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디스
퍼트리샤 하이스미스 지음, 김선형 옮김 / 북하우스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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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롤의 작가로 알려진 퍼트리샤 하이스미스의 초기 단편소설 16편을 담아낸 소설집이라고 해서 궁금했다.

심리묘사가 탁월했던 전작이 꽤 재밌게 읽었던 지라 초기 소설은 어떤 느낌일지가 가장 궁금했는데, 특유의 재치가 글에 잔뜩 담겨 있어서 술술 읽혔던 책이었다.


기억에 남는 몇몇 작품들로는 

여자들만 사는 수녀원에 어쩌다가 남자아이를 데려오게 된다. 남자라곤 소설 속 글로만 존재하는 수녀원에서 이 아이는 이름도 메리, 모습도 여자로 존재하며 살아가게 된다. 물론 어릴 적엔 여자와 다를 바 없는 모습이었지만, 타고나길 남자아이인지라 자라면서 여성성은 1도 보이지 않았고, 점점 그들의 계획과 반대되는 행동을 하는 메리는 결국 이 수녀원을 탈출하려 하는데... 메리를 사랑하는 수녀들과 수녀원이 끔찍한 메리의 줄다리기 반전은 금방 나오니 첫 장부터 즐겁게 웃으며 책을 시작하게 했던 이야기라 기억에 남는다.

뉴욕의 택시운전사가 조용한 시골에 자리 잡기 위해 이주 해왔으나 마을에서 쉬쉬하는 아이와 어울린다는 이유로 최고로 멋진 아침에서 기억하고 싶지 않은 하루로 변질되는 이야기는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시간에 온갖 감정을 겪게 만드는 이주인의 불안한 심리를 잘 담아낸 작품이라 이것도 꽤나 인상적이었다.

조금 길거나, 아주 짧거나, 분량은 정말 다 달랐는데 몰입도는 한결같이 높아서 재밌게 읽었던 단편집이었다. 개인적으론 동화집 같은 느낌이어서 꽤나 많은 연령대가 읽어도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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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원더 아르테 오리지널 14
엠마 도노휴 지음, 박혜진 옮김 / arte(아르테)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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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브는 간호사다. 나이팅게일의 제자라고 하면 더 이해가 쉬울까? 정확하게 말하면 나이팅 게일의 일반 간호사가 아니라 교육생이었지만, 일반 사람들은 그게 중요한게 아니었다. 봉사정신과 희생정신을 바탕으로 환자를 대할것 같은 그녀는 사실 병원에서 수간호사에게 2주간 환자를 능숙하게 보살필 간호사가 필요하며, 아일랜드를 오가는 비용과 생활비까지 모두 제공된다고 이야기를 들었고, 그에 따른 충분한 보상이 있을것을 기대하고 이 먼곳까지 오게 되었다고 했다. 수고에 따른 충분한 보수, 색다른 경험을 기대하고 오게된 아일랜드 였다. 하지만 마을 입구에서부터 더러운 옷차림의 마을 사람들과, 배가 고파 굶주려 빗물을 받아 마시려는 아이들을 보며 자신이 생각했던것과 다름을 인지하기 시작했고, 화려하진 못해도 깨끗하고 쾌적할것이라 생각했던 숙소가 아닌 일반 술집에 마련된 잠자리일 뿐이라는것, 자신이 돌봐야할 환자가 사실 환자가 아니라 4달간 소량의 물만으로 생존한 아이를 관찰하는것이라는 황당 무개한 사실을 전달받게 되고 혼란 스러워진다. 사람이라면 음식물을 장기간 섭취하지 않고 생존을 할 수 없다는걸 잘 아는 의료인인 리브는 의심을 멈추지 않지만, 그간 아이를 관찰한 주치의의 말에 일단 2주간 나이든 수녀와 자신이 번갈아가며 24시간 아이를 밀착 감시하며 직접 미스터리를 파헤치기로 결심하며 이야기는 시작이 된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더 원더의 영화 원작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순서야 아무래도 좋지만 기왕이면 먼저 원작을 읽고 영화를 보고 싶은 마음에 서둘러 읽었던 이야기였다.


4개월간 단식한 신비소녀 애나는 어딘가 묘하게 현실과 어울리지 않는 느낌이 있었다. 그래서 더 의심스러웠고, 아이답지 않은 성숙함이 주변을 의심하게 만들었다.

종교에 집착적인 부모님과 단식으로도 일상생활을 이어나가는 아이를 신성하게 여기는 주변 사람들, 그리고 아이의 기도를 받는 대신 돈과 음식을 교환하는것 같은 태도등이 더욱 수상하게 느껴졌다.

생각보다 건강한 모습이었지만 묘하게 부어있는 하지 그리고 죽은 오빠에 대한 죄책감을 보이는 애나의 태도를 유심히 지켜보았으며, 매일매일 아이의 바이탈사인을 관찰하는 등 전문가 다운 모습으로 관찰자점 시점으로 애나를 바라보는 모습들이 인상적이었다. 

처음엔 왜 아이가 단식을 하게 되었는가가 궁금했고, 정말 하나도 먹지 않는가에 초점을 맞춰 주인공과 함께 의심해갔는데, 마지막에 왜 아이가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되었는지 알게 되면서 꽤나 분노했던것이 기억에 남는다. 먹을것이 부족한 시기 사람들이 보고 싶은것만 보고 믿고 싶은것만 믿게 만드는 욕심이 아이를 단식하게 만든게 아닌가 싶었고, 죽음을 선택하려던 아이를 자신만의 방법으로 구출한 리브가 진정 대단하게 느껴져서 마무리까지 완벽한 이야기였다.

원작을 어떻게 해석할지 영화로 꼭 만나고 싶은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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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을 낼 수 없는데 힘을 내라니 - 잘 살려고 애쓸수록 우울해지는 세상에서 사는 법
고태희 지음 / 현대지성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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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울증을 겪어내고 있는 사람으로 살고 있는 이야기가 궁금했다.

어릴 적 부터 꽤나 잘했던 공부, 부모님 속을 썪이지 않던 착한 딸, 남부럽지 않는 성과에 잘나가던 대기업에서부터 스타트업 회사의 이사까지 올라가며 승승장구하던 어느 날, 꽤나 호탕하고 좋은 사람이라고 느꼈던 사람에게 계속된 혐오적 대화와 가스라이팅으로 이직 6개월만에 휴직계를 냈고, 그 마저도 두달만에 퇴사를 종용당해 버렸다. 한 사람에게 벗어나면서 끝날것 같던 문제가 가시를 품었던 말들이 계속 되뇌어지며 아무것도 할 수 없고, 아무것도 아닌 사람이 되어 버린 기분을 느끼게 된다.

언제부턴가 삐걱되던 부모님과의 관계부터, 말도 안돼는 이유로 자신을 미워했던 담임 선생님 때문에 겪었던 부당한 대우, 트리거가 되었던 마지막 직장 상사와의 사건까지 개인의 깊은 사생활을 이야기하는건 당시의 감정들이 기억나게하는 과정이고, 남에게 쉽게 털어놓을 수 없을 수 있는 부분이라는 생각이 있는데 그 시기의 감정까지 함께 자세히 다뤄지고 있었다. 여러 책을 읽었지만 내면의 공감을 이끌어내는 과정이 생생하게 느껴져 작가님이 굉장히 용감하고 멋지다고 느껴졌다. 이런 부분들로 인해 우울증을 겪어 내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공감과, 우울증을 이해하고 싶은 사람들에게는 충분한 설명이 될것 같다는 생각이 들다.

위장관계질환으로 의심하고 찾아간 병원에서 우울증을 먼저 발견한 이야기와 실제 심리상담과 진단까지 이어진 경험은 우울증을 의심하지만 집에서 자료만 찾아보는 사람들에게 도움될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었고, 현재 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들에게 자신에게 맞는 약을 찾아가던 여정과 자살에 대한 솔직한 경험 등은 절실하게 이 과정을 이겨내고 싶어 하는 작가님의 의지가 전해져 함께 이겨낼 수 있는 응원을 하고 싶어지게 될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전과 다르게 요즘은 정신과 질환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는 한편, 짧은 이해를 갖는 경우가 많은데, 이런 사례들이 많이 소개되어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상처주지 않는 사회가 만들어졌으면 하는 개인적 바램을 갖게 했다.
이 책은 완치자의 이야기가 아니고 겪어내고 있는 과정을 담고 있어서, 꽤나 여러 부분에서 많은 도움을 줄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그런적이 없는데 왜 그렇지?부터 내가 그래서 이랬구나!라는 도움을 줄 수 있는 책이라서 우울증과 조울증, 그리고 함께 겪는 양극성장애에 대한 궁금증이 있는 사람들과 꼭 함께 읽고 싶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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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는 꼴찌부터 잡아먹는다 - 구글러가 들려주는 알기 쉬운 경제학 이야기
박진서 지음 / 혜다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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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는 어렵다. 그래서 함부로 시작할 수 없는 학문이라고 생각했고, 경제와 관련된 신문기사나 뉴스가 나오면 찾아서 보진 않고 지내왔다. 워낙 경제 용어도 생소한지라 이번 책에서 몇 퍼센트나 알아들을 수 있을지 걱정스러웠는데, 나와 비슷한 독자들을 겨냥 해서 쉽게 풀어준 책이라 여러모로 재밌게 읽었던 책이었다. 

경제학의 뼈대를 이루는 개념부터, 항상 오르막길만 걷던 황금기에서 추락을 맞봤던 IMF 시기를 겪었던 작가님의 이야기와 회사들이 이야기하는 사업 계획서에 대한 비현실적인 이야기, 경제를 모르는 경제학자들이라는 오명을 쓰게 되는 이유, 경제는 정치, 법률, 사상, 문화 등 다른 영역들과 밀접한 관계를 갖게 되는 이유와 정치와 경제는 함께하면 안 된다는 주장과 정치와 경제는 뗄레야 뗄 수 없다는 주장을 하는 우리나라의 유명 경제학자인 김수행 선생님에 대한 일화들, GDP의 문제점과 빈곤 지수를 이야기한 센지수를 만든 센의 이야기, 공급은 스스로의 수요를 창출한다는 세이의 법칙에 반기를 들며 수요의 중요성을 강조한 케인스의 이야기와 스테그 플레이션을 겪으며 하이에크의 신자유주의 사상을 이야기한 반대파의 의견까지, 경제에 대한 주장을 돌고 돌며, 모든 경제학자들의 주장에는 이유가 있다는 생각을 갖게 했다.

생각보다 경제 학자들은 서민들을 위해 많은 노력을 해왔고, 우리들은 그 들의 이론들을 바탕으로 발전한 문물들을 누리고 살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사회적 불평등을 가지고 살아가는 이유와 그것을 해결할 방도에 대한 끊임없는 연구와 자기주장을 내세우는 사람들 덕에 우리는 지금도 살아가고 싸워가고 현실로 증명해 내는 느낌이었다. 솔직히 알아듣지 못한 내용들도 많지만 읽으면서 무슨 이야기를 하려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

알기 쉬운 경제학 책을 원하는 바라면 충분히 만족할 수 있을만한 책이라고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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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들의 세계 트리플 15
이유리 지음 / 자음과모음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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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리 작가님의 신작을 꽤 오래 기다렸다.

첫 번째 작품집을 읽고 너무 독특한 소재와 개성 있는 주인공, 그리고 유머러스한 작가님의 스타일에 흠뻑 빠져버려서였는데, 이번에도 짧은 이야기가 아쉬울 만큼 만족스럽게 읽었던 작품집이었다.


모든 것들의 세계에서 주인공 고양미는 죽은 망자이다. 죽기 전 게임 세상에서 열심히 노력한 결과 전체 서버에서 3등을 한 길드를 운영한 길마였고, 죽어서도 사람들이 자신을 기억하는 계기가 된 것을  자랑스러워하는 중이었다. 하지만 부모님에게는 꽤나 불효였던지, 결혼을 못 한 것에 대해 매번 핀잔을 먹고 있었고, 죽어서도 포기 못한 부모님이 영혼결혼식을 거행하게 되며 낯선 남자 영혼을 만나게 된다. 물론 그 남자도 평범한 사람은 아니었다. 게이라고 했다. 영혼결혼식조차 쉽게 진행되지 않는 두 사람은 영혼결혼식이 깨지는 조건이 꽤나 수고스럽기에 우선은 배우자가 된 남자 영혼이 보고 싶어 한 애인을 함께 만나러 간다. 굉장히 쿨하고 사람다움이 남아있는 영혼들에게도 소멸되는 제약의 상황이 꽤나 이유리 작가님스러워서 굉장히 기억에 남는 이야기였다.


마음 소리는 왠지 있을법한데 굉장히 있을 수 없는 이야기였다. 사람들은 자신의 마음을 들려주는 마음 소라라는 물건을 갖게 되는데, 이것은 딱 한 번 타인에게 줄 수 있고, 그 사람만이 마음의 소라 속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대학교 교양 수업에서 스치듯 만난 인연인 도일은 순수하고 적극적인 구애 끝에 주인공과 연인이 되었고, 고백의 개념으로 자신의 마음의 소라를 주었지만, 어느 연인들처럼 그들은 헤어짐을 맞이하게 된다. 마음의 소라를 돌려주지 않고 끝난 그들에게 꽤 오랜 시간이 흐른 뒤에 도일의 부인이 주인공을 찾아오게 되고, 마음의 소라를 달라고 이야기한다. 

타인의 마음을 듣는 일을 상상해 본 적이 있지만, 어떤 매개체로 인하여 내 마음을 노출시키는 일은 생각해 본 적이 없어서 굉장히 새롭고 재밌는 경험이었다. 

페어리 코인은 요정을 키우는 부부의 이야기였다. 법 없이도 살 것 같은 남편 우진이 전세금 사기를 당하면서 전 국민 사기극인 페어리 코인 작업에 가담하자고 이야기를 한다. 페어리 코인이란 자신의 집에 있는 요정을 사업안으로 내세운 사기극으로 사람들의 기대 심리에 한탕주의를 하려는 현철의 꼬임에 넘어가냐 마냐 하는 상황이 그려졌다. 사람은 쉽게 악해지지 못하고, 요정을 키우는 선한 사람인 주인공은 끝내 자신이 생각하는 선을 지키는 결말이 마음에 들었다. 


있을법한데 현실에 전혀 없는 이야기를 써내는 이유리 작가님의 머릿속이 항상 궁금했다. 그래서 다음 작품이 더 기대되는 작가님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에도 역시 실망시키지 않는 소재와 필력으로 팬심을 더 끌어올리게 한 이번 트리플 시리즈. 너무 만족스럽게 읽어서 이유리 작가님의 팬들에게 얇아서 실망하지 말고 무조건 책을 펼치라고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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