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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 갑옷 ㅣ 책속의책 그림책
강현진 지음, 지연리 그림 / 책속의책 / 2024년 1월
평점 :
무표정한 모습으로 머리를 단아하게 빗은 여자가 <유리 갑옷>을 입고 칼을 들고 있어요. 상의는 갑옷이지만 하의는 타이트스커트에요.
배경과 인물의 선명하지 않은 선의 교차가 사람의 존재를 지워버리는 듯 보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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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 갑옷
책속의책
글. 강현진
그림. 지연리
24.01.05
빌딩 숲에서 일한다는 이야기로 여자의 독백이 시작돼요. 붉고 푸른색의 그래프 어딘가를 응시하고 있는 여자의 시선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 알 수 없어요.
집으로 돌아와도 <유리 갑옷>을 벗지 못하고 잠들어요. 꿈속에서 철갑을 두른 기사가 칼을 들고 쫓아와요.
잠이 깨어 아침이 되어도 편하지 않아요. 도망갈 곳이 없는 여자는 어둠 속으로 떨어지고 말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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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를 흘리며 눈앞에 보이는 바다로 겨우 걸어가 바닷속으로 뛰어들어요. <유리 갑옷>이 녹아 사라지자 여자는 비로소 자유로워집니다.
빌딩 숲으로 다시 돌아와야 하지만 여자를 불편하게 만들었던 <유리 갑옷>은 이제 사라지고 없네요.
여자는 꼿꼿하게 허리를 펴고 앉아있지만 편하고 당당해 보이기보다는 불편하고 힘들어 보여요. 하지만 그 표정에서는 일말의 힘든 여지도 보이지 않아요. 묵묵히 그 상황을 견뎌낼 뿐이죠.
하지만 '견딘다'라는 건 많은 에너지를 필요로 해요. 오래, 자주 견뎌야 하다 보니 여자는 가장 편안해야 할 집에서, 침대에서조차 제대로 잠들지 못해요. 악몽은 결국 현실에서도 벌어지고 결국에는 어둠 속으로 떨어지고 말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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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치게 빠른 문명의 발달, 시시각각 변화하는 환경들이 사람들을 점점 피폐하게 만들어요. 정신적인 고통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어요.
가부장적이며 경쟁적인 사회에서 오랫동안 억눌렸던 감정들을 표현하는 게 더 이상 흠이 아닌 시대지만 이미 그런 사회에 길들여진 나는 나 자신을 도저히 용납할 수 없어요.
타인이 원하는 대로, 사회가 요구하는 모든 것들을 다 수행해야만 제대로 사는 것 같은 느낌이 팽배하죠.
이건 비단 여자들 뿐만은 아니에요. 여자들이 엄마로서, 며느리, 딸로서의 역할을 요구받듯 남자들도 아들, 아빠, 사위로서의 역할을 강요받죠.
나에게 주어진 여러 역할들을 수행하다 보면 정작 내가 날 위해 시간을 내고 돌보는 시간이 사라져요.
여자들은 특히 육아를 하다보면 그런 일들이 더 왕왕 일어나는 것 같아요. 하지만 내가 나를 돌보지 않는다면 누가 나를 돌봐주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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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으로 떨어져 피가 뚝뚝 흘러도, 내면의 우는 아이를 발견해도, 뛰어들고 싶은 바다를 찾았어도 눈앞에서 외면하고 다시 돌아와 일하던 기억이 납니다. 그때는 그래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고 생각했었거든요. ㅠㅠ
지금은 아니에요. 아이들도, 가정도, 일도 중요하지만 지금은 제 자신을 최우선으로 놓고 살아가고 있어요.
지난 과거를 돌아보면 너무 슬픈 현실이지만 자기 자신을 돌보지 않으며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이 있기에 아직도 자기개발서와 치유, 힐링에 관한 많은 책과 영상들이 쏟아진다고 생각해요.
삶이라는 건 즐겁고 행복하기도 하지만 참 힘들 때도 있죠. 나를 지키기 위한 갑옷도 필요하지만 그 갑옷에 나 자신을 가두지는 말아야 해요.
심지어 나를 지키기엔 너무 위험하고, 나 자신도 아프게 할 수 있는 <유리 갑옷>은 부디, 제발 더더욱 벗어던지면 좋겠습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만을 제공받아
직접 읽고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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