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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집 보는 날 책 읽는 우리 집 12
모리 요코 글.그림, 김영주 옮김 / 북스토리아이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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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돌이켜보면, 어렸을 땐 지금와 보면 좁은 골목길도 넓어 보였고, 작은 집도 한참을 다닐만큼 커 보였고, 엄마의 품도 한 품 안기고 남을 정도로 굉장히 넓게 느껴졌다. 매일 보는 익숙한 동네의 곳곳이 항상 새로웠고 하고 싶은 것도, 할 수 있는 것도 참 많았다. 하루하루가 빠짐없이 즐겁고 신났던 건 아이들만이 가진 끊임없는 호기심과 열정 때문일 것이다. 신기한 건 재미와 두려움의 한끝 차이다. 두려움은 익숙함이 낯설게 다가올 때 느낀다. 새로운 것은 호기심의 대상이지 두려움의 대상이 되진 않는다. 너무나 당연했던 일상의 한 장면이 문득 다르게 보일 때, 아이러니하게도 옴짝달싹할 수 없는 두려움이 엄습한다. 그래서 집은 가장 친밀하면서도 가장 무서운 공간이 될 수 있다.

 

 혼자 있을 때는 특히 온 감각이 곤두선다. 작은 소리, 문틈을 타고 들어오는 바람, 어른대는 그림자, 내 숨소리조차 크게 느껴진다. 나이가 들고보니 혼자만의 시간에 느껴지는 오롯한 이 감각들이 소중하게 느껴지지만 어렸을 땐 그저 무서웠다. 기억나지 않는 처음, 처음이라는 경험이 주는 더 큰 감정의 요동이 이제는 아무리 떠올리려 해도 생각나지 않지만 이 책을 보면 상상하게 된다, 작은 시절의 오들대던 내 모습이.

 

 마치 날 것의 그것처럼, 처음이란 단어가 잘 어울리는 선연히 붉은 옷을 입은 아짱이 혼자 집을 보게 되는 것이 이 책의 내용이다. 익숙한 집이란 공간이 해가 지고 어두워지며 점점 낯설게 다가오고 작은 소리 하나가 기어이 아이 특유의 상상의 나래를 건드리고야 만다. 하지만 아이는 아이다. 공포의 상황을 나름의 놀이로 바꿔버리는 놀라운 아이의 상상력은 놀랍도록 귀엽고 깜찍해 웃음이 난다. 닳고 닳은 어른이라면 그렇게 깜찍한 생각의 한 톨이라도 내어놓을 수 있었을까.

 네 살배기 나의 아이가 자라 언젠가 경험하게 될 혼자 집 보는 날의 경험이 아짱의 그것처럼 멋지기를 바래본다. 아이들만이 가진 특별한 상상력이 문득 부러운 어른이다.

 덧붙여, 일본 가정집의 일상적인 모습이 연필 특유의 세밀함으로 오롯이 복원된 그림들은 우리와는 조금은 달라 아이에게 설명하기 힘든 부분도 있었다. 다다미방에 고타츠는 우리 아이들에게 딱히 와닿지 않는 부분이기 때문이다. 귀여운 운율의 노래도 번역체라 우리말로 입에 착착 감기는 맛은 덜하다. 하지만 그 정서만큼은 만국 공통이기 때문일까, 아이는 재미있게 그림책을 보았다. 중요한 부분에만 색을 덧입혀 그림책을 보는 몰입도는 높아질 수 있었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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