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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이 보지 못할 밤은 아름다워
백사혜 지음 / 허블 / 2025년 6월
평점 :
이 책은 먼 미래 지구에서 시작해 우주 행성까지 뻗어가는 이야기를 담은 SF소설이다.
지구는 거대한 재벌가들의 소유가 되어, 땅의 주인인 영주 계급이 탄생했다. 이들은 끝없는 욕망을 품고 우주 개척에 나선다. 우주를 점령하기 위해 수많은 사람들을 다양한 행성으로 파견 하지만, 그곳에서 사람들은 더 이상 영주의 뜻대로 움직이지 않는다. 자율성과 독립의 움직임이 퍼지자, 영주는 전쟁을 시작한다.
소설은 총 여섯 개의 이야기로 이루어져 있으며, 각 이야기는 앞의 이야기와 얇은 실로 연결된 것처럼 이어져 있다. 이야기 하나하나에 빠져들다 보면 어느새 전체 흐름 속에 잠기게 된다. 독자는 마치 행성을 여행하는 어린 왕자처럼, 각기 다른 행성의 세계를 지켜보게 된다.
과학기술은 영주의 욕망에 의해 눈부시게 발전한다. 하지만 도덕성과 인간성은 결여되어 상상할 수 없는 것들을 만들어낸다. 불사의 몸을 위해 인간을 희생하거나, 완벽한 아름다움을 위해 인간을 배양한다. 이런 환상적이고 기이할 정도로 아름다운 세계는 오히려 가진 자와 가지지 못한 자를 더욱 극명하게 보여주고, 현실 세계와 맞닿아 있는 지점을 발견하게 한다. 잔혹함과 탐욕만 남은 세계에서 독자는 점점 사라진 것들—윤리, 인간성, 연대, 자유—의 소중함을 되새기게 된다.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무엇이 진정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지를 되묻게 된다.
이 책의 표제작 <그들이 보지 못할 밤은 아름다워>는 얼굴 없는 용과 인어 그리고 아름다운 존재가 등장하는데, 하얀 눈밭이 배경이라 그런지 더욱 동화를 읽는 듯한 기분이 든다. 화자인 나는 우주 전쟁으로 인해 물속에 오랫동안 있을 수 있도록 몸을 개조했다. 그러다 결국 잡히고 한 행성에서 아기를 키우는 벌을 받게 된다. 영주의 반려가 되기 위해 아름다움으로 배양된 아기는 매뉴얼을 어기게 되면 금방 죽어버리고 그럴 때마다 아기는 새롭게 배양된다. 나는 충격을 받고 아기를 매뉴얼대로 키우지만, 사랑을 주지 않으려 노력하다 결국 이름을 지어주게 된다.
화자인 ‘나’의 시선을 따라가다 보면, 그 감정과 생각이 점점 변해가는 과정이 섬세하게 느껴진다. 특히 ‘나’를 엄마라고 부르던 아기가 죽고, 다시 태어나는 과정을 지켜보는 장면에서는 문득 멈춰 서게 된다. 그런 상황을 마주한 한 사람의 마음은 어떨까, 나 자신이라면 어떤 감정을 느낄까 되묻게 되었다.
작품을 통해 권력이 만들어낸 인간의 탐욕이 결국 얼마나 참혹한 결말을 불러오는지를 목격하면서, 무엇이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게 된다.
깜깜한 밤하늘 아래에서 다시 읽어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