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양장)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현대문학 / 2012년 12월
평점 :
품절


도서관으로 일하는 사람으로서 내겐 하나의 습관이 있다. 나는 매일 아침 출근하여 컴퓨터를 커면 일단 '네이버책 페이지(http://book.naver.com/)'를 열어본다. 새로나온 책은 무엇이 있는지, 어떤 책이 많이 팔리고 있는지 살펴보기 위함이다. '네이버책'의 메인페이지에서 그 정보들을 한 눈에 찾을 수 있다. 화면의 위쪽에는 '요즘뜨는 새책'이, 그 아래쪽에는 '이번주 베스트셀러'가 보인다. 기억해보면 내가 처음 도서관에 출근한 날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약 3년간 '이번주 베스트셀러'에 단 한 차례도 빠지지 않고 등장한 책이 있었다. 바로 오늘 소개할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이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메가히트작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을 드디어 읽어보았다. 히가시노 게이고야 워낙 유명한 작가니 더 소개할 것도 없지만, 이 책에 대해선 특별히 언급해야 될 부분이 있다. 바로 괴물같은 판매량이다. 우선 이 책은 교보문고 기준 지난 10년간 주간 종합 베스트셀러 10위 안에 가장 많이 오른 책에 선정되었다. 비록 베스트셀러 1위는 달성하지 못했지만, 약 129주(2년 6개월)동안 10위 안에 머물렀다. 더불어 본 작품은 지난 10년간 가장 많이 팔린 문학 작품 2위에도 선정이 되었다. 약 29만부가 판매되었는데, 신경숙의 '엄마를 부탁해'보다 1만부 뒤쳐진 성적이다. 이 통계가 작성된 것이 작년 9월이니 아마 지금조사하면 1위에 올랐을지도 모른다. 29만부... 우리나라의 독서율을 생각하면 정말 기적같은 판매량이다. 게다가 한국소설도 아닌 일본소설이 이토록 많이 팔리다니. 도대체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에는 어떤 내용이 담겨있길래 이토록 기적적인 판매량을 보이고 있을까?  


좀도둑 3인방 쇼타, 아스야, 고헤이는 차량과 귀중품을 훔쳐 달아다나 차가 고장나 어느 폐가에 숨어있다. 벌벌떨며 앞으로의 계획을 세우고있던 찰나 난데없이 집에 설치되있던 편지함으로 편지 한 통이 날아든다. 좀도둑 3인방은 그들의 위치가 발각된 것은 아닌지 불안한 마음에 편지를 집어든다. 편지에는 '달토끼'라는 닉네임을 가진 사람의 고민이 적혀있다. "남자친구가 암에 걸렸는데, 운동선수인 나는 곧 해외로 훈련을 떠나야 한다. 남친을 두고 가자니 미안하고, 훈련을 가지 않자니 국가대표에 선발되지 않을 것 같아 걱정된다"는게 고민의 주 내용이다. 3인방은 호기심반, 연민반으로 답장을 써서 편지함에 넣는다. 그리고 놀랍게도 곧바로 '달토끼'의 답장이 도착한다. 이해할 수 없는 점이 한 둘이 아니다. 일단 그들이 숨어든 집 주위에는 그 누구도 없다. 두번째 설령 누군가 있어서 답장을 썼다 하더라도 그토록 빨리 답장을 쓸 수는 없다.무엇보다 편지 내용으로 추정컨대 편지를 쓴 사람은 현재가 아닌 약 40년 전의 사람이다. 즉 그들은 과거의 사람과 편지를 주고받은 것이다. 좀도둑 3인방은 사태파악을 마친 후, 태어나 처음으로 의미있는 일을 해보고자 결심한다. 편지를 보내는 고민에 빠진 사람들을 위해 성심성의껏 답장을 쓰기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그들의 고민상담은 여러 사람의 인생을 바꿔 놓는다.  

 

 

 

줄거리를 보면 알겠지만 본 소설은 일종의 타임슬립 소설이다. 2016년에 큰 인기를 끌었던 드라마 <시그널>과 유사한 소재랄까? <시그널>의 무전기가 편지로, '사건해결'이 '고민해결'로 바뀌었다고 생각하면 된다. 이 소설이 한참전에 나왔으니, 김은희 작가기 이 소설에서 영감을 얻었을지도 모르겠다. 암튼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은 재미있는 소설이다. 소설 속에 나오는 다양한 에피소드 각각이 재미있지만, 무엇보다 그 에피소드들이 유기적인 관계를 맺으며 짜임새있는 결말을 유도한다는 것이 흥미롭다. '나미야 잡화점'의 정체와 각 에피소드간의 숨겨진 연결고리를 추리해가는 것도 재미있다. 그리고 생각보다 유치하지 않다. 고민들이 제법 현실적이고, 그것을 해결하는 방식도 무작정 낭만적이지는 않다(특히 '묵도는 비틀스로'가 그렇다). 덕분에 450쪽에 달하는 분량에도, 하루만에 다 읽어버렸다. 굉장히 쉽게 쉽게 읽힌다. 과연 히가시노 게이고답다. 정말 가독성에선 따라잡을 자가 없다.

그러나 본 책이 과연 29만부나 팔릴 정도로 대단한 소설인가엔 의문이 든다. 분명 재미는 있으나 특별하진 않다. 수작이지만 명작은 아니랄까? 특히 마지막 장 '하늘 위에서 기도를'은 다소 실망스러웠다. 바로 직전의 에피소드 '묵도는 비틀스로'와 달리 매우 유치하다. '하늘 위에서 기도를'을 읽으며 영화 <써니>의 결말을 떠올렸다. 그 영화에선 주인공들의 고민이 돈많은 친구의 재력으로 한 방에 해결된다. '하늘 위에서 기도를'의 주인공도 마찬가지다. 본인의 노력보단 '나미야 잡화점'에서 얻은 인생치트키로 한방에 고민을 해결한다. 이는 그 전까지 일관되게 유지되던 본 책의 교훈('모든 고민의 해답은 너 자신에게 있다. 혹은 상황를 보는 너의 관점을 바꾸면 삶의 달라질 것이다')과 전혀 무관한 내용이라 생각된다. 때문에 본 책에 대한 평가도 다소 내려갔다.

어쨌건 결말이 좀 마음에 들지 않아서 그렇지 한 번 읽어볼 만한 소설이긴 하다. 이 책의 메시지대로 결국 모든 고민의 해답은 자신에게 있다. 그것이 양자택일이든 오지선다이든, 더 마음이 가는 선택지가 있기 마련이다. 본 소설 속 등장인물들도 마찬가지다. 그들 마음속에 이미 정답이 있었다. 나미야 잡화점의 할아버지는 질문과 공감을 통해 그것을 확인시켜주었을 했을 뿐이다. 지금 여러분의 고민은 무엇인가? 해결되지 않는 고민을 가지고 있다면 이 책을 읽어보길 바란다. 정답을 얻을지도 모를 일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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