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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의 아이
하이타니 겐지로 지음, 오석윤 옮김 / 양철북 / 2002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나는선생님이 좋아요' 라는 책을 읽고 하이타니 겐지로라는 작가를 알게 되었고 이후, 서슴없이 '하늘의 눈동자 1,2권도 서슴없이 구입했다. (작년 가을 출판을 앞둔 시점에 주문했기에 '내가 만난 아이들'이라는 책도 선물로 따라왔다 ^^) 하이타니 겐지로.. 한번쯤은 연구하며 깊이 빠져볼만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번 책 '태양의 아이'라는 책은 어린이가 쉽게 읽고 이해하기에는 어려울것 같다. 일본, 일본인이라는 우리네 감정도 있겠지만, 배경이 된 오키나와라는 곳이 같은 일본이면서도 본토인들의 희생양이 되었던 점과 그 이전부터 내려오는 본토인들에 대해 갖는 이질감과 적개심의 깊은 연원을 이해하기는 버거울 것이다. 오키나와의 비극을 축으로 전쟁의 상흔, 사회적 인간차별, 공동체적 인간애의 회복 등 무게있는 주제이기에.
375p 옮긴이 오석윤의 말을 인용하자면, 2차 세계대전, 일본땅에서 유일하게 지상전이 치뤄진 곳으로 주민의 3분의1에 해당하는 15만명이 일본 본토인들의 안녕을 위해 방패막이 목숨으로 이용되었다. 거슬러 1609년 지금의 가고시마지방의 영주에게 정복당하기전 '류쿠'라는 독립왕국이었다. 지리적으로 중국에 가깝고, 본토인들과는 언어도 통하지 않았을 뿐아니라 문화적으로도 상당한 차이가 있었다. 메이지 유신이후 1878년에 오키나와현이 되었지만, 1945년 미군에 점령된 이후 27년간 미국의 통치를 받았다가, 1972년 일본에 반환되었던 일련의 역사적 굴곡에다 본토인들의 지역적차별이 오랜기간 지속되어오면서 분노의 앙금이 여전히 씻겨지지 않고 있다고 한다.
52p 고양이가 새끼를 낳았다네/ 일곱마리를 낳았다네/ 다섯마리에게 젖을 빨리고/ 일곱마리에게 젖을 빨리고/ 영양분이 먹고 싶어졌다네/ 바닷물이 빠졌기에/ 갯가에 달려가서/ 여기저기 찾다가/ 부부낙지를 잡았다네/ 그런데 사람에게 들켜서/ 파초 밧줄로 꽁꽁 묶여/ 커다란 집안으로 끌려갔다네/ 큰 기둥에 묶여/ 쌀밥을 먹게 되어도/ 생선국을 먹게 되어도/ 다섯마리 새끼 생각이 나서/ 일곱마리 새끼생각이 나서/ 목구멍으로 넘길 수가 없었다네/ ---인두세에 사무친 끔찍한 전설에 사무치는 오키나와의 노래 -고양이 윤타 -
89p 정신을 놓아버린 가엾은 아빠 / 93p, 105p, 237p 가지야마 선생님의 진짜공부 (의식있는 젊은 선생님의 등장으로 후짱이 자신과 오키나와 출신으로 상처를 안고 사는 주위 사람들의 정체성을 깨닫고 극복하게 된다) 255p 후짱의 편지中에... 어떻게 해야 좋을지 모르면서도 저는 알고싶어요. 아빠의 일, 엄마의 일, 할아버지의 일, 기요시의 일, 로쿠아저씨의 일, 고로야 아저씨의 일, 기천천과 쇼키치의 일, 모두들 저를 아주 귀여워 해줍니다. 저를 귀여워해주는 사람들을 제가 알지 못하면 저는 다만 응석받이밖에 안될거예요. -중략- 저는 꼭 알아야 할일을 알려 하지 않고 그냥 지나쳐버리는 용기없는 인간이 되고 싶지 않아요. 269p조국이라거나 고향이란게 인간에게 과연 무엇인가를 생각하게 하는 가장 소중한 세계인 때문이다., 286p 어쩌면 좋은 사람이란 자기안에 남이 살게 하는 사람인지도 몰라. 321p~323p .. 생각만 해도 정신이 아찔할 만큼 참혹한 일을 겪은 사람들이 저렇게 마음씨 착한 사람들이라니, 제가 어제 겪어서 똑똑하게 말할 수 있어요. 그렇게 참혹한 일을 당하면 다른사람은 아무래도 좋다. 나만 살려달라 말하고 싶어집니다. 사람을 원망하고도 싶어집니다. 기요시를 잘 이해할수 있습니다. 기요시는 그렇게 지독한 일을 당하고서도 그 패거리 대장 쇼헤이를 너무 나쁘게 생각하지말라고 감싸주고 있어요. -중략- 인간이 훌륭하다는 것은 아무리 절망적인 때에도 진심으로 사람을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이 훌륭한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기요시와 기요시엄마를 보고있으면 알수 있어요.. -중략- 오키나와 사람들이 모든 생명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것은 살아오는 동안에 많은 슬픈이별을 해왔기 때문입니다... 341p 살아있는 사람만의 세상이 아이야. 살아있는 사람들 속에 죽은 사람들도 함께 살고 있어서 인간은 따뜻하고 착한 마음을 가질 수 있단다
344p기요시의 편지 中 '방석'이라는 詩 - 바닥위에 마루 / 마루위에는 다다미 / 다다미 위에 있는 것은 방석 / 그 위에 있는 것이 안락 / 안락위에는 아무것도 없는 것일까 / 어서 깔고 앉으세요. 권하는대로 / 안락하게 앉은 쓸쓸함이여, / 바깥세계를 멀리 내려다보고 있는 듯이 / 생소한 세계가 쓸쓸하구나.
주인공 6학년 소녀 후짱의 시각으로 책을 다 읽고 나니, 책의 제목을 왜 '태양의 아이' 라고 붙였는지 이해가 되어 고개가 끄덕여진다.. 그리고 더더욱이 저자 하이타니 겐지로가 만난 아이들을 나도 만나 보고 싶어진다. 더불어 교육계에 몸담고 있는 분들은 그의 책들을 필독으로 권장하면서 또 한참을 멍해 있게 된다. 책을 끌어안으면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