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우나는 JTBC 안 봐요 - 2017년 제13회 세계문학상 우수상 수상작
박생강 지음 / 나무옆의자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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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회 세계문학상 우수상 수상작 <우리 사우나는 JTBC 안 봐요>는 박생강 작가가 3년만에 펴낸 신작이다. 박생강이 누군가 싶을텐데, 그는 박진규라는 본명으로 2005년 제11회 문학동네소설상을 수상한 작가이다. 2014년 <나는 빼빼로가 두려워>라는 작품을 펴내면서 '박생강'이라는 필명을 쓰기 시작했다. 그는 "왜 박생강인가?" 라는 질문에, "생강이 몸에 좋다는 어떤  건강 서적의 메시지에 충동적으로 선택했다"는 싱거운 대답을 했다. 한편으로는 성자(Saint)와 악당(Gang)(합치면 생강...)의 합성어 같은 심오한 메시지로 받아들여지기를 은근히 바란다고 덧붙였다. 

 박생강 작가는 본인의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본 소설을 집필했다. 제목에서 본 소설의 배경이 사우나임을 유추할 수 있다. 여기서 말하는 사우나는 우리가 자주 이용하는 일반적인 사우나는 아니다. 상위 1%의 재력 혹은 권력을 가진 사람들이 이용하는 회원제 프리미엄 사우나를 말한다. 작가는 실제로 회원제 프리미엄 사우나에서 근무를 했었다. 여기엔 몇가지 이유가 있었다. 작가는 2005년에 등단하여 2015년까지 약 10년간 글을 써왔다. 그는 10년간 글을 썼으니 잠시 쉬자는 생각을 했고, 다른 직장을 알아보던 차에 회원제 프리미엄 사우나의 구인공고가 눈에 들어왔다. 언젠가 점집에서 들었던 '당신한텐 화(火)가 많으니 물이 많이 필요하다'는 말도 떠올랐다. 그래서 그는 약 1년간 사우나에서 일했고, 그 경험을 바탕으로 본 책을 펴냈다.   

 제목만 보면 마치 정치풍자극처럼 느껴지겠지만, 딱히 그렇지는 않다. 정치풍자극보단 그냥 시트콤에 가깝다. 작가 본인이라고 봐도 무방한 주인공 손태권이 회원제 프리미엄 사우나에서 알바로 일하면서 겪는 여러 일들이 한 편의 시트콤처럼 펼쳐진다. 사우나의 이름은 '헬라홀'이다. 헬라홀의 주 고객층은 현역에서 은퇴한 상위 1%의 노인들이다. 한 편의 시트콤안에 여러 등장인물이 있듯이 본 소설 안에도 다양한 등장인물이 나온다. 피부병을 앓고 있어 모두가 피하는 90대 노인 '보르헤스', 운전기사임에도 마치 회장님처럼 주인공에게 갑질을 하는 '오너',  상위 0.1%에게 겪는 스트레스를 주인공에게 푸는 상위 1% 경매소운영자 '일꼬' 등 여러 등장인물이 나온다. 사우나 알바생 손태권에 의해 벌거벗은 그들의 속사정이 적나라하게 까발려진다. 

  앞에서 적어놓았듯 본 소설은 정치풍자극은 아니다(세태풍자극은 될 지도?). JTBC에 대한 언급은 딱 한 차례 등장한다. 작가는 본 소설을 회원제 프리미엄 사우나에서 벌어지는 우스꽝스러운 일을 고백하는 풍자형식으로 썼다고 한다. 본래 '노동자의 고통을 진지하게 다룬 묵직한 리얼리즘 소설' 혹은 '상류층의 실생활과 속내를 다룬 미드스타일 스릴러' 둘 중 하나로 가려했으나 둘 다 역부족이라 풍자극으로 방향을 선회했다고 한다. 읽고나니, 역부족이더라도 앞의 두 방향 중 하나로 갔으면 어땠을까 싶다. 뭐랄까, 소설이 참 애매하다. 제목만 보면 엄청 웃길 것 같은데 딱히 웃기지도 않고, '벌거벗은 상위 1퍼센트의  속사정'이라는 게 그다지 흥미롭지도 않다. "상위 1퍼센트만 모인 공간 안에서도 위계와 위선은 존재한다"는 것, 그리고 "병(丙)의 삶은 고되다...그러나 상위 1%들도 사람이며 그들의 삶도 공허하긴 마찬가지"라는 것 정도가 이 책에서 발견한 메시지이다. 1%만을 위한 사우나의 속사정을 우리가 알 턱이 없기에 신선할 듯 했으나, 막상 알아보니 별 것 없었다. 이 소설에 세계문학상 우수상을 수상할 정도의 깊이가 있는가에 대해선 의문이다...

 오늘 올리브영을 다녀오며 이 책을 떠올렸다. 나같은 별볼일 없는 사람들에게도 과잉친절을 베푸는 올리브영의 직원들의 모습이 헬라홀의 손태권과 닮아있었다. 법적으로 계급은 사라졌지만, 우리 사회에는 여전히 갑을병정이 있다. 갑끼리 모인 곳에도 혹은 정끼리 모은 곳에도 갑을병정은 다시금 생겨난다. 갑은 갑을 유지하기 위해 갑을병정을 다시 생산한다. 갑을 지키기 위한 혹은 갑이 되기 위한 만인의 투쟁 속에서 세상은 돌아가는 것이 아닐까... <우리 사우나는 JTBC 안 봐요> 속 세상도 결국 현실이다. 어쩌다 보니 악평을 썼지만, 그렇게 나쁜 책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서평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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