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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문점 ㅣ 이호철 문학재단 총서 1
이호철 지음 / 북치는마을 / 2012년 12월
평점 :
이 책은 정확하게 말하자면 판문점2이다. 판문점1은 1960년대 책의 주인공이자 작가가 판문점을 2번 방문하고 그를 바탕으로 당시의 상황과 심정을 적은 작가의 문학관을 엿볼 수 있는 소설이다. 그러부터 50년 뒤 2012년 남북 관계에 초점을 둔 후일담에 관하여 담고 있다. 80대 노인들의 대화를 통하여 2012년 남북 관계를 놓고 그들이 갖고 있는 생각을 엿볼 수 있었다. 그들은 전직 신문기자인 '영호'와 원로 소설가 '진수'이다. 작가이자 소설의 주인공 '진수'는 고 김정일 장례를 보며 받은 충격으로 북한을 대하는 젊은 세대의 시각이 많이 달라진 것을 느끼고 남북 관계에 대한 고민을 이 소설에 담았다. 이것이 판문점2이다.
그는 50년이 지난 지금 남북 관계가 더 악화되었고, 북한 형편이 실상 더 어렵고 힘들다는 것을 알게 되고 그들에 대한 연민과 안타까움을 글에 담았다. 김일성이 세상을 떠났을 때 대학생들은 평양으로 조문을 가려고 시도를 하기도 했는데, 김정일 사망에 대해서 대학가는 놀라울 정도로 조용하고 차분하다는 것이다. 작가는 젊은 세대에서 이제는 북한의 일상이 더 이상 충격이 아닌 남의 일이 되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예전에는 보수는 북한 체제 붕괴를 노렸고, 진보는 북한과 교류하고 협력하기 바랐다면 현재는 기성세대와 북한을 바라보는 시각이 아예 다른 현 젊은 세대들을 접하고 당혹감과 안타까움을 이 소설에 담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작가는 북한 출신으로 1950년 12월 친족을 모두 북에 남겨두고 혼자 월남한 월남 작가이다. 그는 북한에 있는 가족들에게 남한에서 자신이 잘 살고 있다는 사실을 알리고자 판문점을 다녀와 소설을 등단하게 된다. 그렇지만 그로부터 장작 50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우리는 천안함 침몰과 연평도 포격 사견을 겪은 세대이다. 피가 섞인 가족이 북한에 살고 있지도 않다. 그들과 북한을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것에 대한 안타까움을 담은 그의 소설을 보면서 나 또한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1961년 이 소설을 세상에 내놓을 때 작가는 1980년 즈음이면 통일이 될 것이라 생각했다고 한다. 다들 그랬을 것이다. 우리의 분단이 이렇게까지 장기화될 것이라고 누가 생각이나 했을까? 한 5년 전까지만 해도 나는 그래도 통일은 돼야 한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그런데 시대가 바뀌고, 많은 일들을 겪으면서 북한과 우리는 앞으로 나아가는 방향이 너무 다르다는 것을 깨달았다. 공산체제의 무서움을 주변국들을 통해서도 간접경험하면서 더욱 그렇게 생각하게 된 것 같다.
이 책을 읽으면서 2012년으로부터 10년이라는 시간이 흐른 지금은, 작가의 생각이 어떻게 바뀌었는지 궁금해서 검색을 해보았지만, 애석하게도 지금은 작고하셨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는 지난 장작 50년이라는 시간 동안 오매불망 통일만을 간절히 기다리고 계셨을 것이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그때 남북 관계에 대한 솔직한 마음을 잘 말하지 못했던 것이 마음 한구석에 아쉬움이 남아있어 마지막으로 솔직한 마음을 판문점 2를 통해 담아내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