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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지의 그녀
고시가야 오사무 지음, 한성례 옮김 / 씨엘북스 / 2013년 1월
평점 :
겉으로는 단순한 연애소설 같지만 행간마다 따뜻한 눈길로 우리가 사는 '세상'을 보여주는 소설이다. 생각해보면 우리 모두 남들에게 쉽게 털어놓지 못하는 어려운 이야기들을 하나 둘 씩 갖고 있지 않은가. 누군가에게는 대수롭지 않은 일일지라도 나에게는 너무나도 가혹한 일들을 서로가 하나씩 가지고 있기에 설령 길거리에서 눈물을 흘리고 있는 사람을 만나더라도 결코 남일처럼 대하긴 어려울 것이다. 여기 등장하는 '코스케'와 '마오' 역시 특별한 인간이 아닌, 바로 우리들의 모습일지 모른다.
이 책의 강점은 로맨스 소설임에도 불구하고 넘치는 스릴감을 동시에 제공한다는 점이다. 10년 만에 우연치 않게 재회하는 두 남녀 이야기는 진부한 클리세처럼 보일지 몰라도 그 후에 펼쳐지는 이야기는 결코 예사롭지 않다. 남들이 하는 예쁘고 행복한 연애를 보면서 부러워 샘이 나다가도 이상한 기분이 들어 계속 책장을 놓지 못하게 된다. 곳곳에 숨은 암시들을 발견하게 되다보면 이러다 무슨 일 하나 터질 거 같다는 불안감이 종래 사라지질 않다가도 마침내 결말을 마주하게 되면 피식 기분 좋게 웃게 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되리라 생각한다. 그 웃음을 눈가에 남겨둔 채 여운을 음미하면서 한 번 더 첫장을 펼쳐보게 되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