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의 기쁨과 슬픔
알랭 드 보통 지음, 정영목 옮김 / 은행나무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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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을 하는 이유에 대해 생각해 보지 않은 사람
- 일의 의미를 생각해 보고 싶은 사람
- 다른 직업을 간접 경험해 보고 싶은 사람

나는 왜 일을 할까? 금전적인 이유를 제외하고 노동을 하는 목적과 이유를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이마저도 경력 n년차인 지금까지 하지 않았다는 것을 최근에서야 알게 되었다. 그래서 100세 시대에 배움보다 훨씬 긴 시간을 차지할 '노동'의 시기를 무심히 흘려보낸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당신은 일을 왜 하나요?
이 책은 알랭 드 보통 작가의 글과 리처드 베이커의 사진으로 생생한 노동 현장을 담은 책이다. 화물선, 물류, 비스킷 공장, 직업 상담가, 로켓, 화가, 송전, 회계, 창업, 항공과 같이 우리 일상과 가깝기도 하고 인지하지 못했던 분야까지 다양한 현장을 다루고 있다. 
책에 소개된 노동의 현장은 일상과 동떨어진 것처럼 보여서 각 노동 현장에서의 애환을 담은 건가 생각할 수 있지만, 저마다의 노동 환경과 인터뷰어/관찰 대상들에 대한 생생한 글은 직업에 대한 편견을 마주하게 하고 일의 본질을 생각하게 한다. 
일에서 자아실현을 찾지 말라는 웃픈 이야기가 흔해진 사회에서, 우리는 무엇을 외면하고 있는지 깨닫지 못하곤 한다. 특히 한국처럼 빠르게 변하고 다른 사람의 시선을 신경 쓰는 환경에서 일의 의미를 잊기 쉽다. 단지 경제적 수단으로만 생각하고 있어서 번아웃이 쉽게 찾아오는 것이 아닐까? 
나는 우리의 일상을 풍요롭게 하는 로켓 엔지니어에게, 나무를 매일 관찰하고 생생하게 표현하는 데 힘을 쏟는 화가에게, 창업을 꿈꾸는 사람에게서 태도와 의미를 고민했다.  
화려하거나 대중적으로 '성공'이라 여겨지는 직업이 아닌, 가려진 노동 현장을 다뤘다는 점도 좋았다. 그래서 더더욱 일의 본질과 가치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된 것 같다.

이 책을 읽는다고 해서 많은 것이 바뀔 것 같진 않다. 하지만 어쩌면 우리 대다수의 시간을 보낼 일에서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도록 중요한 것을 잊지 않게 해줄 것이다. 

그래서 나는 일을 왜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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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 사고를 일으키는 의사들
대니엘 오프리 지음, 고기탁 옮김 / 열린책들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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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에서 의사가 일으킨 사고를 접할 때마다 '내가 저 환자였다면?' 이라는 섬뜩한 생각을 하곤 했다. 그럼에도 아프면 병원에 가고 눈앞에 있는 의사를 전적으로 믿고 의지한다. 누군가에겐 가벼운 선택이, 아프지 않으려 찾아간 병원이 최악의 경험이 되기도 한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나는 걸까? 사고를 낸 의사의 실력이 부족해서 일까? 단지 부주의 때문일까?

이 책은 의사의 시선으로 의료 사고를 다룬 과학 책이자, 현실을 드러내는 르포이며, 때로는 에세이처럼 읽히기도 한다. 책을 읽기 전, 나는 저자가 의료 사고를 어떻게 바라보고 어떤 태도를 취할지 궁금했다. 그는 의사로서 사고가 일어날 수밖에 없는 현실을 '변명'할까? 아니면 자신과 다른 의사를 구분 짓고 비판할까? 나는 의사가 아니기에 늘 환자일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환자가 의사를 이해할 수 있을까? 환자는 의사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자신의 증상을 잘 설명하는 것? 진료가 만족스럽지 않아도 조용히 넘어가는 것?

이런 수많은 물음표를 안고 책을 펼쳤다. 책을 읽으며 솔직하고 현장감 있는 묘사 덕분에 나는 어느새 저자의 진료실, 수술실, 병동 안에 있었다. 의사와 환자의 이야기가 교차되어 서술되면서 의사의 고충이 생생히 전해졌고, 동시에 환자가 의료 시스템 안에서 얼마나 힘없는 위치에 놓이는지도 공감할 수 있었다.

저자는 의료 사고가 발생하게 되는 구조적인 문제들을 짚고, 사고를 줄이기 위해 어떤 변화가 필요한지를 이야기한다. 예를 들어, 전산화된 진료 차트(EMR)는 의료 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수단으로 도입되었지만, 실제로는 수많은 체크리스트와 알림 때문에 의사의 인지적 사고를 방해하고, 진료 시간이 늘어나는 부작용을 낳는다. 그렇게 시작된 사소한 실수는 눈덩이처럼 커지고, 그 피해는 결국 환자에게 돌아간다. 그렇다면 환자는 충분한 보상을 받고 있을까? 책임은 누구에게 물어야 할까? 길고 긴 소송의 과정은 또 어떻게 감당해야 할까?

환자는 결국 의사의 결정을 따를 수밖에 없다. 그 의사가 성차별적이거나, 인종적 편견을 지니고 있더라도 환자는 부적절한 진료를 받게 되고, 자신의 의견이 무시되더라도 의사의 선택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반면, 의사는 짧은 진료 시간 안에 환자의 증상을 듣고 수십 가지 가능성 중 하나를 진단해야 하는 압박을 받는다. 늘어나는 환자 수와 업무량은 의사의 책임을 더욱 가중시킨다.

이런 악순환은 과연 해결할 수 있을까?

이 책을 통해 미국의 의료 시스템 일부를 엿볼 수 있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시스템은 어떻게 되어 있을까? 안전한 진료를 위해 우리 의료 체계도 끊임없이 점검되고 수정되고 있을까? 실수가 실수로만 끝나지 않기를 바란다.


+
의사는 정말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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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LPT N2 단기 합격 (별책, 앱 단어장, MP3 포함) - 일본어능력시험 완벽 대비 JLPT 단기 합격
일본어의숲 지음 / 넥서스Japanese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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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한 권으로 시험 대비하고 싶은 사람
✔️커리큘럼대로 공부하고 싶은 사람
✔️공부할 시간이 한 달 밖에 없는 사람

일본어 원서를 읽고 싶다는 생각 하나로 일본어 공부를 시작했었는데, 방대한 자료에 시작부터 질려서 미루고 있었다. 5년 전의 공부를 마지막으로 손에 놓고 있다가 최근에 다시 시작했다.
이 책은 26일 동안 독파할 수 있도록 짜인 수험서로 시험 출제에 맞춰 문자/어휘, 문법, 독해, 청해 로 구성되어 있다. 

📌풍부한 연습문제 & 요령
나는 26일 플랜을 따라가지 않고 항목 별로 나눠서 읽어 나갔다. 단기간 자격증 취득을 목적으로 구성되긴 했지만, 연습문제와 학습 요령, 단어, 어휘가 빽빽하게 들어가 있어 이 책 한 권만 공부해도 시험을 치는 데 문제 없겠다는 생각이 든다.
시험 대비할 때 n회독 하는 것을 지향하는 터라 문제를 책에 풀지 않고 공책에 따로 푸는 것을 선호하는데 이 책은 문제가 많아서 다시 푸는 데도 시간이 걸릴 것 같다.

📌실전 모의고사와 답안지
아직 실전 모의고사까지 풀어보진 않았는데 시험 치기 전에 마킹 연습이나 시간 배분 대비를 할 때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처럼 26일 커리큘럼을 따라가는 것이 아니면 분철하거나 셀프로 분할해서 이용하면 좋겠다. 책이 두꺼워서 앞뒤 왔다 갔다하는 게 어려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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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이 알고 보니 내 인생이 아님 바통 7
이종산 외 지음 / 은행나무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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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가기 싫은 출근 전날 읽으면 딱 좋은 책

다른 사람의 삶으로 살아보고 싶은 적이 있는가? 유명인, 친구, 가족까지 다른 사람의 인생은 살기 편해 보이고 좋아 보인다. 
이 책은 이런 생각에서 피어난 이야기를 담은 단편집이다. 다른 사람의 인생을 살아보고 싶은 사람, 이미 다른 사람의 인생을 살고 있는 사람, 책으로 들어가기도 하며 빙의된 존재는 사람일 때도 있고 물체일 때도 있다. 이렇게 경계를 허물며 나라면 어땠을까를 생각하게 한다.
7가지의 각양각색의 이야기를 읽으며 잠시 다른 존재가 되는 상상을 해보는 건 어떨까. 이런 상상이 가벼운 빙의처럼 느껴질지도.

첫 이야기 <두 친구>는 귀신이 관여하는 전통 빙의로 예은과 지원의 외줄타기 같은 관계를 다루고 있다. 힘든 일이 있으면 혼자 이겨내는 예은과 타인에게 이야기하며 푸는 지원. 예은은 계속 반복되는 지원의 한탄에 지쳐 연락을 끊는다. 그러다 시간은 흘러 지원은 제주도로 이사 가고 예은을 초대하는데 예은은 힘든 시기에 외면했다는 부채감과 불편함을 가지고 떠난다. 동화 같은 풍경에 상반되는 스산한 분위기가 이야기 전반에 깔려 있다. 귀신(?)의 존재가 등장하긴 하지만 무섭진 않고 기괴한 분위기가 기억에 오래 남을 것 같다.

개인적으로 박서련 작가님의 <니가 왜 미쳤는지 내가 왜 알아야 돼>가 재밌었다. 추리소설도 좋아하고 빙의물이라는 설정이 잘 어우러져 끝까지 즐겁게 읽었다. 읽을 때마다 마음에 남는 이야기가 다를 것 같다.

다른 존재가 된다고 해도 결국 내 삶이 되어 버리면 똑같은 지루함을 느끼지 않을까. 매번 극적이고 매번 새로울 수 없으니 내 인생을 인정하고 가꾸는 것이 필요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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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험의 멸종 - 기술이 경험을 대체하는 시대, 인간은 계속 인간일 수 있을까
크리스틴 로젠 지음, 이영래 옮김 / 어크로스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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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개를 들어 주변 사람들을 보라. 화면을 보고 있지 않은 사람이 있는가? 이 책을 지하철에서 읽다 문득 고개를 들어 사람들을 보았다. 모두가 화면을 보고, 이어폰을 끼고 있었다. 글이 현실을 담고 있었다. 언제부터 이렇게 됐었지?

이 책은 기술 발전이 앗아가고 있는 우리의 경험에 관해 이야기 한다. 직접 경험하지 않는 것의 위험성, 물리적으로 대면하지 않는 것, 손 글씨를 쓰지 않는 것, 인내심이 사라지는 현상, 감정 빈곤, 자극적인 콘텐츠를 소비하는 것. 현실을 보여주고 어떤 문제가 있는지 알려준다. 예측이 아니라 현실을 반영한다는 점에서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기술 발전이 우리에게 전보다 빠르고 편리함을 주었지만, 이렇게 기술에 외주화해서 얻는 것이 무엇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기술이 발달해서 여유로운 풍요를 누리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기계처럼 변화하고 있는 것 같다.
저자의 말처럼 신체는 물리적 공간에 있지만 정신은 가상공간에 머물러 있는 시간이 길어지고, 자신이 보려고 하는 것만 보고 자본이 만든 필터링된 세상만을 보는 것 같다. SNS로 끊임없는 연결이 이루어지고 있지만 정작 바로 옆에 있는 사람, 같은 공간에 있는 사람은 인식하지 못한다. 우연이 사라진 이 세상에서 나는 무엇을 얻을 수 있을까. 기업이 설계한 곳에만 있어도 되는 걸까? 필터링을 거친 세상에 남겨져 있어도 될까.
7장으로 구성된 책을 읽으면서 기술에는 인간성을 요구하고 인간은 기계화가 되어가고 있다고 느꼈다. 동시에 기계는 똑똑해지고 인간은 멍청해진다. 모든 것을 아웃소싱하면 결국 내가 하는 것은 무엇일까? 어쩌면 우리의 지루함, 인내심, 집중력, 기억, 경험이 희귀해질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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