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글로 지은 집 - 구십 동갑내기 이어령 강인숙 부부의 주택 연대기
강인숙 지음 / 열림원 / 2023년 1월
평점 :
먹고 사는 일만큼이나 중요한 주거에 관한 이야기
이어령 교수님과 강인숙 교수님의 60년 인생을 함께한 집에 대한 이야기가 굉장히 궁금했다.
서재가 유명한 두 부부에게도 단칸방의 시절이 있었다고 한다. 그리고 자신의 집을 얻기까지 16년이란 세월이 걸렸고, 그보다 더 어려운 삶의 과정이 집과 함께 역사처럼 기록되어져 있었다.
사귄지 오년이나 되었는데 결혼할 생각이 없자, 결혼할 것이 아니면 이쯤에서 끝내라는 어머니의 말에 너무 놀랐다고 한다. 가난한 연인에 한마디 잔소리 없던 어머니가 처음 꺼낸 이야기였고, 그 말을 계기로 두 사람은 결혼을 하기로한다. 가진게 없어 가난하지만 마음이 잘 맞던 두 사람은 살 집을 구해야 했는데, 가난할 수록 월세는 안되니 변두리에 전세라도 얻으라는 어머니의 말에 변두리에 방하나 얻어 소소하게 결혼식을 올렸다고 한다. 하지만 첫번째 단칸방은 주인들이 통째로 월세를 얻어 전세를 놓은 집이었고, 그렇게 도배지 한장만 붙이다 만 신혼방에 자리를 잡게 된다. 버스편이 없고 임신까지 해서 밤길을 다닐 수 없던 사정이 되자 값싼 수업료를 낸 셈 치고 석달 만에 그 집에서 나올 수 있었다고, 단칸방 시절은 일명 신혼 기간이었는데, 남들 다가는 신혼 여행도 안가, 새색시의 상징인 꽃분홍 치마도 사십일만에 집어가 잃어버린다. 좁은 공간에 손님이 끊이지 않았던 3개월을 보내고, 방 두개만 있는 일각 대문집으로 이사를 가게 된다. 방은 두칸이 되었지만 작고 격이 낮았으며 북향이라 불이 잘 들어오지 않아 겨우내 추운집, 정류장이랑 가까워 오십프로나 비싼 집에서의 생활이 시작된다. 첫 아이를 낳고 생활비를 아끼며 생활하던때 충격적인 소식을 얻게 되는데 아버님 댁에 생활비를 보내야한다는것, 처음에는 어려운 살림에 돈을 보내는게 맞나 싶은 생각이 들었는데 이어령선생님 집안의 이야기를 듣다보니 가족애가 남다른 양반 집안의 효도는 당연한것이었고, 노년을 극진히 모시는 두 부부와 형제들의 모습이 꽤나 보기 좋았다.
그렇게 또 얼마 안가 좋은 곳으로 이직을 하게되어 성북동에서 청파동 1가로 이사를 가게되고, 주인집과 출입문도 따로 있는 단독주택으로 이사가게 된다. 이어령 선생님이 경기고등학교에 부임한 1년의 시기였는데 그 시기 제자들고 인연이 오래 지속된 이야기, 강인숙 선생님의 대학원 진학기 등을 들을 수 있었다.
다시 1년 후 친구의 집인 이층집에 세든 이야기였다. 그시기는 강인숙 선생님이 갑상선 기능 항진증으로 고생한 시기였는데, 그때 치료를 받다 악성빈혈로 쉰살까지 고통받게 된 이야기와 곰팡이핀 장판때문에 겪은 고초, 4.19의 시절을 겪은 이야기가 기억에 남는다. 1961년 드디어 결혼한지 사년만에 연립주택 장만하게 되고, 그 시절엔 계엄령을 겪게 된다. 이어령 선생님의 한국일보 논설위원 시절이었는데 일제 말기와 비슷한 탄압을 겪었다느걸 알게 되었다.
화폐 단위가 바뀌며 구단위와 신단위를 묻던 1963년에는 신당동으로 이사를 가게 되었는데, 어머니와 함께살게된 집이었고, 일본색이 짙은 집이어서 대대적인 내부수리로 일본색을 몰아낸 이야기가 담겨져 있었다. 콩됨질이라는 천연도료에 대한 이야기는 이 책에서 처음 접한 부분이라 굉장히 기억에 남았다.
신당동에서 다시 성북동 1가 이층집, 그리고 마지막의 현재의 집인 평창동으로 이사하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흘렀고, 그 동안 많은 사람들과 인연을 맺고 살아가는 내용들이 담겨져 있었다.
파란만장한 세월을 책 한 권으로 느낄 수 있었다.
점점 좋아지는 집이 눈 앞에 그려졌고, 그 시간 동안 꾸준히 노력한 두 사람의 결과가 집이라고 생각 되었다. 인복이 많은 두 부부에게 집만큼이나 따뜻한 인연들이 많았고, 복잡복잡한 사람 냄새나는 집이 머릿속에 그려졌다.
집이란 보금자리라고 생각한다. 지내기 편하고 아늑한 곳을 찾아 계속 이동하며 보낸 젊은 시절이 고생스럽기도 했지만 그런 시절이 있었기에 지금이 있게 했다는걸 느낄 수 있었다.
많은 사람들과 나누고 싶다는 평창동집, 사진과 설명으로도 꼭 가보고 싶은 곳이 되었다. 예쁜 정원과 문학을 직접 느낄 수 있는 집을 강인숙 선생님이 계시는 동안에 꼭 방문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한 집이야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