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의 온도 (100만부 돌파 기념 양장 특별판) - 말과 글에는 나름의 따뜻함과 차가움이 있다
이기주 지음 / 말글터 / 2016년 8월
평점 :
품절


0. 연말 연시면 많은 사람들이 건배사로 고민한다. 상사와 함께하는 회식자리에서 센스있는 건배사는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었다. 어떤 건배사를 할까? 고민하는 사람들을 위해서인지, 작년말 경향신문에 재미있는 기사 한 편이 올라왔다. "술맛 확 떨어지는 '이런 건배사'"라는 제목의 이 글은, 연말 회식 때 사용하지 말아야 할 건배사를 알려주고 있다. 예컨대 이런 것이다. 

- 성기발기 : (성)공 (기)원, (발)전 (기)원
- 거시기 : (거)절하지 말고 (시)키는 대로 (기)쁘기 먹자
- 오바마 : (오)빠만 (바)라보지 말고 (마)음대로 해봐

 이렇게 저속한 건배사를 하는 데가 실제로 있을까? 싶겠지만, 모두 실화다. 예시로 든 건배사의 공통점은 듣는 사람을 불쾌하게 하는 천박한 성적표현에 있다. 거기에 '거시기'는 주는 술 마다하지 말라는 꼰데식 사고방식까지 더해졌다. 총체적 난국이다. 이런 건배사를 하는 직장의 평소 모습은 어떨지 안봐도 비디오다. 그들은 왜 저런 건배사를 할 수 밖에 없었을까? 단언컨대 만약 그들이  지금 소개할 이 두 권의 책을 읽었다면 그들의 건배사는 달라졌을 것이다. 
               
1. 제목에서 소개한 '말'에 관한 두 권의 책은, 그 유명한 <말의 품격>과 <언어의 온도>이다. 2017년을 강타한 두 권의 책을 이제야 읽어보았다. 2017년을 강타했다는 표현은 결코 과장이 아니다. 지난 2016년 8월에 출간된 <언어의 온도>는 2017년 1월 25일부터 현재까지 1년이 넘는 시간동안 베스트셀러 10위권을 벗어나지 않았다. <말의 품격>은 지난 5월 출판되자마다 베스트셀러에 올라 현재까지 약 35주간 베스트셀러에 올라있다. 사람들은 왜 이토록 이 두 책에 열광한 것일까?

2. <말의 품격>과 <언어의 온도>는 다른 책이지만, 서로 제목을 바꿔도 티가 안날정도로 비슷한 내용을 담고 있다. 차이가 있다면 <언어의 온도>는 작가 본인의 이야기가 많이 담겨있고, <말의 품격>에는 선대의 격언, 명언이 많이 인용된다는 점 정도이다. 어쨌건 두 책 모두 '말'을 주제로 하고 있다. 다양한 이야기가 담겨 있지만 내가 생각한 두 책의 핵심은 이것이다. 첫째, 말하기 보단 듣자. 둘째, 침묵할 줄도 알자. 셋째, 필요없는 말은 하지 말 것이며, 말을 굳이 해야될 때에는 상대방에 대한 배려와 존중을 담아서 하자. 넷째, 같은 내용도 어떻게 표현하느냐에 따라 다르다. 표현에 주의하자.  뭐, 이정도가 되겠다.   
 사실 이 책에 대단한 진리나 비법이 담겨 있지 않다. 그럼에도 이 책이 이렇게나 많이 필린 데에는 작가 '이기주'의 진심이 담긴 글쓰기 덕이리라. 그의 글에는(특히 언어의 온도에는) 진심이 있다. 세상과 사람과 삶에 대한 진심어린 애정이 있다. 글 곳곳에 담겨있는 그만의 따스한 사유는 별다른 내용이 아님에도 독자를 감동시킨다. 다른 사람들이 무시하고 지나갈 법한 아주 자그마한 요소에서 그는 감동을 창조해낸다. 더욱이 필력도 좋아 글이 술술 읽힌다(참고로 이기주는 경제부 기자 출신이다). 글이 어찌나 좋은지 한 2년만에 처음으로  책을 읽다가 사진을 찍었을 정도이다. 


 3. <언어의 온도>와 <말의 품격>을 읽으며 많은 반성을 했다. 나의 언어생활은 어떠했는가,,, 가까운 사람, 가족들에게 모질었다. 가족들과 말을 거의 하지 않지만 대부분의 대화가 '아! ~ 잖아!"로 끝난다. 예컨대 이런거다. "아! 그거 건들지 말랬잖아!", "아! 아래 버튼 누르면 되는 거잖아!", "아! 누나가 하면 되잖아!" 등등.... 생각해보니 나는 가족들에게 사랑의 언어는 커녕, 짜증의 언어를 주로 썼다. 그러면서 직장에서는 한없이 자상하고 인품이 넘치는 사람인 척 살았다. 아니다. 직장에서도 남들과 함께 타인의 험담을 하거나 내 힘듦을 하소연하는 데 많은 말을 썼다. 난 안될 놈이다. 그래서인지 이 두 책이 내게 퍽 와닿았다. 

4.  '책이란 모름지기'라는 시가 있다. 이현주 시인의 이 시는 책을 눈으로만 읽지 말고 손발로 읽으라고 말한다. 다시말해 단지 책을 읽는 게 중요한 것이 아니라, 책을 읽고 무엇을 했는가가 더 중요함을 말하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의 완성은 독자의 실천이 아닐까 싶다.  
 다시 "건배사"로 돌아가보자. <언어의 온도>와 <말의 품격>을 읽었으니 이제 우린 멋들어진 건배사를 할 수 있다.  어떤 건배사가 좋을까? 얼마전 '아는 형님'이란 프로그램에서 보았던 건배사가 떠오른다. 바로 '당나귀'이다. 당나귀는 '당신은 나의 귀한 사람'이란 의미다. 얼마나 품위있는 건배사인가! 건배사처럼 작은 것부터 실천해보자. 하나씩 하나씩 우리의 오염된 언어를 바꿔나가보자. 그러다보면 언젠가 세상이 더 아름답게 변할지도 모를 일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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