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개인의 일생은 그 누구를 표현할지라도 굴곡진 여정을 모두 포함하는 한편의 서사시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다만 이를 표현하는 일, 즉, 일반적으로 글로 엮는 일이 어려울 것이고 더군다나 자신의 일생 가운데에 숨기고 싶은 일들도 있을 법하기도 하고 덧붙여 그의 일생을 관심을 기울여 보게 하려 한다면 어느 정도 대중성이 있어야 할 것이다.
필자는 잘 모르는 사람이나 – 물론 내가 모르는 사람이 한 둘이겠나마는 - ‘온 더 무브’의 저자 올리버 색스는 의학계의 대중적 출판업계에 매우 잘 알려진 인물로 보인다. 그의 책은 의학의 대중화에 큰 공헌을 하고 있는데 그의 전공 분야는 신경의학으로 주로 뇌 질환 이상을 연구 대상으로 다루어 자폐, 틱장애 등의 정신적 질환에 관한 많은 대중 서적을 만들어낸 사람이다.
그의 일생이 특이한 점은 부모가 모두 의사이고 보수적인 가정에서 태어난 전형적인 영국의 상류 중산층인데 개인적으로 저자는 일생 동성애자로 살며 그의 형 중의 하나는 정신병을 앓아 평생 부모와 함께 산다. 동성애자라는 특이성 때문인지 가족의 여자들 빼고는(그리고 그의 후기에 책편집을 도와준 여성) 등장인물은 거의 모두 남자들이다. 어렸을 때부터 오토바이를 즐겨 탔고 그게 거의 평생의 일이 되었고 역도에 빠져 선수에 버금가는 능력을 발휘할 만큼의 마초적 남성성은 그의 우람한 체구에서 느껴진다. 다른 한편으로 그는 여리고 특히 진료를 할 때 환자를 자상히 돌보는 의사로서의 자상함도 있다.
영국에서 태어나고 대학까지 수학하고 미국으로 건너가 거의 일생 영주권을 소지하고 생활하며 미국의 여러 병원과 대학을 전전한다. 그가 만약에 그런 생활로만 만족했다면 이런 책이 나오지는 않았을 것이 의사로서의 직업 이전에 그는 끊임없이 글을 쓰는 습관적 일이 존재했다. 바로 이 부분이 그를 대중적으로 알려지는 계기의 단초가 된 것인데 내가 보기에도 얼핏 글이 되지 않을 것 같은 것들이 그의 손에 의해 책으로 나온다. 즉, 그는 환자를 진료하고 그에 대한 자신의 경험을 글로서 표현하여 책을 내는 것으로 주로 뇌질환에 의한 환자들에 대한 기록을 책으로 펴내는 것인데 읽어 본 적은 없지만 이 분야에서 상당한 독자를 가지고 있는 듯하다.
그의 일생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 가운데 캘리포니아에서의 생활 및 여행 후기에 뉴욕에서의 삶은 마치 오토바이를 타고 떠도는 여정처럼 느껴진다. 그가 만나는 사람들은 모두 그 신분과 관계없이 인간 모두의 다양성과 차이를 인정한 저자는 순간순간의 생활의 여정 가운데의 마음을 잘 묘사한다. 그의 생활 자체가 만약 의사로서만 지속되었다면 결코 성공치 못 했을 거라는 생각이 드는 것은 실지로 한 병원에서 오랫동안 근무를 못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급기야는 마약에 손을 대면서 진료를 하는 극한 상황에 내 몰렸던 저자였다. 사실 전공이 신경계통이어서 그렇지 만약 외과 전공의가 상습적으로 마약을 투여했다면 아찔하기만 하다. 인생 갈 때까지 가고 보는 저자의 이면에는 그의 동성애적 환경과 무관하지는 않다. 결국 마약 중독 상태의 몸을 극복하는데 이런 어려운 상황을 극복하게 한 것이 아마도 글 쓰는 일이 아니었나 한다.
그가 동성애자로서 자신이 사귀었던 남자들에 대한 솔직한 얘기이며 심지어 마지막 남자를 만났고 그로부터 30여 년 동안 성관계를 전혀 하지 않았다거나 하는 너무 진솔한 얘기도 서슴지 않는다. 물론 그의 어머니가 그 사실을 알고 그 실망은 이루 말할 수 없는 것이었다. 그의 일생을 통해 받은 축복은 책을 통한 것으로 그의 책 일부분은 영화화도 되었고 그런 대중화에 힘입어 그의 여정을 필자도 만나보게 된다. 작년에 타계하였다 한다. 올리버 색스에게 지구에서 잘 사셨다는 말을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