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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투 ㅣ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84
알랭 로브그리예 지음, 박이문·박희원 옮김 / 민음사 / 2003년 8월
평점 :
그러니까 감정이 배제된 채로 끊임없이 중얼거리는구나. 마치 카메라를 들이대고 자로 재 보고 쏟아낸 풍광은 온갖 기하학적 모양과 정확한 길이, 숫자로 가득 차 있다. 특히 수에서는 작가가 소수(prime number)로 기교를 부릴 만도 한데 이내 그 바램은 사라져 버렸다. 집 주위, 집의 외관, 그리고 집안의 풍경, 사람들이 꼭 소품으로만 여겨진다.
식탁의 의자는 네 개인데 한 사람이 안와서 하나를 치웠다. 그런데 시선은 오로지 두 사람에게로 있어 의아한 느낌이 들 때 쯤 반복되는 이 얘기가 결국 어느 화자의 중얼거림이라는 것을 알아채었다. 화자인 ‘나’가 끼어든 문장이 나올 법도 한데 전혀 없다. 더군다나 치밀하게 필요없을만 치 묘사되는 집과 주위의 풍경 그리고 집안의 두 사람의 움직임은 서로 아무 관계나 암시도 아니다. 더군다나 상징이 될 만한 은유도 전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