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을 빼앗긴 사람들 - 생체 리듬을 무시하고 사는 현대인에 대한 경고
틸 뢰네베르크 지음, 유영미 옮김 / 추수밭(청림출판) / 2011년 10월
평점 :
절판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

한때 아침형 인간이 큰 이슈가 된 적이 있었다. 밤을 새는 일보다 새벽에 일어나는 일이 더 힘든 나에게 아침형 인간이 되라는 사회의 흐름은 엄청난 부담이었다. 아침에 일어나기 힘들어하는 날 보고 주변 어른들은 부지런하지 못하다고, 어떤 분은 게으르다고 말했다. 실상 총 수면 시간은 아침 일찍 일어나는 사람보다 더 적은 것은 물론 그들보다 할 일을 덜 하는 것도 아닌데 왜 어른들은 나를 게으른 사람으로 매도했을까? 그저 그런 변명이 아닌 논리적인 반박을 마련하기 위해 이 책을 선택했다.

현실적이면서도 누구에게나 적용 가능한 사례를 이용하여 쉽고 흥미롭게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사례를 통한 저자의 해설을 읽으며 나도 모르게 맞아, 그래, 라는 감탄사가 절로 떠오른다. 통계나 학술 자료 등도 아주 쉽게 설명한 덕분에 굳이 열심히 들여다보며 고민할 필요가 없다. 그저 자연스럽게 읽으면서 동시에 이해할 수 있을 만큼의 수준이다. 이 책은 생체시계, 그 중에서도 수면시간과 관련된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아침형 인간이 대접받고 저녁형 인간이 괄시받는 풍조가 어떻게 생긴 것인지, 그 풍조가 어떻게 잘못된 것인지의 내용을 읽으며 공감을 넘어선 통쾌함마저 느낄 수 있었다. (나는 아침형 인간이 되기에는 무척 힘든 인간이기에.)

흔히들 알고 있는 아침형 인간을 찬양하는 속담인 “일찍 일어나는 새가 벌레를 잡는다.”를 예로 들어보자. 전 세계적으로 이와 유사한 속담이 내려오고 있다는 사실에 새삼 놀라웠다. 그런데 저자는 이런 의문을 제시한다. 일찍 일어나는 새는 다른 새가 일어나기 전에 벌레를 잡을 수 있다고 하지만, 우리 생활은 아침으로 시작해서 저녁으로 끝나는 하루살이가 아니다. 아침에 일어나기 힘들면 전날 저녁 미리 벌레를 잡아놓고 자면 된다. 그 후 다음날 늦게 일어나더라도 그 새는 굶을 일이 없는 것이다. 오히려 일찍 일어나는 새는 전날 일찍 잠에 든 탓에 다음날 벌레가 없어 굶을 일이 생기는 수가 있다. (전날 저녁형 새가 벌레를 모두 잡아버려서.) 어쩜 이렇게 내 심정을 속 시원히 풀어주는 사례인지 감탄을 금치 못했다.

잠, 이 한 가지로 인해 우리 삶이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보며 다시 한 번 잠자기의 중요성을 깨닫게 된 계기도 되었다. 아침에 힘이 없고 기분이 안 좋은 사람, 아침에 학습능력이 떨어지는 사람, 봄 타는 여자, 가을 타는 남자. 이 모두가 우리의 체내 시계로 인한 것이라고 한다. 그저 흥밋거리로 한 번 보고 지나칠 내용이 아니라 좀 더 심도 있는 연구를 통해 인간이 효율적이고 행복한 삶을 살아갈 수 있길 바란다. 그리하여 저자의 말처럼 자신과 타인을 더 잘 이해할 수 있고, 시간을 더 소중이 여기고, 수면 패턴에 대한 선입견이 만들어낸 마음의 짐에서 해방될 수 있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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