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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르만 헤세 인생론 - 삶이 너의 꿈을 속일지라도
헤르만 헤세 지음, 송동윤 옮김 / 스타북스 / 2024년 6월
평점 :
올해 들어 자기개발서를 다시 손에 잡고 읽다 보니 "책 맛"을 조금씩 알게 되니 살아가는 즐거움 하나가 추가되었다. 물론 일상에 치여 "읽는다는 행위"의 시작이 귀찮기도 하고 억지로 해내야 하는 숙제 같을 때도 있다. 하지만 책을 펼치는 순간 그 이야기 속으로 빨려 들어가 버리는 내 모습은 나도 어쩔 수 없다.
다른 사람들과 여러 권의 책을 함께 읽다 보니 각각의 책마다 선호도가 달랐는데 나는 명확한 비전을 제시하는 류의 책들보다 생각을 하게 만들고 사유하게 하는 책들에 더 많이 끌린다는 걸 알게 되었다. 예전에는 그런 책들은 제목만 봐도 머리가 아팠는데 요즘 자꾸 끌리는 걸 보면 참 신기하다.
《헤르만 헤세 인생론》 역시 그런 끌림으로 끌어당기게 된 책이다. 하지만 첫 장을 펼치는 순간부터 조금 멍~ 해져 책 속으로 들어갈 시간이 상당히 필요했다.
《헤르만 헤세 인생론》은 독일에서 연극영화TV학 박사를 받고 대학교수를 지낸 송동윤 감독이 인생이라는 태마로 삶의 중요한 주제가 담긴 글들을 엄선해서 정리했다.
‘인생론’은 세월이 지나도 세대와 문화를 초월해 사랑받는 헤세의 작품 속에서 ‘진정한 자아를 찾기 위해 젊은이들이 치열하게 고민하고, 방황하고, 아파하면서도 식지 않는 열정으로 도전하고 노력하는 가운데 삶은 저마다 충분히 빛나고 아름답다’는 일관된 메시지를 젊은이들에게 전해주고 있다.
《헤르만 헤세 인생론》은 최대한 간결하고 짧은 문장으로 쓰인 최근의 책들에 적응되어버린 내게는 다소 긴 호흡의 문장들로 이루어져 있고, 헤세가 말하는 어떤 것들이 굉장히 다각적인 모습으로 설명된다.
책은 총 5개의 챕터로 나뉘는데 모든 페이지마다 마음을 울리고 사유를 불러일으키는 문구가 가득하다. 자신의 생각을 이토록 정갈한 문체로 표현할 수 있음에 고전으로 불리는 명작이 명작인 이유가 있다며 고개가 끄덕여졌다.
그중 유독 마음을 잡아끄는 부분은 그의 어린 시절이 담겨있는 '내 작은 인생론'이다.
예전에 직장동료의 추천으로 억지로 최명희 선생의 《혼불》을 읽게 되었는데 1권을 펼치자마자 느꼈던 그 아름다움이 헤르만 헤세의 작은 인생론에서도 느꼈다. 어린아이의 시각으로 바라봤던 시골집의 아름다운 풍경, 순수한 마음으로 느끼는 작지만 큰 고뇌, 부모의 사랑을 느끼는 아이의 모습 등이 너무나 아름답게 보였다.
헤세는 3살 이후부터의 기억을 갖고 있는데 아름답게 기억되는 어린 시절을 조금 더 많이 기억할 수 있다면 아무리 귀중한 보물이라도 다 내어주어도 좋다고 말한다. 이때는 그냥 그렇지... 하고 고개를 끄덕였는데 마지막 챕터 '행복에 대하여'에서 헤세가 느끼는 '행복'을 그가 사랑해왔고 즐겨들어온 말이며, 아름다운 것, 좋은 것, 바람직한 것을 의미한다는 말이 자신의 어린 시절에서 가장 많이 찾아냄을 알게 되었다.
내 기억 속 유년 시절은 몇 개의 사진과 영상으로 떠오르는데 성인이 된 후 이것을 찾아내기까지 시간이 걸리기도 하였다. 하지만 한 번 떠올리고 나니 굉장히 강렬히 기억되고 유지된다. 살면서 '아름답다'라고 느낀 것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헤세가 말한 풍경과 분위기, 그때의 느낌들이 가미되어 더 많은 '행복'을 불러온다. 물론 내 기억 속에도 암울하고 슬픈 나날들이 있었으나 그 역시 살아가며 느끼는 여러 감정들 중 하니이기에 괜찮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생각한다.
내 아이들에게 더 많은 자연의 평온함을 느끼게 해주고 싶다고. 부모로서 줄 수 있는 좋은 마음과 경험은 다 느끼게 해주고 싶다고 말이다. 그러고 나면 헤세처럼 대단한 사람은 안 되더라도 자신의 마음을 충만하게 만들고 사랑이 가득하게 만들어주는 유년 시절의 기억은 갖고 있게 되지 않을까.
어릴 적부터 시인이 아니면 아무것도 될 수 없을 거라는 두려움에 휩싸이기도 했다는데 결국 많은 이들에게 영감을 주는 이야기꾼이 되었으니 평생 그의 원을 다 이룬듯하다. 《헤르만 헤세 인생론》에는 언어, 독서, 시에 관한 이야기와 자라투스트라, 도스토옙스키에 대한 이야기가 실려있다.
부끄럽게도 헤세가 이야기하는 여러 고전들 중 읽어본 것이라고는 《데미안》 뿐이어서 아쉬웠지만 그의 이야기를 통해 '고전 읽기'에 대한 열망이 생겼다. 이제라도 늦지 않았으니 앞으로 꾸준히 읽어보고 싶다.
독일 청년에게 주는 말 P.198
자라투스트라는 인간이다. 그는 나이면서 동시에 너이다. 자라투스트라는 자네들이 자신들 속에서 찾고 있던 인간, 정직한 인간, 유혹 당하지 않는 인간이다.
독일 청년에게 주는 말 p.199
자네들은 내가 자라투스트라임을 배웠듯이 자네들 자신임을 배워야 한다. 자네들은 타인이라는 것, 전혀 무(無)라는 것, 타인의 목소리를 흉내 내는 것, 타인의 얼굴을 자기 얼굴이라고 생각하는 태도를 잊어야 한다. 그런즉 벗들이여, 자라투스트라가 자네들에게 말할 때 그의 말속에서 어떤 지혜나 기교나 처방이나 쥐잡이꾼의 술책을 찾지 말고 그 자신을 찾도록 하라.
운명에 대하여 p. 202
그대들도 그대들의 운명을 사랑할 줄 알아야 하며, 이 세상에 운명 이상 가는 것이 없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운명은 그대들의 신이어야 한다. 왜냐하면, 그대들 자신이 그대들의 신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고뇌와 행위에 대하여 p.216
친구들이여, 좋고 빛나는 업적은 행동이나 열성이나 근면이나 해머를 휘두르는 것에서 생겨나는 것은 아니다. 그것은 산 위에서 고독하게 성장한다. 정적과 위험이 존재하는 정상에서 성장한다. 그대들이 인내하는 것을 배워야 하는 고뇌 속에서 성장한다.
작별 그대들의 국민 p.246
그대들 각자가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는 것은 오직 하나, 자기 자신의 유일한 독자적인 새뿐이다. 나는 작별에 임해서 이 말을 해 두고자 한다. 그 새가 하는 말에 귀를 기울이라! 그대들 자신 속에서 나오는 목소 리에 귀를 기울이라. 그 소리가 침묵하고 있으면 무엇인가 비뚤어져 있다. 무엇인가 잘못되어 있으며, 그대들이 그릇된 길에 서 있다는 것을 알라. 그러나 그대들의 새가 노래하고 이야기한다면 오오, 그때는 그를 따라가라. 그 소리의 어떤 유혹이라도 따라가라 어떤 멀고 차가운 고독 속으로라도, 어떤 어두운 운명 속으로라도.
나의 신앙 p.303
인간이란 자기의 생명을 신으로부터 받은 것으로 보고 생을 이기적인 충동에 의해서가 아니라 신에 대한 봉사와 희생으로서 살아가도록 노력한다는 것, 그것은 내가 어린 시절에 물려받고 체험한 최대의 것이었고, 나의 일생에 강한 영향을 주었다.
나의 행복론 p.313
우리에게 있어서 언어는 화가에게 있어 팔레트 위의 그림물감이 의미하는 것과 같다. 말은 수없이 많다. 그리고 부단히 새로운 말들이 생겨난다. 그러나 좋고 진실한 말은 그리 많지 않다. 나는 70년 동안에 새로운 말이 생겨나는 것을 체험하지 못했다. 그림물감도 그 색의 짙음과 옅음의 혼합은 헤아릴 수 없다 하더라도 임의로 많이 있는 것은 아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만을 제공받아
직접 읽고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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