

책에 따르면 원래 정조가 책가도를 유행시킨 뜻은 검소하게 학문에 정진하는 나라를 만들기 위함이었다. 그러나 책가도의 소재는 책뿐만 아니라 다양한 물건으로 점차 영역을 넓혀가게 되었고, 청과의 교역이 활발해지면서 청나라의 물건을 가질 수 없었던 양반들이 책가도에 책 대신 다양한 물건을 그림으로 그려 욕망을 충족했다고 한다. 서민들의 책가도는 행복, 장수, 출세를 염원하는 상징이 솔직하게 부각되어 있는 점이 양반들의 책가도와 다른 점이었다. 계급에 따른 인간의 모습과 욕망의 표현이 예나 지금이나 변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마침 책장을 넘기다 보니 영화 속에 등장한 책가도의 모습이 보였다. 영화 속에 등장하는 책가도는 장한종의 책가도로 정조의 책가도가 아니라 나중에 궁중을 나와 화려해진 책가도의 모습으로 보인다. 이 책을 읽지 않았다면 정조가 화려함을 좋아했을 거라 생각하지 않았을까.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이 이처럼 어울리는 책이 또 있을까 싶다.

 

살아있는 아이를 넣어 만들었다는 에밀레종에 얽힌 이야기는 우리 문화재를 폄하하려는 일제의 숨은 의도가 있었고, 의자왕이 선물해 일본 황실에 전해 내려오는 백제 바둑판은 오늘날의 기술로 재현하기까지 제작기간만 꼬박 3년이 걸렸다는 비화도 놀라울 뿐이다. 나라의 역사를 알면 애국심이 절로 생긴다더니 일제 시대 때 출토된 금관의 수난기를 읽고 나라 잃은 설움이 북받쳤다. 일제의 강압적인 통치와 전쟁의 아픔은 문화재의 수탈과 소실에서도 어김없이 드러나 민족의 아픔을 느끼게 했다.

<천상의 컬렉션>은 무신들의 권력 과시용이었던 예술의 투자가 고려의 화려한 예술품이 탄생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던 것처럼 문화재에 대한 지식이 새로운 나라 사랑의 불씨를 지필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해 주는 책이다.  아는 만큼 느끼고, 느낀 만큼 보이는 법이다. 동계 올림픽 때 하늘에 쏘아 올린 '천상열차분야지도'를 보며 선조들이 얼마나 지혜롭고 위대했는지 느꼈다면 이제는 제대로 알아야 하지 않을까. 명품 가방이 사랑받는 이유는 누구나 그것이 명품인지 알고 있어서다. 제대로 아는 것이 제대로 보는 것의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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