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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르노빌의 목소리 - 미래의 연대기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 지음, 김은혜 옮김 / 새잎 / 2011년 6월
평점 :
절판
방사선 물질이 베크렐에 의해 처음 공식적으로 발견되고 사람들은 그 위험성을 전혀 몰랐다. 연구의 대상이 되어 유럽에서는 온갖 실험이 진행되었고 급기야 퀴리부부는 라듐이라는 자연의 우라늄보다 100배 정도 강도가 센 방사능 물질을 인위적으로 만들어내기에 이른다. 부부는 몇 년의 노력 끝에 만들어진 이 수 그램의 방사능 물질을 신기하게 바라보았다. 너무 강도가 센 나머지 어두운 공간에서도 빛을 발하는 이 물질은 급기야 상용화 되어 라듐은 불로장생약으로 판매되기에 이른다. 마치 x-선이 상용화되어 부자들의 놀이기구가 되고 구두를 제작하기 위하여 발을 집어넣어 자신의 뼈를 관찰하게 하는 도구도 등장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모두 위험천만한 일로서 예로서 퀴리부인은 60세 초에 암으로 죽었는데 원인은 바로 다량의 방사능 피폭이었다.
시대가 변하여 이 위험성을 알게 되고 오늘날은 피폭량의 한계수치를 정하여 관리하기에 이른다. 방사능 피폭이 위험한 것은 우선 보이지 않는 것들이 몸에 들어와 계속 붕괴한다. 예를 들어 Cs-137은 반감기가 3년으로서 한번 몸에 들어오면 거의 영구히 붕괴하여 세포를 파괴한다고 보면 된다. 반감기란 100의 양이 들어왔을 때 그 양이 50이 되는 기간을 의미한다. 그 50이 그 반, 즉 25가 되고. 즉 100이 25가 되었을 때 Cs-137의 경우 6년이 소요된다는 얘기이므로 끊닿을데 없이 붕괴한다. 그 기간 동안 세포는 끊임없이 표적이 되어 파괴되어 암 등 각종 질병을 유발한다.
올해 노벨문학상 수상자의 작품 하나가 여기 있다. ‘체르노빌의 목소리’라는 이 책은 르포 형식의 소설이다. 벨라루스라는 나라는 처음 들어보는데 하필이면 소련 연방이 해체되고 이 나라의 국경 넘어 가까운 지역에 체르노빌원자력발전소가 있어 가장 피해를 많이 본 나라이다. 물론 나라에 초점이 맞춰진 것이 아니고 사람에 맞추어 많은 사람의 이야기를 소설의 형식으로 빌려 써 내려간다.
끔찍한 풍광은 오늘도 계속되고 있다. 목소리들은 갈라진 채로 다가오는데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이 하늘과 땅의 모두에 씌워졌을 때 몰랐던 것들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끔찍한 사건으로 하나하나 되돌아오는 망령은 당시의 보이지 않던 것들이 두려움이 되어 앞으로도 없어지지 않을 것처럼 사람들의 마음에 자리앉아 버렸다.
이야기의 시작은 폭발 당시에 급하게 차출된 소방관이 대체 일어난 사건이 무엇인지도 모른 채 피폭 당한다. 수일 내에 죽어가는 남편을 바라보아야하는 임신한 아내가 남편과 떨어져 있지 않으려는 사랑의 본능 앞에서 무기력하게 후에 출산한 딸이 간접 피폭으로 죽어버리는 참상이다. 1부 망자의 땅의 시작이다.
사람이 장기적으로 모두 죽어나가는 마당에 권력은 숨기기에 바빴던 것은 참상이 일어나고 도서관 마다 방사능에 관한 책들이 모두 사라졌다는 것에서 단적으로 증명된다. 몰라야 하고 무슨 일인지 빨리 잊혀져야 하고 언론에 알려지지 않아야 하고 침묵만이 우두커니 발전소를 응시한다. 가장 끔찍한 사실은 눈외에는 모두 막혀 있는 기형의 딸이 태어났다는 것이다. 이 어찌 말로 다 표현할 수 있으리요!
앞으로 어찌 될지 모르는 땅, 인간 몇 세대가 지나야 해결될지도 모르는 땅, 인간이 만든 재앙의 손끝은 그나마 신을 가리키고 있었다.
전편에서 느껴지는 가장 큰 분노는 언론의 통제였다. 위험의 정확한 사실을 알려주는 것을 기피했기 때문에 오랜 동안 사람들은 고통 받아 왔고 도대체 눈에 보이지도 않는 이 죽음의 그림자가 자신들 앞에 있는지 없는지 조차 모를 정도로 사실은 왜곡되었다. 결국 통제는 더 많은 사람을 죽음으로 몰아내었고 오늘도 고통 받는 수많은 체르노빌 주위의 생존자들은 그저 살아있다는 하나의 사실만으로 숨을 내쉬고 있다.
아마 후진국과 선진국의 구분을 나누라면 나는 단연코 언론 통제의 정도로 나눌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