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책 - 12가지 테마로 읽는 5000년 문명 중국
쑤수양 지음, 심규호 옮김 / 민음사 / 2015년 11월
평점 :
품절


 

 

지난 5월에 북경대에서 양측 공동연구 결과발표회가 열리게 되어 방문하던 중 저녁을 먹으면서 북경대 교수들과 한담 중에 ‘왜 서구는 이겼는가?’에 대해 얘기가 오갔다. 그 곳 교수들도 그 점에 대해 평소에 생각한 것이 많은 듯 여러 얘기를 쏟아내었고 나름대로 그 이유에 대해 서로 일치하는 점이 있었다. 즉, 동양은 전통적으로 지나치게 관직을 숭상한다는 것이다. 거기에 공자 사상이 덧 붙여져 禮가 너무 중시되는 나머지 형식에 흐른 결과 근대에 이르러 서구에게 뒤질 수밖에 없다는 데에 어느 정도 일치를 보았다.

필자는 이 점이 항상 궁금하고 나의 주된 화두 중의 하나였기 때문에 우선 중국인 당사자에게 나와 비슷한 관점에 있다는 것에 열띤 토론장이 되어 버린 기억이 있다. 근래 들어 어찌어찌해서 ‘중국册’을 읽게 되었다. 이 책은 읽는데 불편함이 없도록 상당히 쉬운 편이다. 이 책은 중국일반인이나 학생들을 위한 일종의 총괄적 역사 소개서로서 원제는 ‘중국독본’이다. 비록 쉽게 써져 있을지라도 나같이 중국에 대해 피상적으로 알고 있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것 같다. 사실 이 책을 읽고 왜 서구가 근대들어 강했는가에 대해서 다른 관점을 가지게 된 것이 나의 소득이다.

중국 고대의 네 가지 발명품인 제지술, 인쇄술, 나침반 및 화약은 누구나 알고 있다. 이에 대해 ‘중국은 화악을 발명했지만 폭죽에 썼을 뿐이고, 서양은 포탄과 대포를 만들어 동양을 공격했다. 지남철을 발명했다고 자랑하지만 풍수에 이용했을 따름이고 서구는 항해에 이용하여 아시아 침략의 발판을 마련했고, 제지술이 발명되었음에도 지폐를 만들지 못했고 기껏해야 제사 때 지전을 태우는데 활용했고 인쇄술이 발명되었으나 황력을 인쇄하는데 온 정신을 쏟았고 오히려 서적 인쇄에서는 서양보다 뒤떨어졌다.’라고 비관적인 태도를 보이는 중국인들이 많다. 

 

위의 말은 맞는 구석이 있다. 그러나 근대들어 서구의 침략을 받고 서구가 전 세계를 휩쓸게 된 데에는 더 근본적인 다른 이유가 있는 것 같다. 우선 중국이라는 거대한 땅덩어리를 최초로 다 묶어 버린 나라가 진(秦)이다. 그때 서구는 로마가 도시국가의 형태를 벗어나지 못한 시기로서 포에니 전쟁이 일어난 시기와 맞물린다. 즉 유럽은 부족 수준의 국가들이 난무하고 로마가 국가의 형태를 잡아갈 시기에 이미 중국은 거대한 땅덩어리를 하나로 통합시켜 국가 체제를 이미 완성하였던 것이다. 그 이후 한나라가 들어서고 비록 나라가 여러 갈래로 나누어진 적은 있으나 대세는 거대한 땅덩어리 전체를 통치하는 시대는 계속 되었다. 이 책을 읽으며 적어도 명이 통치하던 시대까지 중국은 유럽보다 모든 면에서 훨씬 앞서 있던 것으로 보인다. 생각해보라. 비록 왕조가 바뀌기는 했어도 거대한 땅을 다스리는 체제가 지속되었던 것을..

유럽은 로마제국의 등장 이래 쇠망 후 여러 나라의 형태로 갈라지게 되고 그 와중에 이슬람의 오스만 제국이 들어서고 제대로 대국으로서의 기량이 발휘되지 못했던 암흑기가 오랜 동안 지속되고 있을 때 중국은 비록 밖으로 부터의 침략은 있었을지언정 그들은 거대제국을 유지하고 있었다는 데 주목해야 한다. 즉 오래 전에 형성된 거대 제국을 유지하는 일 자체가 매우 어려운 일이란 것은 역사가 증명한다. 다만 중국이라는 나라가 바다로 나아가는 데에는 동쪽으로 한정되어 있고 거대 땅을 유지하는 형상은 지속되어 밖으로 눈을 돌릴 필요성을 못 느낀 게 아닌가 한다. 정화의 원정은 300여척의 거대 선단이 인도를 지나 아프리카까지 이어졌어도 침략이 아니라 조공을 바치라는 선에서 이루어진 것도 바로 이 이유가 아닌가 한다.

반면에 유럽은 라틴어를 기반으로 다른 언어와 땅으로 조각조각 갈라짐으로 상대적으로 나라를 통치하기가 쉬웠으며 좁은 땅덩어리에서의 자원은 한정되어 있고 급기야 포르투갈을 시작으로 차례로 대국의 위치를 점하게 된다. 이는 대항해 시대와 밀접한 관계가 있으며 독일이 가장 늦게 대국의 면모를 보인 것도 바다와 무관하지 않은 것이 독일 땅에서 바다로 진출하려면 북해라는 제한이 있었던 것이다. 자원이 더 필요하게 되어 유럽의 각국은 차례로 식민지를 건설할 필요가 있었다는 얘기이다. 그 과정에서 모든 학문이 발달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 항해에 필요한 것은 단지 선원과 배만 있어서는 안 되는 것을 알았던 것이다. 찰스 다윈의 비글호는 새로운 식민지를 건설하고자 떠난 배였지 다윈의 진화론 연구를 하게끔 목적이 주어진 배는 결코 아니었다. 다만 항해를 위해서 선원 외에 각 분야의 전문가들과 같이 갈 필요성은 절실히 느꼈을 터였다. 물론 서양의 논리학의 발달이 과학의 발전을 이루었다는 것도 빼 놓을 수는 없다. 

결국 중국은 그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고 적어도 명대까지는 전 세계에서 가장 강국이었던 듯 싶다. 한 나라로서 이미 대국을 기원전 200년경에 건설한 중국으로서 그 체제 유지를 위한 노하우가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발명품들을 만들게 했었을 지라도 그것의 적절한 이용의 필요성이 없을 만큼 너무 큰 나라였던 것이 서양굴기를 만든 핵심이 아닌가 한다. 이로부터 호된 시련을 겪은 것이다.  

비록 쉽게 써진 간략 중국역사책이지만 중국을 자세히 몰랐던 나에게는 도움이 되었던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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