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만이 번지는 곳 베네치아 In the Blue 6
백승선 지음 / 쉼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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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과 낭만의 대륙 유럽에서도 손꼽히는 꿈과 낭만의 도시, 베네치아. 그곳에 발을 디디기 전에도, 미로처럼 얽힌 골목길과 운하를 누비고 다닐 때에도, 그리고 십 년 남짓한 세월이 흐른 지금도 내게 베네치아는 여전히 꿈의 도시로 남아있다. 유럽 어느 도시보다도 많은 관광객들이 발걸음을 하는 곳이니만큼 인파로 북적북적 붐빌 만도 하건만, 복잡한 골목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다 보면 인적이 뚝 끊긴 조용한 골목을 맞닥뜨리기도 했던 곳이다. 그래서 더 몽롱하고 신비한 곳.

 

작가의 여행기 ‘번짐 시리즈’를 대부분 읽어보았지만, ‘번지다’라는 단어와 이만큼 느낌이 잘 어울리는 곳이 있을까 싶다. 두 발로 타박타박 걷는 골목길과 배를 타고 스르르 지나는 운하길. 구불구불 굽이지는 길을 지나며 저 모퉁이 너머를 상상하는 여행객의 설렘은 베네치아 깊숙이 들어갈수록 커져만 간다. 오래 전, 베네치아를 여행하며 설렜던 마음이 책을 읽으며 그대로 되살아나, 마지막 책장을 덮는 순간까지 두근거렸다.

 

물의 도시 베네치아에서 빼놓을 수 없는 한 가지가 바로 ‘다리’이다. 118개의 섬들을 이어주는 400여개의 다리. 오죽하면 ‘탄식의 다리’이니 ‘리알토 다리’이니 다리가 관광명소가 되었을까 싶을 테지만, 베네치아 곳곳의 다리 위에서의 만남을 마주치면 그 숨겨진 매력에 금세 빠져들게 된다.

 

“다리는 길과 길을 이어준다.

다리는 사람과 사람을 이어준다.

다리는 세상과 세상을 이어준다.

다리의 또 다른 이름은 ‘소통’이다.”

 

작가의 ‘번짐 시리즈’에는 늘 예쁜 창문들이 함께 한다. 화려한 장식이 있는 번지르르한 창문이 아니라, 세월의 손때가 그대로 묻어나면서 아귀가 맞지 않아 약간은 어긋난 창문들. 길게 늘어진 빨랫줄에 걸린 하얀 빨래나 붉은 꽃이 수북이 피어있는 화분을 장식 삼아, 군데군데 벗겨지고 바랜 페인트를 무늬 삼아 지나가는 여행객의 발길을 붙잡는다.

 

“창문 안에서는 수많은 이야기가 퍼져가는 세상을 내려다보고 창문 밖 사람들은 비밀을 간직한 듯한 창문 안 세상을 궁금해 한다. 창문은 그렇게 벽을 사이에 두고 세상과 대화한다. 예쁜 색이 칠해진 벽에 걸린 예쁜 창문은 욕심이 난다. 사람은 누구나 저마다의 창문으로 세상을 본다는 말이 있다. 베네치아의 거리와 골목을 걸어다니는 동안 내내 누군가의 창문이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책을 다 읽고 나니 바포레토를 타면서 온몸으로 맞았던 베네치아의 바닷바람이 더욱 그리워진다. 이 책에서도 언급되었던 영화 <투어리스트>를 보며, 안젤리나 졸리와 조니 뎁이 누비는 베네치아 풍경으로 그리움을 달래야겠다. 작가의 이 영화에 대한 감상평을, 나는 이 책에 대한 감상평으로 결론 내리고 싶다. “다시 한 번 베네치아에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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