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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제국사 - 고대 로마에서 G2 시대까지 제국은 어떻게 세계를 상상해왔는가
제인 버뱅크.프레더릭 쿠퍼 지음, 이재만 옮김 / 책과함께 / 2016년 2월
평점 :
절판
바스코 다 가마에 의해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대항해의 막이 올랐으나 정작 제국을 정점으로 찍기 위한 대항해 시대의 서막은 에스파냐 제국(합스부르크)에서 비롯되었다. 아니 이의 시작은 결국 제국의 팽창에 결정적인 디딤돌이 되었다. 동유럽과 북부 아프리카 및 중아시아를 세력권에 두었던 오스만 제국의 위협은 아이러니하게도 동쪽으로 진격 못하는 에스파냐 제국에게는 서쪽 바다를 향한 대항해를 향한 기폭제가 되어 버렸다. 카를대제(5세)와 쉘레이만은 유럽을 양분하며 제국의 기치를 들어 올렸고 이들 모두 비록 상이한 종교 하의 통치였으나 물론 제국 로마를 닮으려 한 것은 1400년 제국을 지속시킨 로마의 위엄에 덧붙여 그토록 오래 지속할 수 있었던 그 비결에 주의를 기울일 수밖에 없었던 그들이었다. 16세기 유럽의 분포였다.
1400년 제국은 제국이 들어서기까지 수백 년이 결렸고 서로마가 망한 다음에도 동로마는 천년을 더 버텼다. 잠시라도 동로마는 옛날 트라야누스 황제의 치세에 버금가는 제국의 영토를 가지기도 하였으나 콘스탄티노플을 중심으로 굳건히 버티면서 서서히 작아진 끝에 역사 속으로 완전히 사라졌다. 진이 만들어낸 제국은 이미 로마가 제국을 선언하기 200년 전에 오늘날 중국이라는 거대한 땅덩어리와 맘먹을 만큼의 영토를 바탕으로 왕조가 바뀌는 일은 있어도 그 제국은 그대로 오늘날까지 존속하고 있다.
로마는 망한 반면에 중국은 비록 왕조가 바뀌었지만 그대로 유지되는 까닭을 ‘세계 제국사’는 지형의 영향을 주된 이유로 뽑고 있는 듯하다. 로마는 5세기 아틸라의 공격에 허약했었고 급기야 11세기 몽골 제국에 유럽을 내주게 되는데 이는 중국 또한 마찬가지이다. 비록 그들의 통치는 70여 년에 결친 짧은 기간이었을지라도 그들이 남겨놓은 많은 유산이 오늘날 동서양의 교류와 정복이라는 차원에서 제국이 물려받은 것은 확실해 보인다. 합스부르크도 오스만도 그렇다.
포르투갈, 에스파냐, 네덜란드, 프랑스에 이어 영국으로 이어진 제국의 권력은 식민지를 만들므로 이루어졌고 경쟁화는 다른 국가가 식민지에서의 자원을 차지 못하는데서 격화되었다. 유럽의 나라들이 돌아가며 제국을 형성케 한데는 새로운 권력 레퍼토리를 창출하는데 있었고 이는 물론 선박, 군비 혁신이 주를 이루었고 그 경쟁은 제국의 쇠망과 탄생을 가능케 하였는데 물론 중국 같은 제국은 그럴 필요 없이 방대한 땅을 다스리는 거대하게 갇힌 세계에 처해 있었고 역설적으로 본래 제국이 아니었던 유럽의 나라들이 경쟁적으로 창출해 내었던 혁신이 중국의 발목을 잡은 것은 확실하다. 적어도 16에서 18세기에 이르는 동안 유럽의 재국은 권력을 행사하는 공간의 규모가 글로벌 해졌고 다면적 전환을 통해 정치가 재편되는 과정의 연속이었다. 프랑스혁명과 나폴레옹 제국은 신, 구체제에 대한 반전이라고 해석되며 소위 자본주의라는 근대적 틀의 혁명은 단연코 영국이 시발점이다. 이 제국은 혁명적이라 할 만큼 세상의 많은 것을 변화시켰는데 산업혁명이야말로 모든 것을 근대화시킨 결정적 한방이었다. 이 와중에 미국이라는 제국이 등장하게 된 것으로 제국은 아메리카에서도 생겨났다.
독일과 일본이 제국의 반열에 나란히 오르는 것은 1, 2차 대전을 통해 확인되었는데 이 둘 공통점으로 민족을 들고 나온 제국이라는데 있어서와 짧은 기간 동안의 점령이라는 침략을 통해서 이루어진 것이라는 특징이 있다. 물론 1945년 이후의 세계는 신질서로 재편된다. 적어도 민족들은 발전했으며 수많은 신생국이 적어도 같은 민족이라는 기치 아래 세계는 재편된 것이 20세기 후반이다.
그렇다면 과연 제국은 종언을 고한 것인가? 이에 대해 저자들은 소위 민족 국가의 안정성이라는 측면에서 제국은 또다시 만들어질 것이라는 주장을 한다. 즉, 제국의 형태가 오히려 민족국가의 지속의 불확실성의 대안이라는 것이다. 물론 제국의 그늘에서 경쟁을 상실한 민족 국가들은 핍박을 받겠지만 제국은 그 형태를 달리할 뿐이지 인류사에서 영원하다. 다만 기존 제국의 권력에의 오만을 벗어나 통합과 상호 존중을 인정하는 또 다른 정치체제를 저자들은 상상하고 있다. 이렇게 될지는 부정적일지라도...
제국과 민족을 기반으로 하는 국가와의 차이를 설명하고 제국들의 흥망성쇠의 원인을 학구적으로 파헤친 수준 높은 저작이다. 오늘날 민족을 외치며 나라를 국한시키는 나라는 어차피 제국을 이룰 수 없으며 제국은 인간의 역사가 지속되는 한 나타난다는 저자들의 주장이다. 이 책 ‘세계제국사’는 흥미 유발의 역사서라기보다는 그들의 제국에 대한 연구를 바탕으로 한 지적 스릴을 맛볼 수 있는 저작으로 그 진지함에 박수를 보낸다.
매우 수준 높은 역사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