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곱 개의 고양이 눈 - 2011년 제44회 한국일보문학상 수상작
최제훈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1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눈보라 치는 험한 산속 궤궤한 산장..

고양이의 휑뎅그렁한 한쪽 눈처럼 내밀한 비밀을 간직한

여섯 명의 남녀가 모였다.

연쇄살인범과 잔인한 살인 행각에 흥미를 느끼는 이들의 인터넷 카페'실버 해머' 

 그곳 카페 운영자 '악마'가 이들을 산장으로 초대한 것.

운영자까지 일곱이 모여 희귀한 자료를 보고, 게임을 즐기기로 했으나,

여섯 모두 한 자리씩 차지하는 동안 일곱번째의 '악마'는 기다려도 오지 않는다.

그들은 모른다. '악마'가 그들 곁을 떠난 적이 없었음을..

그가 눈알을 희번덕거리며, 싸늘한 웃음을 짓고 

그들이 숨쉬는 공기속에, 그들이 뒤집어쓴 공포속에 둥둥 부유하고 있었음을 말이다.

잠이 들 때마다, 한 사람은 살인하는 꿈을,

한 사람은 살인당하는 현실을 맞이한다.

꿈이라고 생각했던 살인이 실제 상황에서 이루어지는 것.

그들은 살인자인 동시에 곧 희생자이다.

그리고 '악마'이다....

 

결말 뻔한 납량영화의 단골소재스러울 수 있다. 처음은 말이다

 이후 연쇄살인사건을 파헤치는 이야기가 이어지겠지..뭐..범인은 내부인 중에 있을테고..

나 역시 구시렁거리며 그리 예상했지만, 예상은 예상일뿐..깔끔하게 빗나갔다.

이후 앞 줄거리와 인과관계가 없는 독립된 여러 개의 이야기를 이어간다.

그렇다고 이야기들이 완벽하게 독립되어 있지도 않다.

이리저리 늘어놓은 퍼즐조각처럼 서로 다른 이야기지만, 닮은 이야기이며,

플롯 마디마디는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하나의 생명체 모양새를 갖춘다.

한쪽 눈두덩이가 휑한 고양이의 음침한 모양새가 

손 뻗으면 잡힐 듯 머릿속에서 잘 형상화된다.

시공간까지 주물럭주물럭 한데섞어 신비스러움마저 느낄 수 있다.

혼돈속에 질서가 있다지 않은가.

혼란스럽지만, 질서를 느낄 수 있는 단서를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다.

사건간의 인과관계를 밝히려 용쓰면 다 읽고서 바보된다.

독립된 각각의 조각들을 음미하고, 그것들을 하나하나 끼워맞추는 작업이 필요하다.

퍼즐을 완성할 쯤 되면 이게 2D가 아닌 3D임을 깨닫는다.

또는 이야기속에 이야기가 있고 그 이야기속에 또 이야기가 있는

겹겹의 액자식 구조이다.

한 바퀴 돌았는데 제자리에 서 있는 허탈한 순간도 있다.

이야기 구조가 나선형의 독특한 구조이기 때문이다.

 

이야기 하나.

한 남자의 자살순간을 목격한 또 다른 남자.

그는 자신의 자살을 목격한 것이며 행위가 이루어진 순간 꿈에서 깬다.

현실속에서 자신은 정신병원에 수감되어 있으며,

생생했던 꿈속 사건들은, 꿈이길 바랬던 현실의 반영이다.

영화 셔터 아일랜드가 떠올랐다.

 

또 다른 이야기 하나.

소설 번역일을 하는 한 남자.

그가 번역한 소설속의 주인공도 추리소설을 번역하는 일을 한다.

이야기속에 또 이야기가 존재하는 셈이다.

한 여자를 만나고 그녀는 남자에게 이야기하나를 들려준다.

그리고

원주율처럼 끊임없이 반복되나 반복되지 않는 소설의 번역을 독려한다.

 

그 소설을 읽는 또 다른 남자.

그는 이야기가 끝나지 않았음을 알고 자신이 그 이야기를 이어나간다.

 

이렇듯, 그들은 서서히 소설 한 권을 완성해나가는 것이다.

'일곱 개의 고양이의 눈'이라는 소설..

절대 완성할 수 없는 소설을 말이다. ^^

 

플롯의 난해한 구조때문에

내가 작가의 의도를 절반이라도 이해했나 모르겠다.

읽으면서도 한 번 더 읽어야 할 지 모른다고 생각했다.

 

다른 추리소설과 차별화된 줄거리와 돌고 도는 구조에 나는 묘한 흥미를 느꼈다.

놓쳤을지 모를 또다른 맛을 느끼기 위해

다시 손에 들게 될 지도 모르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월급의 비밀 - 주는 사람은 알지만 받는 사람은 모르는
박유연 외 지음 / 카르페디엠 / 2010년 1월
평점 :
절판


"주는 사람은 알지만 받는 사람은 모르는 월급의 비밀

능력이 좋으면 월급도 좋을 것이라는 순진한 생각은 버려라"

이 말이 마음에 와닿는 사람이 나 뿐만은 아닐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열심히 일한만큼 회사가 공명정대하게 월급을 산정하여 나눠준거겠지.

나같은 보통 사람들 이렇게 대강 짐작하며 산다.

월급명세서를 꼼꼼히 뜯어보며 일일이 대조해보는 일 따위 하지 않는다.

설령 의혹이 생겨도 '내가 계산 잘못했겠지' 넘어가는 게 보통이다.

 

하지만 요즘처럼 물가는 치솟고, 월급은 제자리걸음하는 때

월급명세서를 대충 지갑에 박아두는 일은 옛날 말일 것이다.

뚫어지게 본다고 월급이 더 나오지 않겠지만,

볼 때마다 아쉽고 억울하기까지 하다.

그렇다고 넋두리만 늘어놓고 손 놓을 수는 없는 일.

우리도 월급의 실체를 가늠해보고,

슬기로운 대처 방법을 찾아봐야 하지 않을까.

그래서 손에 든 책.'월급의 비밀'

그러나..'바로 이거야' 무릎을 칠 만큼 뚜렷한 방법을 얻지는 못했다.

조금은 식상한 해결책을 제시해 아쉬움이 남았던 것 같다.

 

그래도 월급을 둘러싼 제반 사정에 관심을 갖게 되었으니

 좋은 자극을 받은 셈이다.

기업의 급여 시스템, 월급에 영향을 미치는 여러 조건들,

재테크 요령, 세금, 다양한 직업 속 월급의 비밀..등

 보통 직장인들은 이미 알고 있을 내용인 듯 한데

따져보니 특히 염두에 둔 적은 없었다는 걸 깨달은 거다.

물론 이젠 월급받을 때마다 적용해보고 따져볼테지.

그러려고 읽은거니까.^^

 

 

남편이 이직을 고민하고 있는 중이라

 특히 이직 요령과 연봉 협상 방법을 관심있게 읽었고, 꽤 도움이 됐다.

근로자들 평균 이직 횟수가 4.1회라고 하니

 평생직장의 개념은 사라진거나 진배없다.

이직생각이 있는 남편에겐 반가운 말일거다.

사실 남편이 지금 회사일로 개고생 중이다.

남편이 대기업의 큰 공사를 수주할 때 까지는

인생에 쭉쭉 뻗은 활주로 깔린 줄 알았다.

그러나 대기업은 소기업 목줄기를 잡고 흔드는 것을 넘어서

너죽고 나살자식 횡포를 공공연하게 부리는 것이었다.

그 프로젝트의 책임자로 스트레스를 고스란히 받고 있는 우리 남편..

설상가상, 남편 회사는 무리한 사업확장으로 미수금도 만만찮고

중소기업은 여전히 어렵다는 말을 되풀이하며

연봉 동결 가능성을 이야기했단다. 어이없다.

지금 딱 읽어보면 좋을 것 같아서 남편에게 권했지만

다 아는 이야기라며 무안을 준다. 씁쓸하다.

아직은 회사에 충성할 모양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나쿠펜다 AFRICA - 사랑해요 아프리카
오동석 글 사진 / 꿈의열쇠 / 2011년 1월
평점 :
절판


내가 상상했던 내용과는 조금 거리가 있었지만

아프리카에 대한 호기심도 채우고, 좋아하는 풍경이나 동물사진도 꽤 많아

만족스럽게 읽은 편이다.

첫장부터 아프리카 여행에 대해 오해를 풀고 가는 이야기가 간략히 전개된다.

아프리카가 생각만큼 가난하지 않다거나,


 

아프리카 대륙에 있는 나라가 모두 아프리카는 아니라는 것.


 

지중해를 낀 모로코나 이집트는 아프리카라고 하지 않는단다.

그리고 아프리카 여행은 개별 여행보다 팩키지가 훨씬 편하고 안전하단다.

첫머리부터 재미나다. 작가의 센스가 돋보인다.

작가가 전문적인 tour conductor (뭐..그러니까 여행가이드라는^^;)이기 때문인지

여행시 필요한 정보를 빠짐없이 담았다.


 

교통,숙소,음식,지역에 대한 중요한 정보를 빈틈없이 담으면서도

제국주의에 고통받던 아프리카의  역사도 간간히 다루었다.

중간중간 여행팁도 끼워넣고, 그 지역에 대한 비하인드스토리까지 참 다양하다.

게다가 여행하는 곳에 대한 설명에 맞추어

딱 궁금하다 싶은 순간 그림같은 그 곳의 사진들을 실어놓아

신이나서 한참동안 들여다보기도 했다.

이렇게 방대한 부분을 다루었는데도

술술 자연스러운 전개로 산만한 느낌이 없다는 것도 이책의 강점이지 싶다.


 

본문을 살펴보면 6개의 파트로 구분하였다.

여행 지역별로 파트를 정했고, 알기 쉽도록 간단한 지도가 파트 첫부분마다 그려져있다.

 

파트1은 짐바브웨다. 빅토리아 폭포의 풍광을 담은 사진을 보니 눈이 퍽 시원하다.

서구적인 명칭은 역시 짐바브웨의 아픈 역사와 연결된다.

영국의 탐험가 리빙스턴이 처음 발견하고, 당시 빅토리아 여왕의 이름을 붙이게 되었다는 것~

짐바브웨를 삼십년간 통치한 공포의 독재자, 로버트 무가베에 대한 이야기도 인상깊다.

독재는 최악의 인플레이션을 야기하여, 짐바브웨100조달러도 통용되었었단다. 놀라워라ㅡㅡ;

 

파트2는 아프리카의 유럽, 케이프타운이다.

뽀족한 봉우리없이 평평한 모양의 테이블처럼 생긴 테이블 마운틴,

역시 아프리카에나 있을법한 장관이다.

희망봉에 얽힌 웃지못할 이야기도 재미있다.

우리가 말하는 희망봉이란 그곳엔 없단다. 봉우리가 아니라 희망의 곶이란다.

인도 항로 개척을 갈망하던 포르투갈 왕이

그 곶을 넘으면 인도를 갈 수 있기에 '희망의 곶'이라 명명한 거다. 
 

파트3는 나미비아~

내가 평생 소원할 사막이,  원없이 펼쳐진 곳이란다.

사막의 모래가 이동하면서 강물이 말라 하얗게 강바닥을 드러내는 데드플라이, 꼭 가고 싶다.

사막속의 아름다운 호텔 '르 미라지 로지' 에서 고요한 사막의 일몰을 경험할 수만 있다면

어린왕자보다 더 순수한 영혼이 되겠다고 약속할 수 있는데...^^;

 

파트4는 남아프리카공화국 이야기다.

작년 여름 월드컵의 열기가 가득했던 곳, 넬슨 만델라가 대통령이었던 곳~

그나마 아프리카 대륙에서 가장 문명화 된 국가이므로

 역사를 모르는 나같은 무식쟁이에겐

긍적적인 이미지를 갖고 있는 나라이기도 하다.

하지만 작가가 깨알같이 써놓은 남아공의 피튀기는 역사를 들여다보니

그리 신사다운 나라는 아니었다.

네덜란드에서 이주해 온 보어인들이

자신들의 남아공 정복사를 찬양하며 건축한 보르트레커 박물관,

여전히 권력을 쥐고 있는 백인들과 흑인들만 따로 살게 한 빈민촌 소웨토.

읽다보니 내가 알고 있는 역사가 얼마나 얕은 것이며

아프리카를 죽음과 고통의 땅으로 몰고 간 근본적인 범인은

영국, 프랑스, 벨기에, 네덜란드 등. 아무일없이 잘먹고 잘사는 유럽이라는 걸

새삼 깨달았다.

 

파트 5는 케냐, 탄자니아.

사파리를 즐길 수 있는 곳~ 사파리가 스나힐리어로 '여행'이라고..^^

사자,코끼리, 표범, 버팔로,코뿔소 이렇게 빅파이브를 못보면

아프리카 여행 안 한거나 다름없단다.

이곳에서 발굽 가진 동물들은 매해마다

세렝게티 공원과 마사이마라 공원을 시계방향으로 한 바퀴 이주하는데

그 이주분포도가 자세히 수록되어 찬찬히 들여다보면 꽤 흥미로울 것이다.

(세렝게티의 누우 때들 대이동을 담은 다큐멘터리도 예전에 봤지 않나?감동적이었다는...)

 

파트 6은 남아공의 신시티에 대한 이야기..

남아공 이야기는 많이 했으니 그만 하련다. ㅡㅡ;

 

여행가이드인 작가의 생생한 경험을 살린 괜찮은 책이었던 듯 하다.

아프리카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가볍게 읽고, 분위기 익히기에 안성맞춤일 듯~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데일 카네기 인간 관계론 (개정판)
데일 카네기 지음, 강성복.정택진 옮김 / 리베르 / 2006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남에게 대접받고 싶은대로 대접하라'

원하는대로 대접했고, 원한만큼 대접받지 못했다고 불평해왔다.

나를 제외한 모두가 예의없고 배려를 모른다고~

이젠 내가 참으로 옹졸했고 이기적이었다고 고백할 용기가 생겼다,.

비문학, 특히 자기 계발서는 실용서적이므로

약간은 인간적 깊이나 가치가 덜할거라 가벼이 여긴 것도 사실이다.

'처세술' 관련 책을 읽는다는 건

 왠지 높은이에게 아부하는 기술을 배우겠다는 생각,

사람사귀는 기술을 배워 성공해보겠다는 생각 따위를

대놓고 표출하는 것 같아 부끄러웠던거다.

도대체 그런 생각은 내 머릿속에서 언제부터 자리잡은건지...

사실, 오늘도 내일도 앞으로도 수많은 사람들과 부딪히고, 위로하고, 함께하며 살아야할텐데

이를 유연하고 원만하게 이끌어가는 기술을 조언하는 기막힌 책이 있다면

얼마나 고맙고 다행스러운 일인가.

처음 데일카네기를 읽겠다 마음먹은 건

'남들이 다 읽기 때문'이었다.

거창한 말장난이 난무하는 처세술 관련책들 속에서도

많은 사람들에게 고전처럼 사랑을 받는 책이니

무언가 있을테고 나도 읽어봐야 하겠다고 생각했던거다.

그리고 정말 다른 무언가가 있었다.

 

'사람들에 대한 비난과 비판을 삼가라.'

'웃어라' '칭찬하라'

'우호적으로 시작하라'

'잘못했을 경우에는 빨리, 분명하게 잘못을 인정하라'

'논쟁에서 이기는 방법은 논쟁을 피하는 것뿐이다.'

'상대방이 인정받는다고 느끼게 하라. 그리고 진심으로 인정하라'

'상대방의 관심사에 관해 이야기하라'

'나보다 상대가 더 많이 이야기하게 하라'

'상대방에게는 자신의 이름이 사람의 입에서 나오는 가장 달콤한 말임을 기억하라'

 

이 중엔 내가 이미 터득한 처세도 있다. 잘못했을 경우 빨리 잘못을 인정하는 것 말이다.

하지만 대부분이 생각도 못했던 것들이다.

데일카네기의 말을 빌리면 사람은 세상에서 자신이 가장 중요하며

자신의 일을 하루에 90%이상 생각한다고 한다.

난 슬슬 내 자신을 뜯어보기 시작했다.

나 역시 남들과 이야기할 때 그들의 이야기를 경청하는 척 하면서도

그 다음 내가 할 이야기를 머릿속에 준비했었으며

남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보다 내 이야기를 지껄이는 걸 훨씬 좋아했다.

이 모든 것도 인정받고자 하는 욕구때문이란다.

인간에겐 인정받고자 하는 욕구가 매우 강하게 존재한다는 것이다.

사실 그때문에 빛나는 문명을 이룩했고 여전히 빛의 속도로 발전하고 있는 거라고...

개개인이 모두 그러한 욕구를 가졌기에 이를 채우기 위해

자신의 이야기에 열중하며, 잘난 척도 하는 거란다.

읽으면 읽을수록 내가 얼마나 많은 사람들에게 실수했고, 잘못했는지

적나라하게 까발려지는 것 같아 참 부끄러웠다. 정말이다!
 

친하다는 친구들에게 내가 울적하거나 필요할 때 문자, 전화하고

친척들에게도 쓸데없는 자랑질을 해왔고

남편,아들에게 모든 잘못의 화살을 돌리고,

잘 알지 못하는 사람들을 무턱대고 비난하기도 했다.

가끔 불필요한 논쟁을 벌이기도 했다.

내가 논리적이고 옳은 사람이라고 인정받고 싶었던 모양이라고 처음 생각했다.

그 땐 정말 내가 옳은 줄 알았으니까~ㅡㅡ;

논쟁을 피하는 것만이 옳은 일임을 데일카네기가 처음 가르쳐줬다.

왜 삼십년을 넘게 살고서도 가끔 외롭다고 징징대면서도

그 이유를 파헤쳐볼 생각은 안해봤을까.

남들도 나처럼 인정받고 싶어하고, 비난받는 걸 두려워하며,

자신의 이름이 불리는 걸 기뻐한다는 걸 한번도 생각한 적 없었을까

 

문득 예전 학원생들에게 미안해졌다.

나는 학생들 이름 못외우는 선생으로 유명했다.

이름을 바꿔부르기도 하고 몇 번씩 다시 묻기도 했다.

그냥 내가 건망증이 심하다며 웃어넘겼고 아이들도 그렇겠거니 생각할 줄 알았다.

나는 그 아이들에게 큰 실수를 했으며, 커리어 없는 선생으로 비춰졌을 게 분명했다.

왜냐하면 호의를 얻는 가장 명백한 방법은 상대방의 이름을 기억하고

그가 인정받는다는 느낌을 가질 수 있게 하는 것이기 때문이란다.

지금보니, 내가 왜 누군가에게 단한번도!!

중심인이었던 적이 없었는지 깨달았다.

언제나 주변인이었고, 이렇게 이기적인 세상엔 다들 주변인일거라고 위로했었던 것이다.

그러니

루스벨트 대통령의 일화는 내가 치매를 앓아도 절대 잊어버리지 않으리라 결심했다.

루스벨트 대통령은 그의 측근은 물론, 주위의 모든 사람의 이름과 세세한 사연까지

기억하고 챙겨주었다고 한다. 하인들이 먹는 빵을 굽는 여인의 이름까지 기억하고

마주칠때마다 환하게 웃으며 인사했다니..

처세술도 인격을 견고히하는 기술인것이구나..

 

읽고나니 마음이 급해졌다.

빨리 데일카네기의 조언대로 누군가를 기쁘게 해주고 싶어졌기 때문이다.

내 주위사람들을 빨리 진심으로 인정해주고 싶어졌고,

환하게 미소지어 주고 싶어졌으며

진심으로 우러나온 칭찬으로

많은 사람이 기분 좋은 하루를 지내게 하고 싶어졌다.^^

 

카페에 들어가 진심어린 댓글도 많이많이 달아주고 말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그림자 도둑
마크 레비 지음, 강미란 옮김 / 열림원 / 2010년 12월
평점 :
절판


장난꾸러기 소년같은 작가의 사진처럼

이야기 역시 소년다움이 묻어 있다.

환타스틱한 성장기라는 과장된 광고만 빼면,

시종일관 흥미를 잃지 않고, 잔잔한 재미를 느낄 수 있어 좋았다.

물론 그림자를 훔친다거나, 그림자주인의 속마음을 읽어낸다는 발상도 독특했다.

 

착한 소년의 착한 성장기를 듣고, 어느 새 책 속의 소년과 동화되어

나 역시 그와 함께 청년이 되고, 그의 슬픔과 사랑도 함께 겪는다.

소년의 심연을 고요히 들여다보며 꾸려가는 이야기가 참 편안하다.

 

나는 가끔 어린 시절을 떠올린다.

아니, 나이 한 살 씩 더 먹을 때마다

최근의 기억보다 유년의 기억이 더 또렷해지는 것 같다.

그리고 그 기억을 떠올릴만한 계기가 생기면

갑자기 쓸쓸함인지 아련함인지 모를 여러 감정이 응집되고,

 가는 끈이 툭 터지 듯 코 언저리가 시큰해지는 것이다.

자주 있는 일은 아니다.

 그런데 '그림자 도둑' 읽으며 그 감정이 천천히 밀려왔다.

내가 주인공처럼 그림자를 훔치는 능력이 있었다거나,

그래서 어린 시절이 떠올랐다거나.뭐. 그런건 아니다^^;

 

주인공 소년은 그림자를 훔치는 묘한 재주가 있다.

소년이 원해서 훔치는 것이 아니라,

 가까운 사람 곁에 서면 순식간에 소년의 그림자와 그들의 그림자가

맞바뀌거나 겹쳐지는 것이다.

그럼 그들의 그림자는 소년을 쫒아다니고,

대화를 시도하고, 일을 저지르기도 한다.

그림자가 바로 자신 주인들의 속마음이자,

어둡고 외로운 또 다른 자아인 셈이다.

소년이 훔친 그림자의 주인들은 갖가지 사연과 슬픔을

그림자에 꼬깃꼬깃 간직하였고,

그림자들이 소년에게 이야기를 털어놓는 식이었다.

소년을 괴롭히는 덩치큰 마르케스가 사실은 부모의 무관심에 상처받았었고,

어머님께 받았던 편지들을 읽고, 힘을 낸다며 너스레를 떨던 이브아저씨가

사실은 어머니에게 편지를 받은 적도 없으며, 자신이 태어나자마자 돌아가셨다는 이야기.

열두살 첫사랑 클레아의 그림자를 대면하고는

그녀의 내면이 세상에 대한 두려움에 질려 있음을 알게 되어 그녀를 돕기도 한다.

뤼크와의 소중한 우정을 지키기 위해, 뤼크의 그림자는 훔치지 않으려 애쓰는 것도 재미있다.

 

소년이 청년으로 자라고, 이젠 의대에서 공부에 전념하느라

유년의 추억을 떠올릴 여력이 없다.

그러나 아름다운 추억과 소중한 사람들은 여전히 그의 주위를 환하게 한다.

친구 뤼크가 그렇고, 버팀목인 엄마가 그렇다.

이브아저씨는 떠나고, 클레아는 잊었지만 말이다. ^^;

내가 나이먹고 부러워하는건지..

소년의 이십대가 무척이나 재밌고 즐거워 보인다.

특히 뤼크와 소피, 그 셋이 투닥투닥하는 내용은 꽤 코믹하기도 하다.

그들의 청춘이 무척 빛나고 쨍해서 읽는 나도 미소를 띤다.

또 하나.

주인공 소년과 클레아의 사랑이야기가

 읽는 사람 맘을 아련하게 한다.

열두살의 수줍은 소년소녀는, 순수한 마음을 주고 받으며,

매년 휴가때마다 그 바다에서 만나기로 약속한다.

그러나 소년은 이내 그 약속을 잊고,

클레아는 그 후로도 4년 동안 소년을 기다린다.

우연히 그 바다를 찾게 된 소년은 그 사실을 알게 되고 클레아의 근황을 수소문한다.

어렵게 그녀를 만나지만, 그녀는 소년을 알아보지 못하고

그렇게 그들의 인연은 끝이 난 것 처럼 보인는데....

 

그 다음은 찾아서 읽어보시랏~정말 재미있을 것이다. 후훗..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