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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개의 담론 - 라캉이론과 21C 시대정신
조종혁 지음 / 지식과감성# / 2022년 5월
평점 :
품절
관계에 있어서 소통은 나이가 어리든 적든 항상 난제 중의 난제인 것 같다.
막연하게 나이가 들면 뭐든 익숙해질거라 생각했다. 뭐든지 자연스레 익히게 될 거라 생각했다.
그 중의 하나가 바로 소통이다.
인간은 어떻게 행동하는 존재이며 왜 그렇게 행동할까?
인간은 어떻게 소통하는 존재이며 왜 그렇게 소통하는가?
저자는 위의 두 화두에 대해서 라캉이 제시한 네 개의 담론(주인담론, 지식담론, 히스테리담론, 정신분석가담론) 도식을 통해 현재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 현대인들의 정신세계와 행태적 특성, 그들의 소통행위에 투영된 오늘의 시대정신 전반에 관해 정신분석학적 이해의 폭을 넓혀보자는 취지에서 글을 썼다고 한다.
그렇다면 기본적으로 담론이란 무엇일까.
책에 의하면 담론이란 한마디로 그룹 간 힘겨루기의 말이라고 한다.
단순히 힘의 논리(순수 계급 갈등)에 의한 이야기가 아닌 넓은 의미의 문화적 갈등, 복수의 하위문화 그룹 간 헤게모니 갈등으로 이해될 수 있다는 것이 저자의 설명이다.
다시 말해 우리는 항상 우리에게 주어진 사회적 역할과 상황에 맞는 말을 해야한다고 생각하고, 또 그것이 '정상적'이라고 사고한다. 틀에서 벗어나지 않는 말, 그것이 바로 기대되는 말이고 정상적인 말, 옳은 말을 담론이라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소통이란 무엇일까.
소통이 무엇이길래 사람들은 소통을 원하다 못해 갈구하는 걸까.
저자가 이야기하는 소통이란 과정이다.
과정이라니. 내가 듣고 보고 배우고 깨달았던 것은 소통은 전달이었는데, 과정이라니.
저자는 "소통은 흐르는 강물처럼 생동하는 유기체들 사이를 굽이치는 동태적 과정"이라고 이야기한다.
즉, 내가 말을 하고 있는 순간에도 화자와 청자, 그리고 그들의 심리적/물리적 상황, 기호, 채널(어떠한 일을 이루는 방법이나 정보가 전달되는 경로)의 성격은 끊임없는 변화의 과정에 있다. 그래서 소통은 불확실하고 역동적이다.
소통이 어려울 수밖에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었다. 나는 A를 이야기했는데 상대는 B라고 받아들일 수도 있는 상황이 비일비재 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인간은 누구나 해독의 자유를 누리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내가 사과라는 단어를 적어 상대에게 전달하고 의미를 묻는다면,
누구는 먹는 사과를 떠올릴 것이고,
누구는 잘못을 뉘우치고 용서를 빌 때의 사과를 떠올릴 것이고,
누구는 사회와 과학의 줄임말로 사과를 떠올릴 수도 있다.
하지만 내가 전달하고자 한 의미를 상대가 떠올리지 못했다고 나무랄 수는 없다.
누구도 타인의 의미작용에 간섭할 권리나 힘을 갖고 있지 않기 때문이라고 저자는 이야기한다.
그렇다면 소통은 언제나 불완전 할 수밖에 없는데 왜 우리는 그토록 완전한 소통을 하고 싶어하는 걸까.
나와 내 앞의 상대의 세계를, 우리와 또다른 세계를 이어주는 것은 소통 밖에 없을 텐데 세계와 단절하고 살고 싶지 않은 이상 우리는 소통에 대해 끊임없이 생각하고 연구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우리가 '원하는' 소통을 할 수 있는 궁극적인 방법은 없는 것일까.
상대가 그리고 이어지고 싶은 세계에 반복적으로 소통을 시도하는 것으로는 인간의 욕망과 결핍의 치유를 위한 해결책은 아니라고 저자는 이야기한다.
그렇다면 우리가 라캉이 도식화한 네 개의 담론(주인담론, 지식담론, 히스테리담론, 그리고 분석가담론)에서 무엇을 얻어야 하는 걸까.
사실 소통에 답이 존재하지 않듯이 우리가 주고 받고 듣는 담론도 그 형식과 종류는 끝없이 생성될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가 소통의 문제에 있어서 보편적으로 접할 수 있는 큰 네가지 담론이 지닌 특징과 유형에 대해 저자의 이해와 개인적인 경험, 서술을 통해 이에 대한 나의 시선을 정립하고 소통과 담론에 대해 보다 넓은 사고를 해 볼 수 있도록 도와준 책이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