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사랑했던 정원에서
파스칼 키냐르 지음, 송의경 옮김 / 프란츠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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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곡의 형태를 띤, 산문시 같은 소설. 음악과 자연, 죽음과 사랑에 관한 이야기.

저자 파스칼 키냐르가 ‘책과 음악상‘을 수상할 때 했던 수상 소감을 빌려보자면

˝이 책은 음악에 대한 찬가입니다. 죽은 이들에 대한 애도와 그리움의 음악, 위로가 되는 음악, 새들의 노랫소리에 담긴 생생한 자연의 소리 같은 그런 음악 말입니다.˝


저자는 사제이자 음악가였던 ‘시미언 피즈 체니‘의 삶을 희곡의 형태로 담아냈다. 그는 살아생전 사제로도 인정받지 못했고 그의 악보 또한 여러 차례 출판사에서 거절당했지만, 그가 자연의 소리를 기보한 악보를 사후 그의 아들(극 중에는 딸인 ‘로즈먼드‘)이 출판하게 되고 이후 음악가로서 인정받게 된다.

그가 사제로서의 책무는 뒤로 한 채 정원을 가꾸고 자연의 소리를 기보하는 삶을 살아가게 되는 전환점에는 아내의 죽음이 있었다. 그의 아내는 어린 나이에 딸 로즈먼드를 낳다가 죽었다. 시미언은 아내의 죽음이 딸의 탓이라고 생각해 로즈먼드에게 거리를 두었고, 아내가 하던 정원 가꾸기를 이어받았다.

평생을 아버지에게 외면당하던 로즈먼드는 20대 후반까지 아버지를 모시다가 거의 내쫓기듯이 독립하게 된다. 아버지에게 인정받지 못하며 자라와서인지 독립한 그녀의 삶도 순탄하지만은 않다. 그녀가 자유로움을 느낀 때는 아버지가 죽은 이후, 그녀가 중년이 된 후였다.

˝위로라는 발상 자체가 난 너무 싫어!
조의란 얼마나 역겨운 개념인지!
차라리 고통스러운 게 낫다고!˝

‘자신의 고통을 나누는 건 배신이다.‘
이게 늘 속으로 생각했던 바야!
죽은 이들과 홀로,
독대하고 싶어.
옛 존재의 추억들, 말 없는 이미지들,
세세한 수많은 일을
혼자 되새기고 싶은 거지!

시미언의 아내를 향한 사랑, 아내의 죽음으로부터 얻은 고통과 슬픔을 잘 보여주는 구절이다.

그냥 끝까지 죽은 아내를 그리워하다가 간다. 남은 사람들보다 죽은 아내가 먼저일 만큼 아내를 사랑했나 보다. 그렇게까지 딸에게 등을 보였어야 했나 싶긴 하다. 함께한 시간보다 그리워 한 시간이 많기에 아내에 대한 환상에 씐 건 아닌가 싶기도 하다. 그의 애도 방식을 존중하긴 한다.

시미언 피즈 체니가 썼던 ˝야생 숲의 노트˝를 들어보고 싶었으나 실제로 연주한 음원은 찾을 수 없었다. 출판사에서 몇 번 플루트로 이를 연주하는 북 콘서트(?)를 열었다고 하는데 영상이 남아있거나 하진 않았다. 수도꼭지에서 반쯤 찬 양동이 속으로 똑똑 떨어지는 물소리를 어떻게 표현했을지 궁금했는데. 아쉽다.

전체적으로 아름답고 문학적인 책이다. 감성을 키우기에 충분한. 밝고 소음이 있는 공간보다는 조금 어두운 곳에서 조용히 혼자 있을 때 읽기 쉬웠다. 지하철/카페에서는 잘 안 읽혔다. 그냥 흘려보내기에는 아까운 글이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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