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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오랫동안 그녀를 꿈꾸었다
티에리 코엔 지음, 박명숙 옮김 / 밝은세상 / 2013년 1월
평점 :
절판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꿈꿔봤을 것 같다. 적어도 이 책을 읽으면서 '나만 이런 걸 꿈꾸는 게 아니었구나'라고 생각했다. 꼭 책을 사기 위함이 아니더라도 서점의 분위기와 공기가 좋았던 나는, 한때 서점에서 운명의 상대를 만날 수도 있지 않을까? 나와 비슷한 취향을 가진 이상형을 만난다면 어떤 느낌일까? 홀로 그런 기대감을 품으며 서점을 방문했던 적도 있었던 것 같다.
책을 읽으면, 글을 보면 작가가 보인다. 작가가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 사람인지 글을 보면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책을 읽으면서 작가가 궁금해지고, 책을 읽는 독자는 상상의 나래를 펼치며 그 책을 쓴 작가가 궁금해진다. 그와 나 홀로 상상 연애를 하기도 한다. 충분히 실현 가능성 있는 스토리였다. 빛과 같은 소설을 마주하고, 그 책의 저자와 직접 만나게 된다면 어떤 느낌일까? 하는 기대감과 함께 이 책을 펼쳐보게 되었다.
1인칭 주인공 시점으로 요나와 리오르의 이야기가 차례로 펼쳐진다. 덕분에 독자는 각각의 입장에서 솔직한 그들의 생각을 엿볼 수 있다. 요나는 꿈속에서 본 한 여자에게 첫눈에 사랑에 빠진다. 그는 여성용 잡지사에서 편집 일을 하는데, 어느 날 부모님이 모두 사고로 돌아가시고, 일을 그만두고 우연한 계기로 서점에서 일을 하게 된다. 그곳은 참 이상적인 서점이다. 베스트셀러를 파는 곳이 아니라 독자들이 책과 사랑에 빠지기를 바라는 곳. 리오르는 간호사 일을 하는데 어느 날 우연히 자신의 딸 병간호와 친구가 될 목적으로 루치아니의 요청을 받고 셀레나의 병간호를 하게 된다. 셀레나는 불치병을 앓고 있었는데, 그녀는 매일 리오르가 책을 읽어줄 것을 원했다. 하루는 요나가 일하고 있는 서점을 가보라고 권한다. 그렇게 리오르는 매주 화요일 아침 서점을 방문한다. 요나는 꿈속에서 본 여자를 실제로 보고 사랑에 빠진다. 그녀 역시도 그를 마음에 들어 했다.
그러나, 사랑에 서툴고, 사랑이라는 감정을 알아차리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는 자신의 감정에 솔직하지 못한 두 남녀가 만나서 두 사람이 사랑을 이루기까지 매우 오랜 시간이 걸려서, 읽는 독자의 입장에서 애가 많이 탔었다. 사실 기대보다는 약간 실망을 했었다. 내가 생각한 가슴 떨리듯 흥미진진한 연애소설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다소 진부한 내용들이었다. 소설 중반부까지도 두 사람은 서로 연애도 하지 못한다. 그래서 대체 그들은 언제쯤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는 걸까? 언제 사귀는 걸까? 에만 집중하면서 읽게 되었었다.
그러면서도 사랑에 상처가 깊고, 남자를 잘 믿지 못하는 그녀와 꿈속에서 만난 그녀에게 첫눈에 반하여 오랫동안 꿈에 그리던 이상형인 그녀를 만나게 되어 놓치고 싶지 않고 그녀에게 상처를 주고 싶지 않아서 소중히 대하고 조심스러워하던 두 사람이 실제로 사랑을 이루는 것을 보고, 부러운 마음도 들었다. 사랑에 빠지게 되는 과정에 대한 묘사가 매우 섬세하게 표현되어 있다. 이런 게 사랑일까? 하면서 진정한 사랑을 깨닫게 되는 두 남녀의 러브 스토리.
사랑은 '빛과 같은 소설'이다. 자신의 운명과도 같은 소설을 접하게 된다면 얼마나 기쁠까? 나에게도 그런 소설이 있는지 생각해 보게 되었다. 책을 좋아하는 독자의 입장에서 그런 책을 발견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부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어린 왕자'를 정말 좋아하는 나이지만, 내 운명과도 같은 소설인지는 잘 모르겠다. 나도 언젠가는 그런 책을 꼭 접하게 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