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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면하는 벽
조정래 지음 / 해냄 / 2012년 4월
평점 :
조정래 작가의 새로 출판된 책이라는 말에 일말의 고민도 없이 선택하게 된 책이다. 조정래 작가의 책은 '허수아비춤'이라는 책으로 처음 접하게 되었는데, 그때는 이 작가의 책인지도 모르고, 줄거리가 마음에 들어 무작정 읽고 그 책에 반했던 기억이 난다. 그 후에 조정래 작가의 작품이라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되었다. 제목부터가 "외면하는 벽"이다. 이 책의 제목을 읽는 순간부터 대충 어떤 내용을 다루고 있을지 예상이 되었고, 기대가 되었다. 새카만 표지에 두꺼운 양을 자랑하는 이 소설. 처음에는 장편소설인줄만 알았는데, 단편소설이었다.
읽는 내내 불쾌감과 가슴 한켠이 답답해짐을 느꼈다. 그 중에서도 '우리들의 흔적'을 읽으면서 다분히 사무적이고 공적인 회사 속의 분위기를 너무나도 실감있게 표현한 것만 같아서, 실제로 회사생활이 저럴 것만 같아서 더 마음 한 켠이 불편했다. 그것은 너무나 사실적으로 그려져있었기 때문이다. 다소 극적으로 '죽음'에 관련된 이야기가 많이 등장한다. 요새 현대인들의 죽음에 대해 받아들이는 시선이 이 정도로 무관심하고, 자기 이익만 생각하는 모습을 참 사실적으로 표현하였다. 이 책의 제목처럼 '외면하는 벽'을 읽으면서는, '어떻게 저런 생각을 하지?', '너무 심한거 아니야?' 극적인 상황이라고 생각되었지만 얼마 전, 우리 아파트 아랫층에서 화재사고가 났던 일이 생각났다. 남편만 애타게 찾던 아주머니들, 보험은 들어놨을까 상의하던 물어보던 사람들, 어느 층에서 화재가 난 것인지 알아보기 바쁘던 사람들, 화재가 난 집이 어떤 가정인지 물어보던 사람들, 그냥 동네 불 구경하러 나온 사람들, 무슨 대단한 일이라도 난 것 마냥 사진 찍기 바쁘던 사람들. 이 편을 읽으면서 특히나 마음이 불편했던 이유는 우리 아파트의 모습을 보는 것 같은 착각이 일었기 때문이다. 이 편에서 작가는 아파트를 "외면하는 벽"이라고 표현하였다. '벽 하나를 사이에 놓고 위아래, 양옆으로 사람들이 사는 아파틉니다."(270p중에서). 이런 비유 자체가 마음이 아팠다. 나도 10년을 넘게 몸 담고 지내온 고향집이 아파트이다. 처음에는 옆 집, 윗 집 층 별로 누가 살았는지, 어떻게 지내는지, 이사를 오면 방문해서 인사도 나누고, 떡도 돌리고 했던 게 불과 6,7년 전이었던 것 같은데 지금은 우리 앞집에 누가 사는지도 제대로 알지 못한다. 이로서 한 번 쯤 이 책을 읽으면서 이런 사실적인 묘사에 답답함을 이겨내고서라도 읽어볼만한 필요성을 느끼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