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환
앨러스테어 레이놀즈 지음, 이동윤 옮김 / 푸른숲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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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 사일러스 코드는 배에 고용된 가난한 보조의사이다. 배는 낡고 선원은 지친 채 미지의 것을 찾기 위해 항해를 계속 하던 중 찾고 있는 것에 다다랐을 때 죽게 된다. 다음 세기에 사일러스 코드는 증기선을 타고 또다시 미지의 것을 향해 나아간다. 그러다 죽음을 맞이하게 되는데, 자신이 이전에도 같은 이유로 죽었음을 알게 된다. 또 다음 세기에 사일러스 코드는 비행선을 타고 나아간다. 이번에는 이상함을 감지한다. 

사일러스 코드가 범선, 증기선, 비행선, 우주선을 타고 여러 번 죽는 동안 나는 선원이 되어 미지의 것에 다가가게 될 것이다.

책을 읽고 화자가 첫 번째 죽음을 맞이했을 때, 당황했다. 주인공인줄 알았는데 이렇게 죽는다고? 그것도 명확한 죽음이 아니라 미스터리에 둘러 싸인 채로? 그러다 시간이 흐르고 다시 살아났을 때 당혹감을 느꼈다. 생각했던 전개대로 흐르지 않아서 뒷 이야기가 예상되지 않았다. 수수께끼는 계속 되고 수수께끼를 풀기 위해 배에 계속 타게 되었다.

자신의 죽음을 알고 계속되는 삶을 사는 코드 박사에 이입하며 책을 읽다 보면, 미지의 구조물보다 그것을 바라보는 다른 인물들을 살피게 된다. 죽음에 이르기까지 탐욕스러운 마음과 취하려는 욕구가 인간 날 것을 보여주는데, 이 것이 계속 반복된다는 것이 인간의 어리석음과 나약함이 보여주는 것 같았다.

죽음이 반복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책 제목의 의미는 무엇일까, 시작과 끝은 어딜까.와 같은 질문을 생각하며 미스터리와 반전을 즐기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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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왜 싸우는가 - 싸울 수밖에 없다는 착각 그리고 해법
크리스토퍼 블랫먼 지음, 강주헌 옮김 / 김영사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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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과 몇십년 전까지만 해도, 전쟁을 겪은 우리는 여전히 그 기억을 안고 살아가고 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며 과거는 점점 희미해졌고, 역사책 속 전쟁은 활자와 과거로 남겨졌다. 나 역시 머나먼 이야기로 생각했고 역사를 소재로 한 콘텐츠를 소비할 뿐, 현실과는 동떨어진 이야기로 받아들이곤 했다.
그러나 뉴스를 보고, 주변을 들러보면서 생각이 달라졌다. 여전히 지구 곳곳에서는 전쟁이 벌어지고 있었고, 다른 형태로 바뀌었을 뿐 전쟁과 갈등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었다. 과거뿐 아니라 지금까지 이어져 온 정치적, 경제적, 심리적 갈등을 보며 이런 생각이 들었다. '왜 싸우는 걸까? 아무런 이득도 없어 보이는데, 대체 왜 갈등은 반복되는 걸까?'

이런 의문을 품고 이 책을 읽기 시작했다. 이 책은 경제, 정치, 심리, 역사적 관점에서 전쟁의 원인을 분석하며, 게임 이론과 전략학 같은 이론적 틀을 통해 갈등을 설명한다. 그리고 평화를 이루기 위해 우리가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통찰도 함께 제시한다.

이 책에서는 전쟁과 갈등의 원인을 다섯 가지로 제시한다.

  • 견제되지 않은 이익 - 개인적인 이득을 추구하는 지도자
  • 무형의 동기 - 지위나 지배력을 얻기 위한 용망
  • 불확실성 - 허세
  • 이행 문제
  • 잘못된 인식

이 다섯 가지의 원인을 읽고 나면, 국가 단위의 큰 일에서부터 인간 대 인간의 작은 갈등까지, 모든 분쟁이 논리적이고 합리적인 이유로 발생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저자는 국가와 집단을 예시로 들지만, 실상은 생각보다 사사롭고 작은 이유-편향된 가치관과 이념-로 큰 싸움이 일어난다는 것을 알게 한다.
이렇게 전쟁과 갈등의 원인을 분석하는 것에서 끝나지 않고 "평화"(이 책에서는 모두가 만족하고 서로 좋은 감정을 갖고 있는 상태가 아닌, 서로 합의가 이루어져 우호적인 감정을 갖고 있지 않아도 함께 살아가는 것을 평화로 본다)로 가기 위한 방법과 앞서 소개했던 다섯 가지 이외에도 추가적으로 고려해야 하는 원인을 이야기한다. 
흥미로웠던 점은, 전쟁을 지지하는 사람들의 주장과 그 이면까지 파헤쳐 볼 수 있었다. 예를 들어, 전쟁은 평등을 만들고 국가를 형성하는 장점이 있다고 하지만, 이것은 철저히 살아남은 사람들의 이야기라는 점에서 동의할 수 있었다. 평등과 안정성의 측면에서도 전쟁은 이득이 되지 않는 것에서도 고개를 끄덕이게 되었다. 
이 책을 읽으며 전쟁 없이도 발전할 수 있고 서로 합의로 모두 함께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더 굳건해졌다. 저자가 소개하는 십계명을 다시금 읽으며 쓸데없는 갈등이 발생하지 않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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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키메라의 땅 1~2 세트 - 전2권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김희진 옮김 / 열린책들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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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피라미드 꼭대기에 있다고 생각하는가? 이 책을 읽고 나면 얼마나 그 생각이 허황된 믿음이었는지 깨닫게 될 것이다.


오래전 공룡이 멸종했듯, 인류가 사라진다면 지구는 어떻게 될까? 상상해 본 적 있는가?
나는 이런 상상을 할 때마다 언제나 지구의 종말이나 인간이 더이상 살 수 없는 환경이 되는 건 인간 때문이라고 생각하곤 한다. 전쟁, 분열, 갈등은 물론이고, 자연을 파괴하는데도 거리낌이 없으며, 온난화로 모두가 고통받지만, 온난화를 발생시키는 행동을 멈추지 않는다. 이런 상상은 작가 역시 해본 듯 하다.

이 책은 진화 생물학자 알리스의 이야기에서 시작된다. 알리스는 개인적인 이유로 험난한 환경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는 새로운 인류를 만들고자 한다. 박물관에서 기밀 연구를 진행하던 그녀는 기자의 소행으로, 외부로 연구의 내용이 알려진다. 이종 간의 혼합을 목표로 하던 연구는 성공이었지만, 반대 세력에 의해 실험체들은 폐기되고, 알리스는 우주로 보내진다. 배양체를 안고 우주정거장에 도착한 그녀는 얼마 지나지 않아 지구에 3차 세계대전이 발발한 것을 듣게 되고, 핵전쟁으로 인해 지구는 방사능에 노출되고 만다. 알리스는 과연 다시 지구에 돌아갈 수 있을까?

이 책에는 다양한 키메라가 등장한다. 박쥐, 두더지, 돌고래와 인류의 혼합된 생명체. 작가의 상상력으로 빚어낸 이들이지만, 초반의 현실적인 설정 덕분에 어디선가 살아 숨 쉬고 있을 것 같은 느낌을 준다.

새로운 국면을 맞이할 때마다 벌어지는 사건은 지금 우리의 모습과 닮아있다. 전쟁을 일으킨 인간의 근원적인 문제는 환경이 변한다고 그다지 변하지 않을 것이고, 만약 나의 경우라면 어떤 결정의 내렸을지 상상해 보기도 했지만 큰 변화는 없을 것 같다. 
인간과 동등한 존재로 진화한 새로운 종과 우리는 공존할 수 있을까?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 것은 무엇인가?
인류를 멸종시킬 수도 있는 새로운 생명을 만드는 것에 동의하는가? 
이야기 속 갈등에서 이와 같은 질문들을 스스로에게 던지게 한다. 작가는 되풀이되는 인류의 문제와 위기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에 대한 숙제를 계속 던진다. 문제를 일으키는 것은 인간이니 해결할 수 있는 것도 인간이 할 수 있다고 이야기하는 것 같기도 하다. 

2권으로 이루어진 비교적 긴 이야기이지만, 전개가 빨라 술술 읽힌다. 무엇보다 책을 읽으며 상상하는 즐거움이 있고  눈앞에 쉽게 그려져, 영화로 만들어지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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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주하는 남성성 - 폭력과 가해, 격분과 괴롭힘, 임계점을 넘은 해로운 남성성들의 등장
한국성폭력상담소 기획, 권김현영 외 지음 / 동녘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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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여성으로 살아가다 보면 현실에서 불편한 순간들을 마주하게 된다. 뉴스 속 이야기만이 아니라, 나의 일상을 침투하는 불편함. 때로는 명확히 이름 붙이기 어려운 그런 순간들 말이다. 살인 예고, 흉기 난동, 스토킹, 데이트 폭력, 가정폭력, 딥페이크, 사이버레커 등 우리 일상을 뒤흔드는 사건들은 이제 뉴스뿐만 아니라 정치권, 특히 극우 성향의 담론 속에서도 쉽게 접할 수 있다. 이처럼 지속되고 반복되는 현상의 공통적인 원인은 무엇일까? 이 책은 그 뿌리를 남성성에서 찾는다. 


이 책은 실제로 일어난 사건들을 바탕으로, 그 이면에 자리한 구조적 성차별을 드러낸다. 이를 통해 우리 사회의 문제를 차근차근 짚어나가며, 지금 우리가 어떤 현실을 살고 있는지 직시하게 하고, 더 나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 무엇을 고민해야 할지를 묻는다.

책에 소개된 범죄 사례들과 '집게 손', '숏컷 여성 폭행 사건'처럼 명백한 여성 혐오 범죄들을 접하면서, 나는 이런 일이 왜 반복되는 걸까, 근본 원인은 무엇일까 자꾸 되새기게 됐다. 사회는 이런 문제들을 일부 집단, 일부 남성의 문제로 개인화하여 납작하게 잘라내고 문제의 원인을 찾으려 하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신질환 때문이라고 하거나, 남성 집단 내 서열 경쟁에서 밀리고 여성들에게 분노를 느껴서...라고 하거나.(정신 질환은 남성만 겪는 것이 아닌데 왜 폭력은 남성에게서 더 빈번하게 나타나는지?) 가해자에게 서사를 부여하고 그들의 폭력을 이해하려는 시도는, 결국 피해자에게 2차 가해로 작용하고, 문제의 근본을 외면하게 만든다. 또한 정신질환자에 대한 왜곡된 이미지를 심회시켜 또 다른 사회적 약자를 낙인찍는 결과를 낳는다.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4장 <사이버레커와 여성폭력 사건들 - 정의 구현에 활용된 성폭력> 이다. 이 장에서는 사이버레커의 문제점-왜 온라인에서 가해자/피해자를 공개하는 것이 문제가 되는가, 왜 정의 구현을 외치는 사람들이 2차, 3차 가해의 원인이 되는가-을 이야기 한다. 유튜브에서 논란이 되었던 사례들을 통해,  가해자와 피해자를 노출시키는 방식이 어떤 문제를 낳는지 알 수 있었다. 이 문제는 우리 사회의 엄벌 주의가 반영된 결과이자, 이것이 피해자 고정관념을 강화시키고 피해자의 목소리를 지우고 있음을 일깨워 준다. 나 또한 피해자에 대한 고정관념을 갖고 있었던 것은 아닌가 반성하게 되었다. 그리고 소위 말하는 사이다, 참교육과 같은 콘텐츠의 유해성에 대해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다.

이 책이 '남성성'의 문제점을 다루고 있어서 남자들은 억울함을 토로할지도 모른다.(책을 읽었다면 안 그러겠지만) 이 책은 남성과 여성을 이분법으로 구분하는 것이 아니라 더 나은 시대로 가기 위한 문제점을 제시하고 있다. 남성이 사회 구조 안에서 '강해야만 하는 존재', '감정을 비치지 않는 존재'로 자신을 지워야 한다고 강요 받았다면, 이 책의 3장 <어떤 남자들과 딥페이크 성폭력>에서도 중요하다고 말했던 제대로 된 젠더 교육을 통해 해소될 수 있을 것이다.

지금도 일어나고 있는 사건, 사고를 우리는 어떻게 봐야 할까? 당신의 불편함은 어디서부터 오는 것일까? 더 나은 시대를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남성성은 흔히 남성다움이라는 규범이나 남성적인 것이라 여겨지는 여러 특질들의 목록처럼 이해되지만, 무엇이 남성적이고 여성적인지는 본질적으로 구분할 수 없다. 젠더는 반복된 실천의 산물이기 때문이다. 남성성 역시 젠더를 체현하는 구체적 실천을 포착하는 개념으로서 함의를 가져왔다. - P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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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주하는 남성성 - 폭력과 가해, 격분과 괴롭힘, 임계점을 넘은 해로운 남성성들의 등장
한국성폭력상담소 기획, 권김현영 외 지음 / 동녘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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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꼭 읽기를 바라는 필독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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