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험이 언어가 될 때 채석장 그라운드 시리즈
이소진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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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청 두껍지 않아서 쉽게 읽힐거라고 생각했다. 근데 곱씹고 곱씹다가 생각보다 좀 시간이 걸렸다.

작가님이 의도한것 처럼 쉽게 읽히지만 어려운 책이었다.

일단 나는 페미니즘에 관한 책은 지금처럼 찾아서 읽는 편인데도 불구하고, 실천적 학문이라는 페미니즘을 읽고도 읽고만 끝낸 사람이 나였다는걸 알게 되었다.
여성 혐오의 상황과 직접적인 언어표현, 페미니즘 자체에 대한 혐오를 주변에서 우스갯소리로 희화화 할때 나 역시 동참하는 분위기로 웃고 넘겼던 부분이 있었다는걸 떠올라 부끄러웠다. 

이외에도 혐오에 대해 나는 혐오하지 않았나에 완벽한 대답을 할 수 없었고, 보편의 기준점이란 틀에 박혀진 생각에 갖혀 살아가고 있던 내 모습을 반성하게 했다. 

무지는 잔인하다는 표현이 꽤나 기억에 남는다. 작가님꽤나 자기고백적인 글을 쓰는 사람이었는데, 흑역사라고 생각할 부분도 과감하게 털어놓으며, 자신의 무지의 과거가 몸서리쳐지게 창피했음을 이야기 했다. 근데 그런 과거들이 나와 별반 다르지 않아서 부끄러움은 오히려 내 몫같다는 생각이 되려 들었다. 타자를 대립법으로 설정하는 이분법적 사고는 현재도 적용되는 이야기였고, 이런 인식이 어떠한 결과를 낳는지도 잘 알게 되었다. 

어려운 단어인 '타자화'에 대해 적절한 예시로 이해가 쏙쏙 되었고, 페미니즘을 단순하게 여성과 남성 이렇게 이분법적 시각으로 이야기하다보면 꽤나 안좋은 방향으로 흐르게 된다는 현재 사회적 분위기에 대한 이야기도 공감이 갔고, 아직도 존재하는 눈에 보이지 않는 여성의 계급에 관한 이야기와 대학시절 여자 마초로 살아왔던 생존의 방법 같던 이야기, 자본주의의 이점과 그 이점에 숨겨진 그림자, 소비와 부채에 관한 이야기들이 꽤나 적당한 깊이감이 있게 다뤄지던 책이었다.

남성중심인 세계는 꽤나 오래전부터 존재해왔고, 우리는 변화지 않는 환경에서 저항하며 살아가는 존재라는 생각이 들었었다. 기운빠지는 사건 사고를 겪으며, 의지가 강해지기도하고, 꺾이기도 하며, 나이를 한살한살 먹어가는데, 그럼에도 스스로에게 질문을 게을리하지 않고, 무지하지 않아야하며, 어떻게 하면 더 많은 사람들과 함께 살아갈지 고민해야한다는걸 알 수 있었다. 나역시 누군가의 시선에서는 기득권일 수 있다는걸 간과 했는데, 이번 기회에 깨닫게 되었고, 보편적이다라는 반경을 넓혀서 생각해야겠다는 반성을 하게 되었던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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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러 - 경계 위의 방랑자 클래식 클라우드 31
노승림 지음 / arte(아르테)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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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스타프 말러가 궁금해졌다.

구스타프 말러는 경계인이라고 했다. 오스트리아에서는 보헤미아인으로, 독일인들 사이에서는 오스트리아인으로, 세계에서는 유대인으로 불려졌고, 결국 그는 이방인으로 보여졌다. 사실 어릴때부터 몽상을 좋아하고 스스로 고독을 양분 삼아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한 사람이라는걸 알게 되었다. 예술 이면의 인간다운 모습이 함께 담긴 말러를 알아보는 방구석 여행기였다.

빈과 뉴욕의 말러의 발자취를 따라 천천히 따라가다보면 유년기부터 시작해 전성기와 마지막 발자취까지 함께 할 수 있었다.

사실 말러가 사망한건 1911년이었으므로 100년이 지난 현재에 말러의 흔적이 남아있을까 싶었는데, 생각보다 그의 흔적을 많이 찾을 수 있다는게 신기 했다.

 말러가 태어난지 3개월만에 떠난 마을도 말러 애호가들의 자발적 후원금으로 복원이 되어 있었고, 군사적 요충지이자 어릴적부터 뛰어 놀던 앞마당 마사릭 광장은 아침마다 울려퍼지는 점호 나팔소리와 군악대의 연주회를 상상하기에 어울리진 않았지만, 말러의 재능이 시작된 곳이라니 눈여겨 보게 되었던 곳이었다. 시대가 시대인지라 어릴적부터 형제들의 죽음을 목도하게 된 이야기와 어린 소년 말러가 안식처로 삼았던 말러 공원에서 어린 시절 말러의 몽상이 가능하게한 푸르름이 꽤나 인상적이었다.

음악가로 자라지 못할뻔한 눈에 띄지 않는 소년 말러에서 유명한 피아니스트 율리우스 엡슈타인의 조언으로 빈으로 유학을 가게 된 사연, 빈의 심장이라고 불리우던 빈국립오페라극장의 웅장한 모습, 음악감독으로 부임하고 빈 최고의 유명인사가된 말러, 그리고 작곡가로는 혹평을 받고 연주자들에게 미움을 받는 말러의 모습이 눈에 그려지는 이야기들이 흥미진진하게 느껴졌다.

이외에도 남성편력이 대단했던 말러의 부인 알마의 이야기와 미완의 교향곡의 숨겨진 이야기들이 꽤나 개인적으로 신선했고, 기억에 남는 부분들이었다.

말러의 여러가지 다양한 이야기에 집중하며 읽으니 그의 음악 세계가 조금이나마 이해되는것 같았다. 시대적 흐름에 휩쓸리지 않고, 자신이 하고 싶은 음악에 집중하는 음악가적인 모습과, 인간적인 고독함이 평생 뒤따랐던 사연들이 꽤나 안타깝기도 했다. 그래도 마지막까지 본인이 하고 싶은걸 고집하고 독착적인 예술을 실현해낸 음악가라고 생각이 되었고, 그런 고집이 있었기에 어떤이에게는 새로운 이정표의 역할이 된 위인이 된게 아닌가 싶었다. 말러의 서사가 궁금한 나같은 사람에게 꼭 한번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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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 지은 집 - 구십 동갑내기 이어령 강인숙 부부의 주택 연대기
강인숙 지음 / 열림원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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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고 사는 일만큼이나 중요한 주거에 관한 이야기

이어령 교수님과 강인숙 교수님의 60년 인생을 함께한 집에 대한 이야기가 굉장히 궁금했다.

서재가 유명한 두 부부에게도 단칸방의 시절이 있었다고 한다. 그리고 자신의 집을 얻기까지 16년이란 세월이 걸렸고, 그보다 더 어려운 삶의 과정이 집과 함께 역사처럼 기록되어져 있었다.

사귄지 오년이나 되었는데 결혼할 생각이 없자, 결혼할 것이 아니면 이쯤에서 끝내라는 어머니의 말에 너무 놀랐다고 한다. 가난한 연인에 한마디 잔소리 없던 어머니가 처음 꺼낸 이야기였고, 그 말을 계기로 두 사람은 결혼을 하기로한다. 가진게 없어 가난하지만 마음이 잘 맞던 두 사람은 살 집을 구해야 했는데, 가난할 수록 월세는 안되니 변두리에 전세라도 얻으라는 어머니의 말에 변두리에 방하나 얻어 소소하게 결혼식을 올렸다고 한다. 하지만 첫번째 단칸방은 주인들이 통째로 월세를 얻어 전세를 놓은 집이었고, 그렇게 도배지 한장만 붙이다 만 신혼방에 자리를 잡게 된다. 버스편이 없고 임신까지 해서 밤길을 다닐 수 없던 사정이 되자 값싼 수업료를 낸 셈 치고 석달 만에 그 집에서 나올 수 있었다고, 단칸방 시절은 일명 신혼 기간이었는데, 남들 다가는 신혼 여행도 안가, 새색시의 상징인 꽃분홍 치마도 사십일만에 집어가 잃어버린다. 좁은 공간에 손님이 끊이지 않았던 3개월을 보내고, 방 두개만 있는 일각 대문집으로 이사를 가게 된다. 방은 두칸이 되었지만 작고 격이 낮았으며 북향이라 불이 잘 들어오지 않아 겨우내 추운집, 정류장이랑 가까워 오십프로나 비싼 집에서의 생활이 시작된다. 첫 아이를 낳고 생활비를 아끼며 생활하던때 충격적인 소식을 얻게 되는데 아버님 댁에 생활비를 보내야한다는것, 처음에는 어려운 살림에 돈을 보내는게 맞나 싶은 생각이 들었는데 이어령선생님 집안의 이야기를 듣다보니 가족애가 남다른 양반 집안의 효도는 당연한것이었고, 노년을 극진히 모시는 두 부부와 형제들의 모습이 꽤나 보기 좋았다.
그렇게 또 얼마 안가 좋은 곳으로 이직을 하게되어 성북동에서 청파동 1가로 이사를 가게되고, 주인집과 출입문도 따로 있는 단독주택으로 이사가게 된다. 이어령 선생님이 경기고등학교에 부임한 1년의 시기였는데 그 시기 제자들고 인연이 오래 지속된 이야기, 강인숙 선생님의 대학원 진학기 등을 들을 수 있었다.
다시 1년 후 친구의 집인 이층집에 세든 이야기였다. 그시기는 강인숙 선생님이 갑상선 기능 항진증으로 고생한 시기였는데, 그때 치료를 받다 악성빈혈로 쉰살까지 고통받게 된 이야기와 곰팡이핀 장판때문에 겪은 고초, 4.19의 시절을 겪은 이야기가 기억에 남는다. 1961년 드디어 결혼한지 사년만에 연립주택 장만하게 되고, 그 시절엔 계엄령을 겪게 된다. 이어령 선생님의 한국일보 논설위원 시절이었는데 일제 말기와 비슷한 탄압을 겪었다느걸 알게 되었다.
화폐 단위가 바뀌며 구단위와 신단위를 묻던 1963년에는 신당동으로 이사를 가게 되었는데, 어머니와 함께살게된 집이었고, 일본색이 짙은 집이어서 대대적인 내부수리로 일본색을 몰아낸 이야기가 담겨져 있었다. 콩됨질이라는 천연도료에 대한 이야기는 이 책에서 처음 접한 부분이라 굉장히 기억에 남았다.
신당동에서 다시 성북동 1가 이층집, 그리고 마지막의 현재의 집인 평창동으로 이사하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흘렀고, 그 동안 많은 사람들과 인연을 맺고 살아가는 내용들이 담겨져 있었다.

파란만장한 세월을 책 한 권으로 느낄 수 있었다.
점점 좋아지는 집이 눈 앞에 그려졌고, 그 시간 동안 꾸준히 노력한 두 사람의 결과가 집이라고 생각 되었다. 인복이 많은 두 부부에게 집만큼이나 따뜻한 인연들이 많았고, 복잡복잡한 사람 냄새나는 집이 머릿속에 그려졌다.
집이란 보금자리라고 생각한다. 지내기 편하고 아늑한 곳을 찾아 계속 이동하며 보낸 젊은 시절이 고생스럽기도 했지만 그런 시절이 있었기에 지금이 있게 했다는걸 느낄 수 있었다.
많은 사람들과 나누고 싶다는 평창동집, 사진과 설명으로도 꼭 가보고 싶은 곳이 되었다. 예쁜 정원과 문학을 직접 느낄 수 있는 집을 강인숙 선생님이 계시는 동안에 꼭 방문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한 집이야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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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령들이 잠들지 않는 그곳에서
조나탕 베르베르 지음, 정혜용 옮김 / 열린책들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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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니는 일주일에 한 번 열리는 시장에서 마술 쇼를 진행하고 있다.
일주일을 꼬박 일해도 20달러가 채 안되는 돈을 벌었고, 점점 나이가 차는 자신을 후려치기하는 데커스 부인의 악담에도 마술에 대한 열정을 져버리지 않는 당찬 아가씨였다. 그러던 어느 날 40달러의 거액을 부르며 입사 시험을 권하는 남자를 만나게 되고, 사기가 아닐까 싶다가도 큰 돈에 혹하여 입사 시험을 치르게 된다. 배짱이 좋은 제니는 당연히 입사시험을 한번에 통과하게 되고, 심령주의가 만연해져가는 시대에 한 획을 그은 폭스 자매의 사기극을 만천하에 공개하는 일에 동참하게 된다. 점점 하락길을 걷고 있는 핑거턴이었지만(제니는 몰랐다), 이번에야 말로 폭스자매의 불가사의를 해결하고 핑거턴의 공로를 드 높이려 이 사건에 공을들이기 시작하고, 사랑스러운 마술사 제니의 활약과 함께 이야기도 시작된다.

완벽한 요원을 위한 교육은 따로 없었다. 한권의 핑거턴 지침서만 있을뿐... 책 한권 뿐이었지만, 제니는 완벽하게 신분을 위조해 폭스 자매에게 접근을 시작한다. 남편의 혼령과 이야기하고 싶어하는 헤이즐이 되었다가, 런던에 여행온 여행객 말릭으로 변신하기도 하면서 자매들을 완벽하게 속이고 임무를 완수하나 싶었지만, 변장술에 호락호락하게 당할 폭스 자매가 아니었다. 눈치빠른 누군가 때문에 신분을 들통나게 된다. 물론 이런 시련조차 제니는 용감하게 대처해나가며 사건의 실마리를 풀어간다. 여러방면에서 제니의 임기 응변과 재치가 이 소설의 재미를 더해줬던 부분이었다.

제니의 아버지가 집필한 <마술의길>, <핑거턴 지침서>의 설명이 중간중간 극의 해석과 재미를 더 올려주는 역할을 하고 있어 개인적으로 이부분 덕에 몰입도를 높혀줬다고 생각한다. 이외에도 역사적 사실을 기반으로한 소설의 내용이 당시 여러 상황을 짐작하고 이해할 수 있게 도왔다.

실제 요원이 되어 제니와 함께 극을 이끌어가는듯한 내용이 굉장히 매력적이었고, 마지막까지 사건의 해결을 어떻게 해결해낼것인가 기대하면서 읽었던지라 결말도 꽤나 마음에 들었다. 탐정과 마법사 사이에서 완벽하게 자신의 역할을 충실하게 행할 수 있을지와, 심령술사 폭스자매의 딱딱 소리의 비밀을 알고 싶은 사람들에게 꼭 결말까지 보라고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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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한강
권혁일 지음 / 오렌지디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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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넓은 한강에 주인공 홍형록은 몸을 던졌다. 숨이 꺼져가는 순간 다시 살아볼까? 생각했지만 그건 1g의 가치도 없는 생각이라고 생각했다.

눈을 뜬 저승은 푸르뎅뎅한 모습이었다. 작은 소녀의 짜증 섞인 목소리가 굉장히 현실적이어서 죽었는지 살았는지 파악하기도 전에 몸을 움직이기 시작해야 했다.
죽어서야 말이 많아진 홍형록은 19살의 이슬에게 질문을 쏟아내기 시작하는데, 자신이 죽은게 맞다면, 일단 이곳의 정체에 대해 알고 싶었다. 이슬의 설명에 의하면 죽은 사람이 모이는 이곳은 '제2한강'이라고 불린다고 했다. 일반 사망이 아닌, 자살한 사람들이 다시 모이는곳, 천국과 지옥이 존재한다는 사후 세계는 존재하지 않았고, 자살한 영혼을 한곳으로 몰아 넣는 제2한강 한곳 뿐이라고 했다.

제2한강은 일단 새로운 세계였다. 이 세계에 입성하면 관리사무소란 곳에서 집을 배정해주고, 식사를 제공해준다. 옷은 생전에 입었던 옷을 다시 가져다 주므로 의, 식, 주 모두 해결되는 셈이다. 돈이 필요없이 모든게 해결는곳, 거기다 시간조차 흐르지 않는다. 아등바등 살 필요가 없으니 이곳 사람들은 일단 화가 없었다. 다만 생전에 대한 후회와 제2한강에서 벗어날 '다시 죽음'을 생각하고 있었다.

제2한강에 온지 얼마안되는 형록의 안내를 맡아주는 이슬은 자신과 또래의 친구를 만나 '다시죽음'(한번 더 죽을 수 있는 방법이 있는데 이는 무로 돌아가는 일이라고 했다)을 목표를 가지고 살고 있으나 고민만 10년째라고 했다.

생의 엔딩을 고민한 사람들에게 다시 주어진 삶의 기회가 축복일지, 아니면 지옥일지, 새로운 제2한강의 삶은 어떤 모습일지 꽤나 흥미로운 주제에 새로운 시각으로 죽음을 생각해본 시간이었다.

죽음이 아름다울 수 없으나 죽음이 외롭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그것 조차 굉장히 꿈같은 일이므로 개인적으로는 이슬이의 마지막 모습이 슬프지 않았던것 같아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주인공 형록은 자신에게 한번 더 선택할 기회를 준 제2한강에서 다시죽음을 받아들일것인지, 아니면 이슬처럼 꽤나 오랜 시간 고민하게 될지 결말이 궁금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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