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전 손택의 말 - 파리와 뉴욕, 마흔 중반의 인터뷰 마음산책의 '말' 시리즈
수전 손택 & 조너선 콧 지음, 김선형 옮김 / 마음산책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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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무언가를 표현하고자 할 때 말이 어눌한 사람은 거의 100% 이 사람은 머리 속에 지식이 들어가 있지 않아서이다. 설령 지식이 차 있다하더라도 뇌의 또 다른 속성인 체계화의 능력이 수반되지 않아도 어눌하기는 마찬가지이다. , 우선 안다는 것이 수반되고 그것이 정제화되어 자신의 주장이나 변론이 성립된다는 것이다. 물론 이때의 말은 의식주 중에 관련된 세상 저잣거리에서의 말은 결코 아니다.

 

문어체와 구어체는 다른 것이 전자는 고칠 수 있는 반면에 후자는 이미 뱉은 것이므로 고칠 수가 없다. 만약 어느 누가 말을 문어체적으로 정갈하게 표현한다면 그는 필시 문장이 아닌 문단으로 표현했을 터인 바 그 범상함이 바로 수전 손택의 말이다. 말이 정제되어 사유로 나타나 모든 것이 문단이 됨으로 마치 인터뷰라는 것을 빼 버리면 그냥 고품격의 사유의 책이 되어 버리는 수전 손택의 이다. 수전 손택이 사회를 향해 가지고 있는 관점과 그 방향의 흐름에 대한 역저항과 개인의 체험에 대한 은유는 그가 뱉은 말이 고도의 사유의 결과라는 것을 가늠케 한다

 

그의 말은 고품격의 명사가 대단히 많이 들어가며 이런 조합이 사유가 되어 문장으로 나타나며 문단으로 조합되므로 그 말에 배치되는 저항성을 상대방으로 하여금 상실하게 만든다. 상실을 넘어 어떤 부분에서는 쉽게 다른 질문으로 넘어가지 않고서는 인터뷰가 진행되지 않을 정도로 사유의 말로 무장된 굳건한 전사, 수전 손택이다. 이를 지성이라고 한다. 지성은 지식의 상위 개념으로서 지식이 넓고 체계화를 이루고 자기 것을 만들어내야 하는 것이다. 결국 가치란 것은 개체적으로는 인간이 자신의 자아를 얼마나 깊게 괴롭히냐에 있는 것이고 사회적으로는 이런 고도의 사유들이 인정되고 통용되어 인정받는 다양성에 있다. 그 다양성이 존중되지 않는 사회는 흔히들 말하는 돈과 권력에 취해 그것이 인간사회의 전부이고 그것만이 인간임을 뽐낼 수 있는 것이고 그것만이 개체적으로나 사회적으로 만족을 얻는 것이라고 으시댄다.

 

수전 손택이 유방암에 걸렸을 때 갑작스럽게 은유로서의 질병을 구상하게 된 것은 참으로 흥미스러운 것이 그 당시에 사진에 대하여라는 책을 쓰고 있었지만 자신의 암 발생을 알고 병원을 드나들며 그는 질병을 은유하고 싶어 안달이 났다는 대목이다. 그의 암이 격정적인 질감의 언어로 은유로서 나타나게 된 것이다. 매독과 백혈병과 암과의 미묘한 차이성을 사유를 통해 적나라하게 전해주는 부분은 압권이다.

 

이런 패턴의 지성은 항상 카프카 등의 관련 여러 인물들과 연계되어 있다는 것이 매우 흥미스럽다. 아마도 그 이유는 카프카의 예로서 소설 자체가 몰입을 넘어 자신의 자아 자체를 은유로 묘사하게 된 그 절대성에 있지 않나 한다. , 카프카는 소설을 쓰기 위해 존재한 것이 아니라 존재하기 위해 소설을 썼다는 것이다. 이 문장의 의미를 되새겨 볼 일이다. 그의 사유는 정말 그렇게 오늘에도 존재한다. 지성에 많은 영향을 끼친 것을 숨길 수가 없다.

 

아 돈권력을 추종하는 하부 개체이기 보다는 차라리 지성의 개체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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