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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에 울다
마루야마 겐지 지음, 한성례 옮김 / 자음과모음(이룸) / 2009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소설의 주인공 ‘나’는 사과밭을 가진 농가의 외아들로, 아버지와 사과농사를 지
으면서 살아간다. 의지하던 개가 죽은 후에도, 부모가 모두 세상을 떠난 후에도,
40세가 넘었지만 여전히 혼자 살아가고 있다. 그리고 한 번도 마을을 떠나 살아본
적이 없다. 인생에서 딱 한 번 3년 동안 마을에서 손가락질 당하던 한 여자를 사랑
한다. 주인공은 그 여자, 야에코가 마을을 떠났다가 다시 추운 겨울 날 마을로 돌
아와 생을 마감할 때까지 오로지 그 사랑을 음미하면서 살아간다. 주인공의 방에는
사계절 풍경이 담긴 병풍이 있고, 그 속에 달이 떠 있고, 비파를 타는 법사가 그려
져 있다. 태어나서부터 지금껏 한 번도 변함없이 그 병풍 앞의 이부자리에서 잠을
잤고, 그동안 무수한 세월이 하루처럼 지나가버렸다.
또 한 편의 소설〈조롱을 높이 매달고〉는 외톨이가 된 한 남자가 고향을 찾아가
고독한 영혼을 정화해가는 몸부림이 표현되어 있다. 이 소설에도 말을 탄 기사들의
환상이 일상 속에 뒤섞여 있다. 그리고 “문학을 무엇보다 경멸하면서 누구보다도
창작에 몰두하는 자세가 기본자세다”라고 말한 마루야마 겐지 자신의 문학에 대한
의식이 등장인물인 노인과의 관계를 통해 표출되어 있다.
이 소설에서 주인공 ‘나’는 직장에서도 쫓겨나고, 가족에게도 버림받은 40대 남
자로서, 사람들은 정신이 온전하지 못하다고 말한다. 그는 낡은 차에 늙은 개 한
마리를 태우고 무작정 바닷가 고향 마을을 찾아간다. 온천 지역이던 그곳은 사람이
살지 않고 폐허로 변해 있었지만, 조금씩 물이 솟는 노천온천 한 곳이 남아 있었다
. 그리고 종종 환상 속에서, 옛날에 그곳에 유폐당해 죽은 3인의 기마무사가 출현
한다. 그리고 아무도 살지 않으리라 생각했던 마을에서 우연히 한 노인을 발견하고
, 같은 마을에서 자란 노인의 딸을 가까운 K시에서 만난다. 그녀는 몸을 팔아 노인
을 부양하고, 가끔 마을로 돌아와 노인을 돌본다. 노인이 피리새를 키워 지저귀는
소리를 듣고, 매일 노천온천에 들어가 온천욕을 즐기면서 구차하게 목숨을 연명해
간다고 생각하자, 주인공은 증오심이 끓어올라 노인을 살해하고자 하는 충동이 생
기지만 결국 행동으로 옮기지는 못하고 대신 노인에게 경멸의 말을 퍼붓는다. 마을
을 떠나기로 결심한 날, 피리새 조롱을 들고 찾아갔을 때 노인은 이미 온천물에서
자살해 있다. 그 길로 마을 언덕에 올라가 나무에 피리새 조롱을 걸어놓고, 피리새
가 자유롭게 훨훨 날아가라고 조롱의 문을 활짝 열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