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어 프로젝트 - 남자들만 모르는 성폭력과 새로운 페미니즘 푸른지식 그래픽로직 5
토마 마티외 지음, 맹슬기 옮김, 권김현영 외 / 푸른지식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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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들만 모르는 성폭력과 새로운 페미니즘'이라는 부제가 달린 책 <악어 프로젝트>는 프랑스 작가 토마 마티외의 그래픽 노블이다. 공공장소에서 여성들이 겪는 아니 남성들이 가하는 성폭력, 성희롱, 성추행을 삽화를 통해 가감 없이 보여주고 있다. '설마 저런 일까지 있었어!?'라고 놀랄만한 수준의 강도 높은 성희롱과 괴롭힘이 너무나도 적나라하게 묘사되고 있는데, 이는 우리가 알고 있던 고상하고 낭만적인 프랑스 남자에 대한 이미지를 산산조각 낸다. 그 때문인지 본 작품은 현지에서도 큰 논란을 빚었다. 구체적으로 2014년 11월 25일 프랑스에서 열린 '세계 여성 폭력 추방의 날'에 본 작품이 초청되었는데, 프랑스의 한 정치인이 본 작품의 수위를 문제 삼아 전시가 취소되는 해프닝이 벌어졌다(다른 나라도 아닌 프랑스에서). 


 도대체 어느 정도 길래!라고 궁금해할 예비 독자들이 많을 것이다. 본 작품이 논란이 된 이유는 두 가지다. 첫 번째는 작품 속에 나타나는 성희롱 실태가 너무나도 적나라하고 끔찍하기 때문이다. 지나가던 여성의 바지 속에 손을 집어넣거나, 새벽에 혼자 사는 여성의 집까지 쫓아가 문 앞에서 자위를 하는 악어들의 모습은 선뜻 실화라고 받아들이기가 어렵다. 하지만 이는 모두 실제 경험담이다. 아마 프랑스에 살아가는 여성들(우리나라 여성들도 마찬가지)은 놀라지 않을 것이다. 그들이 겪는 일상이므로. 


 두 번째는 성희롱 가해자(남성)들이 모두 악어로 묘사되었다는 점이다. 이것이 논란의 핵심이다. 많은 남성들이 이 책이 모든 남자들을 악어로 표현한 데에 분노했다. 그러나 이는 작가의 의도가 담긴 것으로, 이는 '남성들이 악어가 아닌 여성의 입장'에서 책을 읽게 하기 위함이다. 만약 성폭력 가해자가 악어가 아닌 평범한 남자로 그려졌다면, 뭇 남성들은 (그들에게 동일시되어) 가해자들을 변호하려 했을 것이다. 허나 작가는 의도적으로 가해자를 악어로 그림으로써 남성들이 자신과 전혀 다른 모습의 악어보단 그래도 사람인 여성에게 감정이입을 하게 만들었다. 즉 여성의 입장에, 피해를 당하는 입장에 동일시하여 그 끔찍함에 몸서리치고 악어들의 행동에 거부감을 들게 느끼게 만든 것이다. 작가의 이와 같은 의도는 적어도 나에겐 제대로 먹혀들어갔다. 


결국 이 책을 정말로 읽어야 할 사람은 남성들이다. 책 속에 묘사된 악어들의 혐오스러운 모습(행동)을 보며, 내가 그동안 악어로 살아오진 않았는지 성찰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혹자는 이렇게 물을 것이다. "나는 그동안 성희롱을 한 적도 없는데 왜 잠재적 성범죄자 취급을 당해야 하는 거야?", "그럼 앞으론 여자에게 말도 걸면 안 되겠네?!"라고. 그러나 이 책을 읽고 남자들이 해야 할 생각은 '남자들 모두가 잠재적 성범죄자는 아니다'가 아니라 '여성들 모두가 피해의 대상이 될 수 있다(심지어 남성들도). 그리고 그 피해가 일상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라는 것이다(<맨 박스> 인용).  때문에 억울함을 느낄 에너지로 어떻게 하면 모두가 안심하며 거리를 돌아다닐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 것이 더 낫다. 두 번째 질문에 대해선 칼럼니스트 가엘르-마리 짐메르만의 말을 인용하고 싶다. "상대방의 환심을 사려 애쓰는 것은 그저 뻗은 손이며, 성폭력은 덮치는 손이다." 환심을 사려는 것과 성희롱의 차이는 상대방의 의지를 받아들이느냐 그렇지 않으냐에 있다. 아주 간단한 구별법이다. 이것만 알면 앞으로 여자에게 말도 걸면 안되겠네?!라는 바보 같은 질문은 접어두어도 좋다.

책의 말미에 권김현영이 서술한 '목격자와 방관자의 차이'에 대한 이야기로 글을 마치고자 한다.


"피해자에게도 가해자에게도 아무런 감정적 동일시가 이루어지지 않는 상태를 우리는 보통 '방관자'라고 부른다. 방관자는 문제를 파악할 능력도 개입할 의지도 없다. 그러나 목격자는 다르다. 목격자는 사건이 일어나고 있을 때 중단할 수도 있고, 나중에 증인이 되어줄 수도 있다. 이 책은 독자들을 방관자가 아니라 목격자로서 일상을 다시 바라볼 수 있게 만든다. 누가 지금 괴롭힘을 당하고 있는지, 이 문제는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지,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지 등등 말이다." 


당신은 방관자가 될 것인가, 혹은 목격자가 될 것인가? 그것도 아니면 악어가 될 생각인가? 선택은 각자의 몫이다.


ps. 본 책에는 여성들을 위한 '성희롱, 성폭력 대처법'이 수록되어 있다. 역자에 따르면 실생활에서 아주 유용하다고 하니 궁금한 여성들은 참고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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