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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 사고를 일으키는 의사들
대니엘 오프리 지음, 고기탁 옮김 / 열린책들 / 2025년 6월
평점 :
뉴스에서 의사가 일으킨 사고를 접할 때마다 '내가 저 환자였다면?' 이라는 섬뜩한 생각을 하곤 했다. 그럼에도 아프면 병원에 가고 눈앞에 있는 의사를 전적으로 믿고 의지한다. 누군가에겐 가벼운 선택이, 아프지 않으려 찾아간 병원이 최악의 경험이 되기도 한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나는 걸까? 사고를 낸 의사의 실력이 부족해서 일까? 단지 부주의 때문일까?
이 책은 의사의 시선으로 의료 사고를 다룬 과학 책이자, 현실을 드러내는 르포이며, 때로는 에세이처럼 읽히기도 한다. 책을 읽기 전, 나는 저자가 의료 사고를 어떻게 바라보고 어떤 태도를 취할지 궁금했다. 그는 의사로서 사고가 일어날 수밖에 없는 현실을 '변명'할까? 아니면 자신과 다른 의사를 구분 짓고 비판할까? 나는 의사가 아니기에 늘 환자일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환자가 의사를 이해할 수 있을까? 환자는 의사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자신의 증상을 잘 설명하는 것? 진료가 만족스럽지 않아도 조용히 넘어가는 것?
이런 수많은 물음표를 안고 책을 펼쳤다. 책을 읽으며 솔직하고 현장감 있는 묘사 덕분에 나는 어느새 저자의 진료실, 수술실, 병동 안에 있었다. 의사와 환자의 이야기가 교차되어 서술되면서 의사의 고충이 생생히 전해졌고, 동시에 환자가 의료 시스템 안에서 얼마나 힘없는 위치에 놓이는지도 공감할 수 있었다.
저자는 의료 사고가 발생하게 되는 구조적인 문제들을 짚고, 사고를 줄이기 위해 어떤 변화가 필요한지를 이야기한다. 예를 들어, 전산화된 진료 차트(EMR)는 의료 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수단으로 도입되었지만, 실제로는 수많은 체크리스트와 알림 때문에 의사의 인지적 사고를 방해하고, 진료 시간이 늘어나는 부작용을 낳는다. 그렇게 시작된 사소한 실수는 눈덩이처럼 커지고, 그 피해는 결국 환자에게 돌아간다. 그렇다면 환자는 충분한 보상을 받고 있을까? 책임은 누구에게 물어야 할까? 길고 긴 소송의 과정은 또 어떻게 감당해야 할까?
환자는 결국 의사의 결정을 따를 수밖에 없다. 그 의사가 성차별적이거나, 인종적 편견을 지니고 있더라도 환자는 부적절한 진료를 받게 되고, 자신의 의견이 무시되더라도 의사의 선택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반면, 의사는 짧은 진료 시간 안에 환자의 증상을 듣고 수십 가지 가능성 중 하나를 진단해야 하는 압박을 받는다. 늘어나는 환자 수와 업무량은 의사의 책임을 더욱 가중시킨다.
이런 악순환은 과연 해결할 수 있을까?
이 책을 통해 미국의 의료 시스템 일부를 엿볼 수 있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시스템은 어떻게 되어 있을까? 안전한 진료를 위해 우리 의료 체계도 끊임없이 점검되고 수정되고 있을까? 실수가 실수로만 끝나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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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는 정말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니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