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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미안
헤르만 헤세 지음, 이상희 옮김 / 책만드는집 / 2017년 9월
평점 :
처음 이 책을 읽기로 마음먹었던 때가 언제인지는 잘 기억나지 않는다. 서른한 살이 되어 읽는 데미안은 생각보다 많이 흥미로웠고 술술 읽혔다. 물론 모든 내용을 하나하나 곱씹으며 정독했다고 하기 어렵지만 와닿는 문장과 마음을 울리는 문구들이 참 많았다. 이 책은 어린 왕자에 이어 내 인생 책으로 손꼽고 싶다. 가끔 내면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싶을 때, 삶에 지칠 때, 나의 데미안을 찾고 싶을 때 또 한 번씩 꺼내어 읽어보아야겠다.
학창 시절 이 책을 읽었다면 정말 좋았겠다는 생각이 들지만 이십 대 중반 즈음에도 읽히기 쉽지 않았던 이 책이, 아마 그때는 눈에 잘 안 들어왔을 것 같다. 그렇게 이 책을 통해 내 유년 시절, 그리고 학창 시절을 다시 한번 되돌아볼 수 있었고, 내가 그동안 살아오면서 겪었던 성장통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게 되었다.
성장하기 위해서, 진정한 어른이 되기 위해서 나 자신의 진정한 내면을 들여다보기 위해서는 알을 깨고 나와야 한다. 그런데 그 알을 깨고 나오는 과정은 쉽지 않은 고난과 역경의 연속이다.
나는 착한 아이 증후군에 빠져서, 나는 착한 사람이라고만 생각하고 살았던 것 같다. 가끔 나에게 악한 모습이 나오면, 그 모습을 애써 부정하려고 했었고, 회피하려고 했었던 것 같다. 이 책에 등장하는 두 개의 세계에서 밝은 세계는 선의 세계이다. 그러나, 싱클레어도 어둠의 세계에 많은 유혹을 당했었고, 실제로 방탕하고 나쁜 길에 몇 번 들어서곤 했다. 그러나, 그때마다 데미안을 통해 다시 밝고 올바른 세계로 돌아올 수 있었다. 누구나 사람은 양면성이 존재하고 선과 악을 오고 가는데, 나는 어쩌면 그동안 그것의 존재를 부정하려고 했었던 것 같다. 창피하지만 이제서야 나는 진정한 어른이 된 것만 같은 생각이 들었다. 그렇지만 늦게나마 이제라도 이 책을 접할 수 있어서 참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었던 것 같다.
이 책을 통해 나 자신을 좀 더 이해하고 가끔은 이기적인 내 모습도 괜찮다고 다독여줄 수 있는 마음이 생겼기 때문이다. 그런 모습을 보일 때마다 입체적인 인간의 양면성을 이해하고 그런 나 자신도 이해해 주고 보듬어 주고 더욱 단단한 사람이 되기 위해 끊임없이 자아성찰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싱클레어가 초등학생 때 처음 악마의 세계에 들어올 때,프란츠 크로머를 만나 그를 두려워하며 부모님보다도 큰 존재로 인식했던 모습은 정말 인상적이었다. 나의 과거를 되돌아보게 하여 괴로움과 동시에 그때의 내 모습을 이해하고, 나만 그렇게 힘든 과거를 겪었던 것이 아니고, 다들 그런 순간들이 있었다는 것을 깨닫고 한 편으로 위로받을 수 있었다.
중요한 것은 내 내면의 마음을 치유하고 어떻게 극복해나갈 것인지의 차이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