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과 루비
박연준 지음 / 은행나무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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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전 겨울, 책과는 도통 친하지 않던 내가 책을 좀 읽어야겠다고 다짐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때에 도서관에서 집어 든 책 중 하나는 박연준 시인의 산문집 <인생은 이상하게 흐른다>였다. 선택의 이유는 단순했다. 형광 연두색의 표지와 제법 맘에 든 제목, 그리고 특이한 일러스트 덕분이었다. 책을 읽지 않던 내게 박연준 시인의 글은 신세계였다. 살면서 듣지도 보지도 못했던 은유와 표현이 가득했기 때문이다. ‘이런 게 책이구나…!’ 연신 감탄하며 문장을 담아냈다. 단숨에 박연준 시인의 글에 마음을 빼앗기고 또 다른 산문인 <쓰는 기분>을 구입했다. (아직까지도 읽지는 않았다…)

그리고 이번에 골라든 책은 박연준 시인의 장편 소설인 <여름과 루비>였다. 이 책을 골라든 이유 첫 번째는 제목에 ‘여름’이 있어서이고 두 번째는 박연준 시인의 글이라는 것이었다. 여름보단 겨울을 좋아하는 나인데 유독 이번 여름은 이대로 보내기가 아쉬워 제목에 “여름”이 들어간 책들을 마구 골라집던 찰나에 작가님의 이름이 눈에 밟혔다.

원래의 나라면 (‘원래’라는 단어를 정말 싫어하지만) 이 정도 두께의 책을 다 읽는 데에 적어도 일주일은 걸렸을 것이다. 조금 읽고 핸드폰 하고 조금 읽고 밥 먹고 조금 읽고 …. 하지만 이 소설은 앉은 자리에서 서너 시간 만에 완독해버렸다. 하루에 독서기록을 두 권이나 쓰게 되다니. 나로선 신기한 기록이다. 그만큼 소설의 몰입도가 좋았다. 끊김 없이 읽고 싶었다. 어렵지 않은 내용이었는데 문장들이 아름다웠다.

이번에도 작가님의 글은 신세계였다. 소설인데 시 같았고, 시인 동시에 이야기였다. 그동안 쓴 글이라곤 일기장에 늘어놓은 비밀밖에 없던 나를 시인의 말투 털끝만큼이라도 흉내 내보고 싶게 만드는 글이었다. 얼른 <쓰는 기분>을 꺼내들어야겠다. 그러고 보니 박연준 작가님의 시는 한 편도 읽어본 적이 없다. 여름과 루비의 이야기가 끝나고 책 뒤편에 전승민 문학평론가 님이 쓴 “해설”에 인용된 시들을 보니 내가 받아들일 수 있을까... 싶긴 했지만 그래도 한번 들여다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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