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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왕자 -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야기, 불한 완역판, 개정판 인디고 아름다운 고전 시리즈 1
생 텍쥐페리 지음, 김미성 옮김, 김민지 그림 / 인디고(글담)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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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걸 읽으려고 도서관에 갔던 건 아닌데. 찾던 책 옆에서 우연히 발견한 이 어린 왕자가 놀랍게도 내 인생 첫 어린 왕자였다. 그간 내가 얼마나 책과 거리가 먼 사람이었는지. 내게 있어 어린 왕자는 초등학생 때 했던 한컴 타자 연습 긴 글 연습 두 페이지 정도.. 가 전부였다...

어제의 선택에 아주아주 만족한다. 특히 여러 출판사의 여러 번역들 중에 이 책을 선택하길 잘했다. 일단 삽화가 예쁘다. 내가 상상했던 어린 왕자의 이미지와 찰떡. 수채화 그림들이 예쁘다. 다른 번역본을 읽어본 적은 없지만 매끄럽게 읽혔다.

어른 되기 싫다. 어쩔 수 없이 나이를 먹어야만 한다면 사회에 찌든 어른 말고 동심을 유지한 유쾌한 어른이 되고 싶다. 나에게 진짜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잊지 않는, 시간과 정성을 소중한 것에 쏟아 길들일 수 있는, 그리고 길들인 모든 것에는 책임을 지는 어른.

카페 옆자리에 앉은 어른들의 수다 소리가 들린다. “내 말의 요지를 모르겠나 봐?! 집안에서 가장 걱정하던 내가 가장 부자가 됐다고!”
(이 얘기가 들리자마자 블로그를 켰다. (엿들은 건 죄송하지만) 잊기 전에 이 우스운 대화를 기록하고 싶었다.)

“그런데 그게 뭐가 중요하죠?”
‘어른들은 정말 너무 이상해.’

돈 얘기 말고도 할 이야기가 많은 어른이 돼야겠다. 목표 하나가 더 생겼다. 재미있는 이야기 많이 가지고 있는 멋진 할머니 되기!! 손주들이 친구들에게 ‘우리 할머니 진짜 재밌어.’라고 자랑할 수 있는 할머니가 돼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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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사랑했던 정원에서
파스칼 키냐르 지음, 송의경 옮김 / 프란츠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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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곡의 형태를 띤, 산문시 같은 소설. 음악과 자연, 죽음과 사랑에 관한 이야기.

저자 파스칼 키냐르가 ‘책과 음악상‘을 수상할 때 했던 수상 소감을 빌려보자면

˝이 책은 음악에 대한 찬가입니다. 죽은 이들에 대한 애도와 그리움의 음악, 위로가 되는 음악, 새들의 노랫소리에 담긴 생생한 자연의 소리 같은 그런 음악 말입니다.˝


저자는 사제이자 음악가였던 ‘시미언 피즈 체니‘의 삶을 희곡의 형태로 담아냈다. 그는 살아생전 사제로도 인정받지 못했고 그의 악보 또한 여러 차례 출판사에서 거절당했지만, 그가 자연의 소리를 기보한 악보를 사후 그의 아들(극 중에는 딸인 ‘로즈먼드‘)이 출판하게 되고 이후 음악가로서 인정받게 된다.

그가 사제로서의 책무는 뒤로 한 채 정원을 가꾸고 자연의 소리를 기보하는 삶을 살아가게 되는 전환점에는 아내의 죽음이 있었다. 그의 아내는 어린 나이에 딸 로즈먼드를 낳다가 죽었다. 시미언은 아내의 죽음이 딸의 탓이라고 생각해 로즈먼드에게 거리를 두었고, 아내가 하던 정원 가꾸기를 이어받았다.

평생을 아버지에게 외면당하던 로즈먼드는 20대 후반까지 아버지를 모시다가 거의 내쫓기듯이 독립하게 된다. 아버지에게 인정받지 못하며 자라와서인지 독립한 그녀의 삶도 순탄하지만은 않다. 그녀가 자유로움을 느낀 때는 아버지가 죽은 이후, 그녀가 중년이 된 후였다.

˝위로라는 발상 자체가 난 너무 싫어!
조의란 얼마나 역겨운 개념인지!
차라리 고통스러운 게 낫다고!˝

‘자신의 고통을 나누는 건 배신이다.‘
이게 늘 속으로 생각했던 바야!
죽은 이들과 홀로,
독대하고 싶어.
옛 존재의 추억들, 말 없는 이미지들,
세세한 수많은 일을
혼자 되새기고 싶은 거지!

시미언의 아내를 향한 사랑, 아내의 죽음으로부터 얻은 고통과 슬픔을 잘 보여주는 구절이다.

그냥 끝까지 죽은 아내를 그리워하다가 간다. 남은 사람들보다 죽은 아내가 먼저일 만큼 아내를 사랑했나 보다. 그렇게까지 딸에게 등을 보였어야 했나 싶긴 하다. 함께한 시간보다 그리워 한 시간이 많기에 아내에 대한 환상에 씐 건 아닌가 싶기도 하다. 그의 애도 방식을 존중하긴 한다.

시미언 피즈 체니가 썼던 ˝야생 숲의 노트˝를 들어보고 싶었으나 실제로 연주한 음원은 찾을 수 없었다. 출판사에서 몇 번 플루트로 이를 연주하는 북 콘서트(?)를 열었다고 하는데 영상이 남아있거나 하진 않았다. 수도꼭지에서 반쯤 찬 양동이 속으로 똑똑 떨어지는 물소리를 어떻게 표현했을지 궁금했는데. 아쉽다.

전체적으로 아름답고 문학적인 책이다. 감성을 키우기에 충분한. 밝고 소음이 있는 공간보다는 조금 어두운 곳에서 조용히 혼자 있을 때 읽기 쉬웠다. 지하철/카페에서는 잘 안 읽혔다. 그냥 흘려보내기에는 아까운 글이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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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자의 기억법 복복서가 x 김영하 소설
김영하 지음 / 복복서가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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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자라는 소재부터 간결한 어투와 빠르게 전개되는 스토리까지 한순간도 긴장을 늦출 수 없었다. 요즘 집어 드는 책 족족 재미가 없어서 책태기가 왔나 싶었는데 그냥 재미없는, 나랑 안 맞는 책들이었던 것 같다. 이 소설은 계속 읽고 싶을 정도로 흡인력이 좋았다. 차가운 분위기가 무서웠지만 다음 스토리가 궁금해서 틈틈이 읽었다. 어디까지가 진실이고 어디부터가 거짓인지 모를 알츠하이머 살인자 주인공의 이야기를 읽어서인지 이 책을 다 읽고 잔 밤 악몽을 꿨다. 도나(조카)가 학교에서 괴롭힘을 당하고 와서 화가 잔뜩 난 채로 학교에 찾아가 담임 선생님에게도 화를 내고 같은 반 아이들에게도 엄청 화를 냈는데 다음날 도나네 엄마(사촌 언니)랑 다시 찾아가 보니 선생님도, 반 학생들도 존재하지 않았고 그냥 그 학교가 폐교였던... 꿈을 꿨다. 이 책이 그런 내용이었다. 뭐가 진실이고 거짓인지 알 수 없는 혼란의 연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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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의 증명 은행나무 시리즈 N°(노벨라) 7
최진영 지음 / 은행나무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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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한 형태였을까
아님 그보다 더한 무엇이었을까

담이 구를 걱정하는 마음
구가 담을 기다리는 마음
단 한순간도 ‘왜‘라는 단어가 솟아날 틈이 없었던,
사랑이라는 두 글자로 정의 내리기엔
터무니없이 부족한 그런 마음

마음인지 감정인지 느낌인지,
아무튼 형용할 수 없는 그것을 훔쳐본 것 같다

그 사람 없이 행복할 바에야 함께 불행하길 바라고,
내가 대신 죽어 떠나길 바라고,
불에 태울 수 없고 땅에 묻을 수 없으니
기꺼이 먹겠다는 바람을,
이제서야 사랑이 뭔지 조금씩 느껴가고 있는
나로선 감히 상상할 수조차 없는 그것을 훔쳐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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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과 루비
박연준 지음 / 은행나무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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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전 겨울, 책과는 도통 친하지 않던 내가 책을 좀 읽어야겠다고 다짐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때에 도서관에서 집어 든 책 중 하나는 박연준 시인의 산문집 <인생은 이상하게 흐른다>였다. 선택의 이유는 단순했다. 형광 연두색의 표지와 제법 맘에 든 제목, 그리고 특이한 일러스트 덕분이었다. 책을 읽지 않던 내게 박연준 시인의 글은 신세계였다. 살면서 듣지도 보지도 못했던 은유와 표현이 가득했기 때문이다. ‘이런 게 책이구나…!’ 연신 감탄하며 문장을 담아냈다. 단숨에 박연준 시인의 글에 마음을 빼앗기고 또 다른 산문인 <쓰는 기분>을 구입했다. (아직까지도 읽지는 않았다…)

그리고 이번에 골라든 책은 박연준 시인의 장편 소설인 <여름과 루비>였다. 이 책을 골라든 이유 첫 번째는 제목에 ‘여름’이 있어서이고 두 번째는 박연준 시인의 글이라는 것이었다. 여름보단 겨울을 좋아하는 나인데 유독 이번 여름은 이대로 보내기가 아쉬워 제목에 “여름”이 들어간 책들을 마구 골라집던 찰나에 작가님의 이름이 눈에 밟혔다.

원래의 나라면 (‘원래’라는 단어를 정말 싫어하지만) 이 정도 두께의 책을 다 읽는 데에 적어도 일주일은 걸렸을 것이다. 조금 읽고 핸드폰 하고 조금 읽고 밥 먹고 조금 읽고 …. 하지만 이 소설은 앉은 자리에서 서너 시간 만에 완독해버렸다. 하루에 독서기록을 두 권이나 쓰게 되다니. 나로선 신기한 기록이다. 그만큼 소설의 몰입도가 좋았다. 끊김 없이 읽고 싶었다. 어렵지 않은 내용이었는데 문장들이 아름다웠다.

이번에도 작가님의 글은 신세계였다. 소설인데 시 같았고, 시인 동시에 이야기였다. 그동안 쓴 글이라곤 일기장에 늘어놓은 비밀밖에 없던 나를 시인의 말투 털끝만큼이라도 흉내 내보고 싶게 만드는 글이었다. 얼른 <쓰는 기분>을 꺼내들어야겠다. 그러고 보니 박연준 작가님의 시는 한 편도 읽어본 적이 없다. 여름과 루비의 이야기가 끝나고 책 뒤편에 전승민 문학평론가 님이 쓴 “해설”에 인용된 시들을 보니 내가 받아들일 수 있을까... 싶긴 했지만 그래도 한번 들여다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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