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새다발 너머로 청색의 하늘이 펼쳐져 있었다. 하늘의 색이 지금처럼 단단해 보이기는 처음이었다. 너무 단단해서 푸른빛이 도는 강철의 반들반들한 표면처럼 느껴졌다. 어떤 것도 하늘을 뚫고 그 바깥으로 나갈 수 없을 것 같았다. 그런 강철 같은 하늘이 억새밭 저 너머 마을까지, 마을 너머 산머리까지, 그리고 자갈톱 너머 하구까지, 하구 저 너머 잿빛의 바다까지 뻗어 있었다. 그는 백팩을 열어 서울에서 사온 번개탄을 꺼내 비닐포장을 뜯었다. 그러곤 아이들이 뒷좌석에 먹다 둔 버터쿠키 양철 케이스를 조수석 바닥에 뒤집어놓고, 번개탄을 그 위에 올려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