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색 인간 김동식 소설집 1
김동식 지음 / 요다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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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연히 "2018년 '신소설'이 나타났다."라는 제목의 칼럼을 접했다.(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803212112005)  3월 21일자 경향신문에 김민섭 사회문화평론가가 작성한 글이다. 칼럼은 한국문단에 홀연히 등장한 단편집 <회색인간>을 예찬하고 있었다. 구체적으로 그 유명한 1907년 작 이인직의 <혈의누> 이후, 110년만에 '신소설'이라 칭할만한 작품이 등장했다고 표현하였다. '신소설'이란 간단히 말해서 '기존의 소설과 다른 소설'을 말한다. 문체든, 작법이든, 스토리든 무엇이든 기존 양식과 다르다면 그것은 신소설이라 말할 수 있다. 김동식의 <회색인간>은 도대체 무엇이 다르길래, 김민섭 평론가가 그토록 예찬하고 있을까?

 

 

직접 읽어본 단편집 <회색인간>은 확실히 달랐다. 지금껏 읽어본 국내의 어느 소설집에서도 접해보지 않았던, 쉽사리 규정할 수 없는 김동식만의 색채가 강하게 느껴졌다. 굳이 비슷한 작가를 찾자면 베르나르 베르베르를 언급할 수 있겠다.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작품 중에서도 <나무>와 유사하다고 할 수 있겠으나, 완전히 일치하지는 않는다. <나무>보다 빠르고 경쾌하다. 보다 재미있고 쫄깃쫄깃하다. 군더더기가 없는 짧은 분량 속에 공포, 스릴, 코믹, SF 등 온갖 장르적 요소에 충격적인 반전까지 담겨있다. 약 14년전  <나무2 문예공모>를 통해 선발된 31명의 아마추어 작가들이 해내지 못한 것을(그들은 나무2라는 희대의 졸작을 만들어냈다...), 김동식은 홀로 해냈다.


 단편집 <회색인간>에는 표제작인 <회색인간>을 포함하여 총 24편의 초단편 소설이 수록되어 있다. 작품마다 스토리가 다르지만, 대체로 SF를 기반으로한 디스토피아적인 색채를 띄고있다. 기술진보의 시대에 나타나는 인간성의 상실(<아웃팅>, <디지털 고려장> 등), 극한의 상황 속에서 드러나는 인간의 이기적인 모습(<운석의 주인>, <협곡에서의 식인> 등) 혹은 그 안에서 피어나는 인간의 연대(<회색인간> 등) 등의 그의 주된 관심사로 보인다. 놀라운 것은 수록된 24편 모두가 독특한 개성과 뛰어난 상상력(SF적인)을 가지고 있고, 작품의 질이 고르다는 점이다. 


<나무>이후 제대로된 SF단편집을 접해보지 않은 사람에게 이 소설집을 추천한다. 참고로 김동식은 <회색인간>외에도 총 4편의 단편집을 연달아 냈다. 1년에 5편의 작품집을 낸 것이다. 가히 괴물같은 작가라 할 만하다. 사실 그가 기존의 소설들과 차별화되는 신소설을 쓸 수 있었던 데에는 이유가 있다. 그는 소설쓰기에 대해 배운 적이 없다. 그는 고졸이며, 글쓰기와 아무 관련없는 '주물공장'에서 11년을 근무했다. 그의 글은 오로지 그의 삶의 경험과 머릿속 상상에서 탄생했다. 그의 글이 기존의 작가들의 것과 다를 수 밖에 없는 이유다. 앞으로 읽을 수 있는 그의 단편집이 네 개나 더 있다는 사실이 나를 즐겁게 한다. 하루빨리 그의 글을 접하고 싶다. 당신에게도 '강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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