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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의 우울 ㅣ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68
샤를 보들레르 지음, 윤영애 옮김 / 민음사 / 2008년 1월
평점 :
늘러 붙은 소산문시에는 악마의 감성이 엿보인다. 지독하리만치 극대화된 독한 은유가 전체에 묻어 있다. 천사를 얘기하기에는 그의 꿰뚫는 듯한 지성을 덮은 감성이 허락하지 않는다.
대중의 무지가 더욱 드러나는 것은 그의 은유적 표현 때문이기도 하려니와 그래도 같은 인간으로서 어느 정도의 찬사를 늘어놓을 만해도 그는 그 대중을 무지막지하게 무식한 군중 속으로 다 같이 몰아넣는다. 보들레르를 제외한 대중의 무지처럼 들리기는 해도 그는 분명히 그 대중 안에 있음을 선언하는 이율배반적이며 어찌할 수 없는 필연에 자신을 같이 가두어 놓는다.
브들레르의 ‘파리의 우울’은 은유가 극대화된 소산문시의 결정체이다. 산문은 우울해서 묘사된 꽃조차 기쁨을 생각하지 못하게 만들며 그것이 작가 내면의 심연에서 진정으로 울려나오는 외침이라는 느낌이 곧 들게 한다. 그가 그토록 비난해마지 않던 대중의 무지란 무엇인가 ? 혹시 인간의 수평성에의 본질적 차이를 말하려는 게 아닐까 한다. 독한 감성으로 무장된 보들레르의 눈에는 대중이 보지 못하는 것이 보였고 대중이 듣지 못하는 것을 들었으며 대중이 느끼지 못하는 것을 느꼈다.
지식의 깊이는 심연 속에 그 끝을 개체는 알 길이 없다. 그것을 모으면 알 수는 있어도 모아지지도 않을 뿐만이 아니라 개체는 그저 자신의 지식의 범위 안에 자신의 의지대로 살아가는 하나의 우주이다. 아인시타인이 상대성이론을 말한들 먹고 사는 데는 전혀 지장이 없으며 칸트가 정언적 명령으로서의 도덕률을 증명한 것은 칸트라는 천재만이 할 수 있는 일이며 그것을 이해조차하지 못하는 대중은 그저 그들의 우주를 가지며 살아간다. 우주의 저쪽을 알아낸 들 대중에게 무슨 영향이 있으며 관련 연구자들만의 우주일수도 있는 것이 그 지식이 들어와 앉지 않으면 그 우주의 비밀은 개체에겐 없다. 보들레르에게 대중의 무지라 함은 아마도 인간의 수평성 문제를 다룬 것이 아닌가 한다. 그럼에도 그도 그 대중 안에 속해 있음을 고백할 수밖에 없는 것은 전혀 이율배반적이 아닌 것이다.
결국 우주도 개체화되어 있으며 개체의 우주는 개체의 뇌 속에 있으니 우주를 밝혀낸들 감성이 독하게 쏟아져 내린 들 모든 것이 다 개체적이 아닌가 말이다. 설령 그럴지라도 진리의 유일성은 존재하며 감성의 특수성 또한 존재하며 개체성을 벗어나 칭송 받음이 마땅하다.
그의 시는 특히 여자에게 질퍽지게 난폭하다. 여자를 몽매하고 멍청한 인간으로 줄곧 다루는 그의 눈은 독특하다.
보들레르의 우주는 독한 감성으로 무장된 인류사적으로도 드문 개체의 우주가 아니었을까 한다. 벤야민이 사물을 소산문으로 사유화한 것은 우연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