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자 도둑
마크 레비 지음, 강미란 옮김 / 열림원 / 2010년 12월
평점 :
절판


장난꾸러기 소년같은 작가의 사진처럼

이야기 역시 소년다움이 묻어 있다.

환타스틱한 성장기라는 과장된 광고만 빼면,

시종일관 흥미를 잃지 않고, 잔잔한 재미를 느낄 수 있어 좋았다.

물론 그림자를 훔친다거나, 그림자주인의 속마음을 읽어낸다는 발상도 독특했다.

 

착한 소년의 착한 성장기를 듣고, 어느 새 책 속의 소년과 동화되어

나 역시 그와 함께 청년이 되고, 그의 슬픔과 사랑도 함께 겪는다.

소년의 심연을 고요히 들여다보며 꾸려가는 이야기가 참 편안하다.

 

나는 가끔 어린 시절을 떠올린다.

아니, 나이 한 살 씩 더 먹을 때마다

최근의 기억보다 유년의 기억이 더 또렷해지는 것 같다.

그리고 그 기억을 떠올릴만한 계기가 생기면

갑자기 쓸쓸함인지 아련함인지 모를 여러 감정이 응집되고,

 가는 끈이 툭 터지 듯 코 언저리가 시큰해지는 것이다.

자주 있는 일은 아니다.

 그런데 '그림자 도둑' 읽으며 그 감정이 천천히 밀려왔다.

내가 주인공처럼 그림자를 훔치는 능력이 있었다거나,

그래서 어린 시절이 떠올랐다거나.뭐. 그런건 아니다^^;

 

주인공 소년은 그림자를 훔치는 묘한 재주가 있다.

소년이 원해서 훔치는 것이 아니라,

 가까운 사람 곁에 서면 순식간에 소년의 그림자와 그들의 그림자가

맞바뀌거나 겹쳐지는 것이다.

그럼 그들의 그림자는 소년을 쫒아다니고,

대화를 시도하고, 일을 저지르기도 한다.

그림자가 바로 자신 주인들의 속마음이자,

어둡고 외로운 또 다른 자아인 셈이다.

소년이 훔친 그림자의 주인들은 갖가지 사연과 슬픔을

그림자에 꼬깃꼬깃 간직하였고,

그림자들이 소년에게 이야기를 털어놓는 식이었다.

소년을 괴롭히는 덩치큰 마르케스가 사실은 부모의 무관심에 상처받았었고,

어머님께 받았던 편지들을 읽고, 힘을 낸다며 너스레를 떨던 이브아저씨가

사실은 어머니에게 편지를 받은 적도 없으며, 자신이 태어나자마자 돌아가셨다는 이야기.

열두살 첫사랑 클레아의 그림자를 대면하고는

그녀의 내면이 세상에 대한 두려움에 질려 있음을 알게 되어 그녀를 돕기도 한다.

뤼크와의 소중한 우정을 지키기 위해, 뤼크의 그림자는 훔치지 않으려 애쓰는 것도 재미있다.

 

소년이 청년으로 자라고, 이젠 의대에서 공부에 전념하느라

유년의 추억을 떠올릴 여력이 없다.

그러나 아름다운 추억과 소중한 사람들은 여전히 그의 주위를 환하게 한다.

친구 뤼크가 그렇고, 버팀목인 엄마가 그렇다.

이브아저씨는 떠나고, 클레아는 잊었지만 말이다. ^^;

내가 나이먹고 부러워하는건지..

소년의 이십대가 무척이나 재밌고 즐거워 보인다.

특히 뤼크와 소피, 그 셋이 투닥투닥하는 내용은 꽤 코믹하기도 하다.

그들의 청춘이 무척 빛나고 쨍해서 읽는 나도 미소를 띤다.

또 하나.

주인공 소년과 클레아의 사랑이야기가

 읽는 사람 맘을 아련하게 한다.

열두살의 수줍은 소년소녀는, 순수한 마음을 주고 받으며,

매년 휴가때마다 그 바다에서 만나기로 약속한다.

그러나 소년은 이내 그 약속을 잊고,

클레아는 그 후로도 4년 동안 소년을 기다린다.

우연히 그 바다를 찾게 된 소년은 그 사실을 알게 되고 클레아의 근황을 수소문한다.

어렵게 그녀를 만나지만, 그녀는 소년을 알아보지 못하고

그렇게 그들의 인연은 끝이 난 것 처럼 보인는데....

 

그 다음은 찾아서 읽어보시랏~정말 재미있을 것이다. 후훗..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