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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편하면 따져봐 - 논리로 배우는 인권 이야기
국가인권위원회 기획, 최훈 지음 / 창비 / 2014년 12월
평점 :
장면 1. 언젠가 나와 내 친구가 '여성인권'을 주제로 말다툼을 하였다. 내 친구는 우리나라에서 여성들의 인권이 상대적으로 낮은 것은 사실이나, 이 문제는 '점진적으로' '천천히' 개선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만약 여성들의 요구사항(?)을 갑자기 다 들어주면 여성상위국(?)인 노르웨이처럼 여성들이 남자들 위에 군림하게된다는 것이 그 주장의 근거였다.
장면 2. "동성애가 에이즈를 창궐시켰다.". "동성애자를 엄벌해야 한다." 2017년초 당시 자유한국당의 대통령후보였던 홍준표가 동성애와 관련하여 쏟아낸 발언들이다. 그는 이처럼 동성애와 관련된 근거없은 혐오발언을 쏟아냈고, 덕분에 보수성향의 유권자들로부터 큰 지지를 얻어냈다.
만약 당신이라면 내 친구와 홍준표의 저 말들에 대해 어떻게 반박할 것인가? 준비되지 않은 자라면 쉽사리 대답하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걱정하지 마시라. 지금 소개할 바로 이 책, <불편하면 따져봐>에 그 해답이 담겨있으니.
<불편하면 따져봐>는 인권과 관련된 다양한 편견들에 어떤 논리적 오류가 담겨 있는지 설명하는 책이다. "논리로 배우는 인권이야기"라는 부제에 걸맞게 인권을 논리학적 관점에서 분석하고 설명한다. 본 책은 국가인권위원회가 기획하였으며, 강원대학교 철학과의 최훈 교수가 집필하였다. 영화 속 인권이야기를 풀어쓴 책 '불편해도 괜찮아'의 후속작이기도 하다.
<불편하면 따져봐>에는 우리가 살면서 마주할 수 있는 인권과 관련된 다양한 편견들이 소개된다. 대표적으로 여성 차별, 동성애 편견, 지역·인종차별, 학력차별, 장애인 차별 등이 있다. 본 책에서 내가 가장 주목한 부분은 동성애 편견에 대한 내용과 학력 차별에 대한 내용이다. 사실 요즘 시대에 상식이 있는 사람이라면 여성을 차별하거나, 지역과 인종으로 사람을 판단하지 않을 것이다. 장애인 차별도 마찬가지다. 쪽팔려서라도 대놓고 그들을 차별하지는 않는다. 헌데 그렇게 '배운 사람'들조차 동성애에 대한 편견을 가지고 있거나, 학력에 따라 사람을 차별해도 된다고 주장하곤 한다. 예컨대 이런 것이다. "동성애는 자연의 섭리에 반대된다", "동성애는 선천적이 아니다", "동성애는 질병이다", "동성애는 에이즈를 유발한다" "삼류대 출신은 능력이 떨어지므로 채용등에 있어 차별해도 된다" 등등. 많은 사람들이 이런 주장에 대해선 편견이라 여기지 않고 합당하다고 생각한다. 본 책은 이런 주장에 대해서도 단호하게 "틀렸다"라고 말한다. 그리고 왜 틀렸는지 논리적인 근거를 들어 반박한다. 아주 시원시원하게 말이다.
인권을 공부하려는 사람, 혹은 주위 사람들이 뱉어대는 근거없는, 아주 무식한 편견들 때문에 스트레스받아온 사람들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본 책에서 명쾌한 해답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필자는 카타르시스를 느꼈다.
마지막으로 앞서 소개한 두 가지 장면을 이야기해보자. "여성들의 인권을 갑자기 증진시키면(남성과 동등하게 만들면), 머지않아 여자들이 남자들 위에서 군림하는 시대가 올 것이다."라는 내 친구의 주장엔 어떤 오류가 담겨 있을까? 바로 "미끄러운 비탈길의 오류"이다. 내 친구의 주장은 마치 "동물에게 갇혀 있지 않을 권리를 주면 학교에 다닐 권리나 투표할 권리도 줘야 한다"는 주장처럼 극단적이다(실제로 18세기에 집필된 책 <짐승의 권리 옹호>의 저자는 여성에게 남성과 평등할 권리를 준다면 동물에게도 사람과 평등할 권리를 주어야 한다는 개소리를 했다). 무언가를 허용했을 때 일어날 미래의 일을 과장·확대하여 예견하는 것. "미끄러운 비탈길의 오류"를 꼭 기억해두자. 홍준표의 말에 담긴 논리적 오류는 본 책에서 직접 확인하길 바란다. 가치 있는 책이니 꼭 사서보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