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그는 바다로 갔다
김탁환 지음 / 북스피어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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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단 한번도 들어 보지 못한 세월호 이야기'를 다룬 김탁환 작가의 장편소설 <거짓말이다>. 지난 2016년 8월에 출간된 이 책은 '2016년 서점 직원이 뽑은 올해의 한국소설', '제33회 요산김정한문학상'에 수상되며 큰 반향을 일으켰다. 그동안 역사물과 추리물을 혼합한 '팩션추리물'을 주로 써오던 김탁환 작가가 본격 사회소설을 집필했다는 것도 신선했지만, 무엇보다 그동안 세월호 사건과 관련하여 심도 있게 다뤄지지 않았던 '민간 잠수사'의 이야기를 다뤘다는 점이 충격적으로 다가왔다. <거짓말이다>는 "포옹이란 단어가 가장 잘 어울리지 않는 단 하나의 공간에서 목숨을 걸고 사자를 인도하는 민간 잠수사의 이야기"를 최초로 다룬 소설이었다. 그리고 김탁환 작가가 이 소설을 집필하는 데 가장 큰 공로를 한 사람이 있다. 바로 故 김관홍 잠수사이다. 오늘 소개할 김탁환 작가의 <그래서 그는 바다로 갔다>는 <거짓말이다>의 집필 노트이자, 정의로운 사나이 故 김관홍 잠수사와의 인연을 추억한 회고록이다. 


 김탁환 작가의 에세이(제작노트) <그래서 그는 바다로 갔다>는 일자별로 구성되어 있다. 시작은 작가가 故 김관홍 잠수사를 처음 만난 2016년 3월 2일이다. 작가가 처음 그를 만난 곳은 팟캐스트 <416의 목소리> 녹음실이었다. 녹음은 무려 4시간 동안 진행되었다. 故 김관홍 잠수사는 사건 현장에서 민간 잠수사가 겪어야 했던 고통과 불합리를 가감 없이 이야기했다. 중간중간 눈물을 쏟아가며... 김탁환 작가는 그의 이야기에 큰 충격을 받았고 그에게 장편소설 하나를 같이 써보자고 제안했다. 그는 흔쾌히 받아들였다.

"장편 작가가 주인공을 만드는 방법이 세 가지쯤 돼. 하나는 완전히 허구로 주인공을 만들어 내는 것이고, 또 하나는 작가의 문제의식을 살아 낸 인물을 역사 속에서 찾아 그 사람을 주인공으로 삼는 것이지. 이 두 가진 흔히 쓰는 방법이야. 마지막 세 번째 방법은 작가로 사는 동안 평생 있을까 말까 해. 인생의 선물인 셈이지. 그게 뭔지 알아? 그건 바로 주인공이 작가를 찾아오는 경우야. 작가는 가만히 있는데, 주인공이 뚜벅뚜벅 다가오는 거지. 자기가 주인공이 될 줄도 모르고 말이야."
- 본문 253쪽, 김탁환 작가의 말  


그렇다. 그는 김탁환 작가에게로 뚜벅뚜벅 다가갔다. 자신이 주인공인 줄도 모른 채. <그래서 그는 바다로 갔다>는 세월호 사건의 감춰진 진실이나 민간 잠수사의 고통을 고발하기 위해 집필된 책은 아니다. 이런 내용은 장편소설 <거짓말이다>에 자세히 담겨있다. 본 에세이는 자신을 주인공으로 한 소설을 끝내 읽지 못하고 세상을 떠난 故 김관홍 잠수사에게 바치는 헌사이자 편지이자 고백록이다. 물론 <거짓말이다>가 어떻게 탄생했는지에 대한 정보도 담겨있다. 본 책에는 김탁환 작가가 소설 집필을 위해 참고한 다양한 기사들이 소개되어있다, 독자들은 이 기사들을 통해 세월호 사건 이면에 감춰진 진실들을 엿볼 수 있다. 그러나 본 책의 핵심은 故 김관홍 잠수사가 어떤 사람이었는가이다. 그리고 이 두 가지 질문, 그가 왜 바다로 떠났는지, 그리고 다시 육지로 온 후 얼마 안 있어, 왜 하늘로 떠날 수밖에 없었는지?에 대한 작가 나름의 대답이다.  


 사건 이후, 그리고 다시 육지로 올라온 이후 故 김관홍 잠수사는 고통스러운 나날을 보냈다. 물속에서의 끔찍한 기억은 트라우마로 남아 그를 잠 못 들게 했다. 또한 사랑하는 자신의 세 남매조차 만질 수 없게 만들었다. 육지에서는 어떠했는가. 자신과 함께 바닷속에서 생사를 함께한 공우영 잠수사는 국가로부터 살인자로 몰려 재판에 가있었다. 그 자신도 잠수병으로 인해 더 이상 잠수를 할 수 없었다. 사람들은 세월호 사건을 잊었고, 거짓 정보에 속아 유가족과 민간 잠수사를 돈벌레로 매도했다. 그는 이런 괴로움 속에서도 멈추지 않았다. 민간 잠수사의 억울함을 풀고, 유가족을 돕고, 진실을 밝히고자 노력했다. 그 노력의 일종으로 그는 김탁환 작가를 도왔고, 박주민 의원을 도왔고, 각종 청문회와 언론에 나가 목소리를 냈다. 세월호 2주기엔 비가 많이 와 광화문에 사람이 많이 안 올까 걱정하다가, 광화문 광장에 정말 많은 사람들이 모인 것을 보자 어린아이처럼 빗속에서 춤을 추기도 했다. 그렇게 숱한 어려움 속에서도 꿋꿋이 버텨왔던 그였으나, 그는 결국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형님! 언제 가장 스스로 생을 마감하고 싶은 줄 아십니까? 지금처럼, 어둠이 깔리면서 비가 쏟아지는 저녁입니다. 지상에 있지만 수중에 들어간 듯한 착각이 일죠. 그리고 순식간에 배 밖에서 배 안으로 위치를 옮깁니다. (시신을) 품에 안고 나올 때, 그 무게와 감촉을 선명하게 느낍니다. 제가 데리고 나온 아이의 얼굴이 연이어 떠오릅니다. 아, 그땐 정말 죽고 싶더라고요." - 본문 250쪽, 故 김관홍 잠수사의 말 


故 김관홍 잠수사가 세상을 떠난 후, 세상은 많이 변화했다. 그의 바람대로 세월호는 인양되었다(물론 한참 늦었다). 장편 소설 <거짓말이다>도 무사히 출판되었다. 무엇보다 세월호 사건 당시 패악질을 일삼았던 정부가 몰락했다. 이 모든 장면들을 그는 보지 못했다. 그러나 우리는 그를 기억할 수 있다. 본 책 <그래서 그는 바다로 갔다>에 그의 생각과 정신이 담겨있다. 그가 왜 바다로 갔는지 우리는 이 책을 통해 기억할 수 있다. 그리고 느낄 수 있다. 故 김관홍 잠수사의 말을 인용하며 글을 마친다.


"정두야! 작년 봄 맹골수도로 내려오란 권유를 받고 내가 무슨 생각한 줄 알아? 간단해. 이게 옳은 일인가 아닌가. 그리고 내가 할 수 있는 일인가 아닌가. 지금도 마찬가지야. 옳고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면 난 할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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