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동시집 을유세계문학전집 132
요한 볼프강 폰 괴테 지음, 장희창 옮김 / 을유문화사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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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19년에 쓰인 시를 읽는 일이 쉽지는 않다. 14세기 페르시아 시인 하피스 얘기가 나오고, 신화에 대한 은유가 끝없이 나온다. 을유문화사의 꼼꼼한 주석 덕분에 완독할 수 있었다. 특히 단어에 대한 설명은 각주로, 시의 배경에 대한 긴 해설은 미주로 달아 준 것이 너무 좋았던 포인트!

그런데 유일하게 주석 없이도 웬만큼 이해할 수 있는 시가 있었으니, 바로 괴테가 자신의 사랑을 노래한 <줄라이카 시편>이다. 역시 사랑 얘기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누구에게나 재밌는 거구나…ㅎㅎ 노년에 쓴 시가 맞나 싶을 정도로 순수하게 사랑에 대해 이야기하는 괴테를 지켜 보는 일이 즐거웠다.

▪️ 차분히 주변을 둘러보면 알리라,
사랑만이 우리를 깨우쳐 준다는 것을.

▪️ 질투심이 마구 날뛰려 하거든
그것이 그 굶주림 자체를 삼키게 하라.

▪️ 사랑하는 사람은 길을 잃지 않아요.
사방이 아무리 흐릿해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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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쳤다는 것은 정체성이 될 수 있을까? - 광기와 인정에 대한 철학적 탐구
모하메드 아부엘레일 라셰드 지음, 송승연.유기훈 옮김 / 오월의봄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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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추천 독자: 우울증, 불안 장애, 공황 장애, 양극성 장애, 조현병 등의 단어가 멀게 느껴지지 않는 분 (참고: 한국은 우울증 환자 100만 명 시대다…)

📌 함께 읽으면 좋은 책: <모두가 가면을 벗는다면> - 데번 프라이스

💬 지난 번 <사이보그가 되다> 독서 모임에서, “사회적 불편을 떠나, 스스로에게 심각한 고통을 초래하는 정신 장애에서도 다양성이라는 가치를 찾을 수 있을지 잘 모르겠다“는 이야기가 나왔었다. 충분히 해볼 만한 고민이고, 아마 이 책이 그런 고민에 대한 실마리가 되어 줄 수 있을 것이다.

솔직히 읽기 쉬운 책은 아니었다. 내용이 광범위한 데다 무척 급진적이다. (퀴어 프라이드에 대해 이해하는 사람도 많지 않은데… 매드 프라이드에 대해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하지만 무조건적으로 ‘매드 프라이드 운동은 옳으니 지지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책이 아니라 좋았다. 저자는 매드 프라이드에 대해 철학적/사회적 맥락에서 철저히 ‘논증‘한다. 이 과정에서 내가 한 번도 해 본 적 없는 생각을 할 수 있게 되고, 나와 사회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힌트를 얻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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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가면을 벗는다면 - 자폐인 심리학자가 탐구한, 자신의 모습으로 살아가는 법
데번 프라이스 지음, 신소희 옮김 / 디플롯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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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천 독자: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를 재밌게 시청한 분, ‘과민하다’는 말을 들어본 적 있는 분, 사회 생활용 자아가 따로 있는 분

💬 자폐인 사회 심리학자가 자폐증에 관해 쓴 책이다. 이 책에 따르면 자폐 스펙트럼은 정말 다양하고,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자폐 스펙트럼에 해당한다. 저자가 처음으로 블로그에 글을 썼을 때 ‘저도 자폐인인가요?’라고 묻는 메일이 5000통 넘게 쌓였을 정도라고 한다. (특히 사회적 소수자일수록 증상을 무시 당하는 경향이 있어 자폐 진단률이 낮아진다는 충격적인 사실…)

하지만 이 책은 당신이 자폐인인지 아닌지 구별하는 법을 가르쳐주기 위한 것이 아니다. 그보다는 자폐인의 여부를 떠나 많은 사람들이 사회의 요구에 적응하기 위해 가면을 쓰고 살아갈 수밖에 없는 이유, 그런 사회가 모두에게 해로운 이유, 그리고 가면을 벗고 살아가는 법에 대해 이야기하는 책이다. 한 마디로, 모든 사람이 더 진실된 나로 살아갈 수 있게 도와주는 책이다.

그렇다고 이상적인 얘기를 늘어놓는 책은 절대 아니다. 현실적으로 자폐 진단을 받는 것이 도움이 되는지, 주변인에게 자폐인이라는 사실을 밝힐 필요가 있는지 등 쉽게 대답하기 어려운 문제에 대해 저자의 경험과 수많은 신경다양인의 사례를 들어 실질적인 해답을 알려준다.

자폐에 대해 더 잘 알고 싶은 사람은 물론, 사회적 가면을 쓰고 살아가며 실존적 고통을 겪고 있는 사람들에게 강력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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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너 자매 (리커버) 을유세계문학전집 여성과 문학 리커버 에디션
이디스 워튼 지음, 홍정아 외 옮김 / 을유문화사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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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디스 워튼의 중단편 세 편이 수록되어있는 책. 각각의 단편이 다른 매력을 발한다.

중편 소설 <버너 자매>는 아마 장녀라면 더 공감하며 읽을 수 있을 것 같은데, 개인적으로는 비극적인 스토리보다 두 자매 사이의 미묘한 감정선이 흥미로웠다.

이어서 단편 <징구>는 훨씬 가벼운 분위기다. 지적 허영심이 가득한 상류층의 모습을 보며 깔깔 웃는 한편, 나의 태도에 대해서도 반성해 보게 된다.

끝으로 <로마열>은 단편 소설의 매력을 가감 없이 보여 주는 작품이다. 맨 마지막 대사를 읽고 나면 이 단편 소설을 처음부터 다시 한번 읽고 싶어질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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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친구가 되는 법
박현민 지음 / 창비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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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부터 그림책을 한 달에 두세 권 정도 꼭 읽고 있다. 사실 그림보다는 글이 먼저 눈에 들어오는 사람이라 그림책을 보면서도 그림에 감동 받는 경우는 많지 않은데, 이 책은 펼치자마자 감동 받았다.

그래픽도, 레이아웃도, 색감도 너무 아름답다. 페이지를 넘기는 내내 즐거웠고, 대체 이런 프린팅 방식을 뭐라고 부르는지 궁금해졌을 정도. (게다가 양장본에만 있는 붙인 면지까지 알차게 활용한 부분에 한 번 더 감동!)

예티를 자연에 빗대어 자연을 대하는 인간의 바람직한 태도를 보여 주는 내용으로, 내용도 좋았다.

특히 유진은 갑자기 화를 내는 예티를 통제할 수 없었다고 짚어 준 부분이 좋았다. 유진이 아주 가끔씩만 예티를 만나 쌀국수를 먹는다고 해도(자연과 거리를 둔다고 해도) 여전히 가끔씩은 위험한 일이 발생할 것이다. 그것이 자연의 본질이다. 우리는 이 사실을 너무 자주 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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