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 최고의 책
앤 후드 지음, 권가비 옮김 / 책세상 / 2017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아마도 우리 어린 시절에서 가장 충실하게 산 날은 좋아하는 책과 함께한 날일 것이다. p.26

에이바는 짐과 이혼 수속 중이다. 남편인 짐은 털실 예술가(뜨개 그라피티) 델리아 린드스트롬과 외도하다 들통나자 그녀를 떠났다. 에이바는 절망과 상실감을 해소하려 친구이자 사서인 케이트에게 독서모임 멤버로 들어갈 수 있도록 해달라고 청한다. 그리고 독서모임에서 그동안 해결하지 못했던 과거와 자신이 진짜 원했던 인생이 어떤 것이었는지 깨닫게 된다.

책은 에이바와 관계 맺고 있는 사람들 각자의 시선으로 각각의 시공간을 따라 전개된다. 커다란 판 퍼즐 위에서 맞는 부분에 집중하다 보면 어느새 퍼즐이 완성되어 가듯이 각각의 조각에 집중하다 막판에 마지막 퍼즐이 완성된 순간 모든 조각이 그녀의 인생이었음을 깨닫게 된다. 어느 정도 예상 가능한 반전이었지만 그 반전에 숨어있는 또 다른 반전이 긴장감의 끈을 팽팽히 잡아당기며 책을 끝까지 놓을 수 없게 만든다.

아이를 가진 부모의 입장에서는 에이바의 딸 매기의 외줄 타기 같은 일탈이 가장 염려스럽고 안타까웠다. 무게와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유감스럽게도 부모의 방황은 아이들에게 고스란히 전달된다. 가끔은 현실을 제대로 바라보기 싫을 때가 있다. 환상에 중독된 것이 아니라 참혹한 현실을 마주보기 싫은 것이다. 현실에서 도피하고 있으면서도 스스로는 도피하고 있음을 인정하지 않는 모습이 상처받지 않기 위해 발버둥 치는 것 같았다. 매기의 아픔이 주사기에서 흘러나온 약물의 힘처럼 내게도 전달되었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독서모임을 하는 사람이라면 정신없이 읽을 수밖에 없는 책이다. 실제 모임을 하며 겪을법한 일들에 오랜만에 정신 줄 놓고 읽은 책이었다. 더불어 케이트의 북클럽 독서 목록에 있는 책들의 숨겨진 매력까지 알게 되는 것이 이 책의 가장 큰 마법이다. 냉담한 공공장소에 개성을 부여하고 회복하는 뜨개 그라피티처럼 독서는 우리들 삶의 한 부분을 회복시켜 준다.

독서는 5차원의 세상에 살고 있지만 2차원에 머물러 있는 나를 다시 원상복구 시켜주는 열쇠이기도 하다. 내가 살았던, 살고 있는, 살아가게 될 삶의 순간들.  그 순간들이 모여 내 삶이 된다는 것을 작가는 케이트의 독서 모임에 등장하는 책을 소개하며 각자가 바라보는 삶의 모습이 어떤 것인지 이야기해 준다. 내 인생 최고의 책은 내 삶의 한 부분이 책 속에 박제된 책이다. 다시 읽기만 해도 다시 그 순간으로 순간 이동할 수 있는. 당신 인생의 최고의 책은 어떤 책인가.


<케이트 북클럽 독서 목록>
페니(1월): 오만과 편견
루크(2월): 위대한 개츠비
에마(3월): 안나 카레니나
루스(4월): 백 년 동안의 고독
오너(5월): 앵무새 죽이기
모니크(6월): 브루클린에서 자라는 나무
키키(7월): 호밀밭의 파수꾼
제니퍼(9월):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존(10월): 제5도살장
에이바(11월): 클레어에서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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